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江엔 평화의 잔물결이… 모내기 후 새참 먹는 북녘 농민들이 보이나요?

김포/박근희 기자 2022. 6.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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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한강 하구 국경의 출발점
김포로 떠난 평화 여행
늦은 오후 '김포의 금강산'이라는 문수산 전망대에 서니 강화도와 김포 사이 강화해협, 염하강이 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문수산 정상에선 북녘까지 보인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김포반도 북쪽을 휘두른 강 위로 윤슬이 반짝였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엔 이따금 바닷새만 날아다닐 뿐 배 한 척, 사람 하나 오가지 못하는 강은 고요하면서도 어쩐지 쓸쓸했다. 태백산맥에서 발원한 한강과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한 임진강, 황해북도 수안군 언진산에서 발원한 예성강이 합수해 이룬 이 물길은 1953년 7월 정전협정에 따라 ‘뜻밖의 경계’가 되어버린 조강(祖江)이다. 조상 조(祖) 자를 써 예부터 ‘할아버지강’이라 불리기도 했다는 조강은 세 강의 종착지이자 합수한 강이 서해로 나가는 출발점. 바다가 시작된다고 해 ‘원조의 강’, 여러 강물이 모이고 모였다고 해 ‘으뜸 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려·조선 시대 김포의 서쪽 바다와 동쪽 강물을 연결해주는 수운 통로로서, 경상·전라·충청 등 삼남 지방의 물자와 인력들이 모였던 한강 하구 최대 물류 단지 조강은 70년째 ‘한강 하구 중립 수역’, 즉 한강에 설정한 비무장지대(DMZ)에 속해 있다.

김포 월곶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의 평화교육관 유리창 너머 남과 북의 경계가 되는 조강과 북녘의 개풍군 일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평화와 안보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때, 강 너머 모내기를 끝낸 논은 그저 평화롭게만 보인다. / 김포문화재단

◇최단거리로 북한 볼 수 있는 전망대

“없던 애국심도 생기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풍경. 고작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다니.”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 ‘조강전망대’(애기봉전망대)에 선 한 탐방객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전망대 앞으로 ‘할아버지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가까이 있지만, 함부로 닿을 수 없는 강. 직선거리로 불과 1.4㎞쯤 전방은 북한 땅, 황해북도 개풍군이다. 모내기를 마친 네모 반듯한 논과 북한이 대남 선전하기 위해 조성했다는 ‘선전마을’, 키 작은 문화주택 단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탐방객들 사이에선 “이렇게 가깝게 보일 줄은 몰랐네” “(북한 주민이) 보인다, 보여!” 하는 탄성이 터졌다. 마을뿐 아니라 북한의 소가 떠내려왔던 이른바 ‘평화의 소 사건’으로 알려진 ‘유도’, 멀리 병풍처럼 두른 ‘송악산’도 보인다. 망원경을 통하자 논일을 하거나 새참을 먹는 듯한 북한 주민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목격’됐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의 전망대는 우리나라 접경 지역 전망대 중 최단거리에서 북녘을 볼 수 있는 전망대다. 망원경을 통하면 때에 따라 북녘 농민들이 논일을 하거나 새참 먹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 김포문화재단

조강전망대는 우리나라 접경 지역 전망대 중 최단거리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기존 노후화된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하고 새 단장 후 지난해 10월 공식 개장했다. 여기에 3월 생태탐방로까지 추가 개장하며 안보, 평화 여행지로 주목받는 중. 김포문화재단 애기봉사업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범 운영에 들어가 현재까지 총 5만7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기생 ‘애기’의 恨과 실향민의 염원 있는 애기봉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전체 4만9500㎡ 규모다.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있어 입구 매표소 겸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 후 입장한다. 초록 터널이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평화’ ‘생태’ ‘미래’ 3개의 공간으로 나뉜 평화전시관부터 만난다. ‘평화’의 공간에 들어서면 통유리창 너머 조강과 북한 개풍군의 풍경이 대형 액자 속 그림처럼 훅 들어온다. 가상현실(VR) 체험관에서는 가상 철도를 타고 고려 수도였던 ‘개경’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직접 가서 볼 순 없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의 만월대와 선죽교 등을 3D 영상으로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다. 평화교육관에선 ‘조강’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난다. 밖으로 나와 ‘흔들다리’ 등을 거쳐 전망대 부근으로 가면 ‘화합’의 의미를 담은 ‘평화의 종’이 있다. 1971년 현 전망대 자리에 세웠다가 북한과 갈등을 빚으면서 2014년 철거한 애기봉 등탑의 잔해물과 DMZ의 녹슨 철조망,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수집한 탄피 등을 녹여 만든 종이다.

