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비 '후려치기' 과열".. 플랫폼 등장에 두 번 우는 용달기사들
매칭률 높이려 물동량 규모 왜곡도
관계자 "중개 수수료 상한제·독점 규제 필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개인 용달 일을 하는 임모(47)씨는 최근 용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운송비 ‘후려치기’를 경험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송비로 시세의 절반 정도의 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을 통하지 않으면 일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칭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임씨는 “보통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송비 시세가 40만원에서 50만원을 받는데, 용달 플랫폼에는 18만원에 책정돼 있다”며 “지금같이 유가가 비쌀 때는 기름값과 밥값을 털고 나면 10만원도 안 남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달 플랫폼 앱을 통한 화물 용달 서비스 배차가 상용화되면서 플랫폼 ‘갑질’에 시달리는 용달 기사가 증가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운송비를 받는가 하면,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물동량 규모를 왜곡해 용달 기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규모 화물 기사 상당수는 월 이용료를 납부하며 ‘전국24시콜’ ‘원콜’ ‘화물맨’ 등 용달 전용 앱을 통해 일감을 구한다. 앱에 등록된 주선업자가 견적·화물량·일시를 포함한 용달 의뢰를 게재하면 기사가 받아들인다. 과거 용달 기사가 주선업체로부터 소비자를 소개받았다면, 플랫폼 등장 이후에는 용달 기사가 직접 앱을 통해 주선업자가 올린 주문을 수락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용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더욱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가 업체로부터 순차적으로 물동량을 수주받던 방식에서 플랫폼 등장으로 기사들이 직접 일감을 수락하게 되면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선업체는 고객을 늘리기 위해 운송비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감을 수주해야 하는 기사는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문을 수락하게 된다.
주선업체에 더해 플랫폼에도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하며 용달 기사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소규모 용달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주선업자들이 최대 50% 가까이 수수료를 떼어가는데 이에 더해 플랫폼에도 중개 수수료를 월마다 지불해야 한다”며 “버는 돈은 적어지고 있는데,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는 많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플랫폼이 용달 기사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물동량 규모를 왜곡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개인 용달 일을 하는 최모(48)씨는 최근 플랫폼을 통해 이사 박스 여섯 개를 옮기는 주문을 체결했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니 열 개의 박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씨는 현장에서 겨우 소비자를 설득해서야 추가분의 요금을 받을 수 있었다. 최씨는 “플랫폼 업체가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물동량 규모를 적게 왜곡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기사와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 중개 수수료 관련 기준이 없는 것이 플랫폼 갑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화물 중개 수수료는 1998년 이후 자율운임제로 전환됐다. 플랫폼이나 주선업체 등 중개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화물 기사들은 이들의 갑질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다. 특히 플랫폼의 경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보니, 플랫폼 운영 업체는 주선업체의 운송비 ‘후려치기’를 지켜보거나 매칭률을 높이기 위한 물동량 규모를 왜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으로 인한 용달 기사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중개 수수료 상한제가 입법돼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온다. 최석규 전국개인소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부장은 “일차적으로 주선업체의 운송비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중개 수수료 상한제를 입법화해야 한다”며 “현재 하나의 플랫폼이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플랫폼 독점이 심해지면 갑질도 심해지는 만큼 정부의 적절한 규제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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