'연간 이혼 10만건 시대' 이혼 커뮤니티에선 상대방 위치 추적·미행하는 법 공유

이학준 기자 2022.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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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요! 렌터카는 선텐이 연해서 그나마 짙은 걸로 하시고, 옷은 여러벌 갖고 다니면서 갈아 입으세요."

A씨는 "지난 2019년 아내와의 성격 차이로 이혼 소송을 했는데 거의 3년간 위치 추적과 미행을 당해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다"며 "알고 보니 전 부인이 이혼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구해 나의 뒤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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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추적기 부착 위치·미행 방법 등 공유 활발
법조계 "반복적인 방문으로 불안감 유발 시 스토킹 처벌법 적용될 수도"
이혼 소송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이 효과적인 미행 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김민국 기자

“미행하고 싶은데 방법이 딱히 없는 듯. 자차는 불가능 하니 차를 빌려야겠죠?”

“쏘카요! 렌터카는 선텐이 연해서 그나마 짙은 걸로 하시고, 옷은 여러벌 갖고 다니면서 갈아 입으세요.”

얼마 전 이혼 전문 커뮤니티 ‘법돌이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미행이나 위치 추적, 흥신소 이용 등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대다수 게시물이 상대방의 외도 증거를 사진·영상 등으로 남겨 이혼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들이다.

실제 한 카페 회원이 ‘크기가 작고 배터리 용량이 큰 차량용 위치 추적기’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이에 적합한 위치추적기 기종을 알려주는 댓글이 달렸다.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위치 추적기를 어디에 붙여야 하냐는 게시글에는 “차량 상단부 천장재와 차체 철판 사이에 부착해라” “트렁크 쪽 여분 타이어가 있는 곳에 붙여야 한다” “차량용 리모컨 내부에 넣어라” 등의 조언이 달렸다.

포털 사이트에 ‘위치추적기’를 검색하면 5만~10만원 수준의 위치추적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위치추적기는 차량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미행에도 사용되는 추세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미행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이 배우자의 외도 상대를 미행하고 싶다며 효과적인 방법을 묻자 다른 회원이 가발이나 안경을 이용해 변장하는 법과 렌터카 여러 대를 이용해 지인들과 동선을 따라가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어떤 회원은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행에 동참해달라는 도움을 청하는 글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커뮤니티가 매년 10만건을 넘길 정도로 이혼이 일반화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행위가 불법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선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상간자의 집에 계속 찾아가거나 연락을 지속해 불안감을 조성하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위치 추적의 경우엔 스토킹 처벌법이 아닌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하진규 파운더스 대표변호사도 “증거 수집이 목적이더라도 반복적으로 특정 대상에게 찾아가 불안감을 조성하면 스토킹 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불법적인 미행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지난 2019년 아내와의 성격 차이로 이혼 소송을 했는데 거의 3년간 위치 추적과 미행을 당해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다”며 “알고 보니 전 부인이 이혼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구해 나의 뒤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이혼 소송이 마무리된 만큼 전 부인의 불법 행위에 대해 고소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가 형사 소송에서는 효력이 없어도 민사 소송에서는 증거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이혼 커뮤니티 회원들의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미행이나 위치 추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을 감안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살인을 비롯한 중범죄가 아닌 이상 모의죄도 적용되지 않기에 커뮤니티 내 정보 공유 행위를 제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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