전망대 부근의 '평화의 종'은 화합의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애기봉 등탑을 철거 시 나온 잔해물과 DMZ의 녹슨 철책,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수집한 탄피 등이 종에 녹아 들어있다. / 박근희 기자

‘애기봉’은 평안감사와 그의 애첩 ‘애기(愛妓)’에서 유래한 이름. 병자호란 때 피란길에 올랐다가 개풍군에서 오랑캐에게 이끌려 북쪽으로 간 평안감사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애기가 결국 병들어 죽게 되면서 현재의 애기봉 자리에 묻어달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66년 이곳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 사연을 듣고 사랑하는 이를 기다렸던 애기의 한이 마치 우리 이산가족의 한과 닮았다면서 친필로 애기봉(愛妓峰)이라 쓴 비석이 망배단과 나란히 있다.

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회당 100명씩 탐방 가능하며 잔여분에 한해 현장 입장(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할 수 있다. 6월 30일까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일원에선 야외 조각전 ‘조강에 온 22가지 봄 그리고 평화전’이, 6월 26일까지 매 주말 오후 3시 ‘산봉우리 공연’이 기다린다. 매주 월요일 휴관.

◇김포의 금강산, 문수산성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김포반도 북쪽 해발 155m 애기봉에서 북녘을 조망하는 곳이라면 월곶면에 있는 해발 376m 높이 문수산 장대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보다 조금 물러선 자리에서 북녘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다. 문수산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수산성 ­때문이다. 숙종 20년(1694년)에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을 막기 위해 축성한 산성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게 점령당하기도 했던 곳이다. 침략과 방어의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다.

문수산 전망대에서 마주 보이는 강화도.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문수산은 김포에서 가장 높고 풍광이 수려해 ‘김포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 초보 등산객들에게 서울 근교 산행지로 인기다. 사찰 문수사와 문수산 산림욕장을 품고 있다. 4개의 등산 코스가 있는데, 최소 2시간에서 5시간에 이르는 코스라 멋모르고 도전했다간 ‘고행’이 될 수도 있다. 관리사무소 한정옥씨는 “산림욕장 산책로에서 전망대를 거쳐 홍예문, 중봉 쉼터 정상, 남문 방향 능선을 따라 주차장에 이르는 3.8㎞ 총 2시간 코스가 그나마 만만하다”고 추천했다. 산림욕장 부근에서 출발해 무려 850여 계단을 낀 등산로를 따라 40분쯤 쉬지 않고 오르면 전망대와 만난다. 다시 1시간 등산로를 따라가면 문수산 정상인 장대다. 맑은 날에는 염하강, 한강, 개성 송악산까지 두루 볼 수 있다.

◇‘염하강철책길’ 걷고, 덕포진서 ‘물멍’

산성 남문 방향으로 하산하면 한반도의 접경 지역을 횡단하는 도보 코스인 평화누리길로 이어갈 수 있다. 남문에서 애기봉 입구에 이르는 ‘조강철책길’(8㎞)도 걷기 좋지만,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강화해협인 염하강을 곁에 두고 걸어볼 수 있는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철책길’(14㎞)은 볼거리가 쏠쏠하다.

'염하강철책길'은 한반도의 접경 지역을 잇는 최북단 도보 길인 '평화누리길' 1코스다. 한강 하구 철책 제거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변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시작점은 김포함상공원. 김포 대표 항인 ‘대명포구’ ‘덕포진’ ‘원머루나루’ 등을 지난다. 초지대교, 김포함상공원과 가까이 있는 대명포구의 어시장 ‘대명항 수산물 직판장’에 들어서면 어선 이름으로 된 간판이 빼곡히 이어진다. 양식인 흰다리새우를 제외하고 김포 어촌계 어민들이 어선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 수산물만 취급한다. 어시장은 꿈틀거리는 생물(生物)들과 어민들의 억척스러움으로 활기가 가득하다. ‘모두 만 원’이라는 딱지를 붙인 선어들부터 병어, 밴댕이, 자연산 광어 등 몸값 낮춘 ‘접시(포장) 회’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긴 쉽지 않다. 은빛의 하얀 병어가 제철이라는 듯 좌판마다 열 맞추고 손님을 기다린다.

평화누리길 1코스 출발점 부근에 있는 대명포구(대명항) 수산물 직판장. 직판장에 들어서면 어선 이름을 딴 간판이 이어진다. 어촌계 주민들이 직접 잡은 자연산만 취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명포구 수산물 직판장에는 밴댕이, 꽃게, 젓갈 등과 함께 요즘 제철이라는 은빛 병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명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이내에 있는 덕포진은 군사 요충지로 조선 선조 때 창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안가에 완만한 곡선을 따라 요새처럼 자리 잡은 포대는 1980년 발굴 작업 및 복원 공사로 세상과 만났다. 굳이 역사적 의의가 아니더라도 나무 숲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염하강을 바라보며 ‘물멍’하기 좋다. 거리는 있지만, 선조 때 학자이자 의병장이었던 조헌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고자 세운 우저서원도 이어가 볼 만하다. ‘김포성당’ ‘김포향교’ 등과 가까이 있어 문화재 답사를 위한 이들이 알음알음 찾는다.

덕포진엔 조선 선조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대가 남아있다. 나무 숲 그늘 아래 염하강을 마주할 수 있어 '물멍' '숲멍' 명소로 더 인기다. 야외 촬영을 나온 예비 부부가 덕포진 산책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김포 풍경 담은 판화, 평화 담은 조각

‘김포’ 하면 ‘공항’부터 떠오르지만, 김포는 공항 도시가 아니다. 엄밀히 김포국제공항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방화동·인천시 계양구 상야동 등 ‘소속’. 오히려 내륙과 해안을 잇는 도시, 접경 지역이라 김포 곳곳엔 침략과 방어의 상흔들이 남아 있다. 평화와 안보,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물이 많고 이를 테마로 한 공간들도 다양하다. 월곶면 문수산 기슭에 있는 김포국제조각공원은 ‘통일을 테마로 한 세계 유일의 공원’을 내세운다. 다니엘 뷔랑, 장 피에르 레이노 등 세계적 조각가 14인과 국내 작가 16인의 조각 총 30점이 기다린다. 남북의 분단 현실을 두 개의 분리된 게양대로 표현한 장 피에르 레이노의 ‘깃발’을 지나면 ‘산속 숨은 작품 찾기’가 시작된다. 휴양림을 산책하다 버려진 듯한 거대한 구찌 구두 한 짝, 대형 휴대전화 등 낯익은 물건이 주는 낯선 메시지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김포국제조각공원은 문수산 기슭을 전시관 삼아 '통일'을 테마로 한 작품 30점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전시작 중 하나인 '자연과의 대화'.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에서 오는 19일까지 연장 전시하는 2022 한국ㆍ프랑스 목판화전 ‘Affinités-결의 만남’. 조강과 강화만 풍경을 담은 대작도 볼 수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운양동 김포아트빌리지아트센터에선 2022 한국-프랑스 현대목판화전 ‘Affinités-결의 만남’이 열리고 있다. 당초 5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누적 관람객 1만명 돌파로 19일까지 연장했다. 김포 시민뿐 아니라 일부러 전시 관람을 위해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강과 강화만 풍경을 한지에 목판화로 표현한 김억의 작품을 비롯해 도시·자연·인간을 주제로 한국과 프랑스 작가 30여 명의 목판화를 볼 수 있다.

◇‘문 보트’ 타고 금빛수로 야경으로

어스름 녘 여정을 마무리하기 아쉽다면 ‘김포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금빛수로에서 마침표를 찍는 것도 괜찮다. 금빛수로는 김포한강신도시 수변 상업지구인 ‘라베니체’의 인공 수로를 일컫는 말. ‘2021년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신도시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에서 야경은 물론 요즘 ‘핫’하다는 문 보트를 타고 달빛 아래 수로(水路) 여행까지 야무지게 즐길 수 있다. 어둠이 내려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 천변을 따라 이어지는 테라스 식당과 선술집에선 맛있는 음식 냄새가 피어오르고, 산책하는 이도 하나둘 늘어난다.

접경 지역인 북쪽이 김포의 맨얼굴을 간직한 곳이라면 김포한강신도시는 한껏 꾸민 얼굴이랄까? 김포한강신도시의 인공 수로인 '금빛수로'는 '김포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이 있다. 수로를 따라 테라스를 갖춘 식당과 카페들이 촘촘이 이어진다. 금빛수로는 '2021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받았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이국적 풍경의 수로를 따라 알록달록 빛을 내는 보트가 두둥실 지나가면 어쩐지 프러포즈라도 해야 할 분위기. 보트는 지난 4월 운행을 재개했다. 중간 휴식 및 점검 시간인 오후 4시~5시를 제외하고 매일 오후 1시~9시 30분에 문 보트(2만원)와 패밀리 보트(2만5000원), 페달 보트(1만5000원) 등을 타볼 수 있다. 김포시청 통합예약 사이트에서 예약 후 이용 당일 보트하우스로 가면 된다. 직원은 “주말의 경우 예약 없이 당일 현장에서 매표 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 대명포구서 ‘병어회’ 맛보고, 후식으로 ‘매운탕빵’? ]

요즘 인기인 김포의 이색 메뉴들

김포 대명포구 어시장 대명항 수산물 직판장에선 밴댕이의 인기를 위협하는 회가 있으니, 산란을 앞둬 6월이 제철이라는 병어회다. ‘계룡호’ 주인 배매자씨는 “병어는 햇감자와 양파를 깔고 찜을 해서 많이 먹지만, 제철에 회로 먹으면 별미 중 별미”라고 했다. 흰 살 생선인 병어는 버터처럼 부드럽다고 해서 ‘버터 피시’라고도 불린다. 고소하면서도 맛이 달짝지근해 초장보다 된장에 찍어 먹는 게 맛있다. 직판장에서 산 횟감은 인근 ‘대명횟집’ ‘순하네회집’ ‘우리횟집’ 등 식당에서 상차림, 조리 비용을 받고 손질, 요리해준다. 날이 더워지면서 물회(1만5000원)도 속속 ‘등판’ 중이다. 그때그때 싱싱한 활어회를 송송 썰어 채소, 면이나 곤약에 살얼음 양념장을 더해 수북하게 담아낸다.

대명포구(대명항) 주변 식당에 병어회와 함께 '물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곤약국수를 넣은 '대명횟집'의 물회.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월곶면 강화섬쌀밥집은 한정식 맛집. 1인 1만5000원인 쌀밥 정식엔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를 활용한 메뉴와 보쌈, 게장 등이 가득 차려진다. 생태공원 진입로 초입 보경가든은 문 연 지 20년 된, 아는 사람만 찾는 두부 요릿집이다. 식사 시간이 되면 주민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젓국으로 국물을 낸 젓두부전골(2인 기준·소 2만원)이 먹기에 만만하다. 맵지 않고 짭조름하면서 뒷맛이 깔끔하다. 여름엔 냉콩국수도 많이 찾는다.

베이커리 카페 '수산공원'의 매운탕 빵. 빵을 가르면 매운탕 양념의 소가 들어있다. 매콤한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명포구 나들목 부근 베이커리 카페 수산공원은 빵지순례로 유명하다. 외관은 회 센터처럼 투박한데 내부는 청량감 넘치는 바닷속 같다. ‘세계 최초’를 내세우는 ‘매운탕빵’이 인기. 모닝빵처럼 동그랗게 생긴 빵을 가르면 잼이나 크림 대신 매운탕 양념의 소가 씹힌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새우를 얹은 김포빵도 있다. 식사 대용에 가깝다.

김포한강신도시 금빛수로 ‘라베니체’는 맛의 격전지다. 수로를 따라 ‘빠레뜨 한남’ ‘일공공샤브’ ‘프롬 하와이’ 등 유명 프랜차이즈 맛집부터 테라스 식당과 카페, 펍(pub)이 촘촘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중 프롬 하와이 김포라베니체점은 큼지막한 접시에 이곳 대표 메뉴가 샘플러처럼 담겨 나오는 ‘빅아일랜드’(4만9000원)에 ‘하와이 코나’ 맥주나 칵테일을 찾는 이가 많다. 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먹다 보면 휴양지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따금 비행기도 머리 위로 지나간다. “맛도 있지만, 분위기에 취한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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