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자전거 이용률 높이려면..영국의 반면교사

한겨레 2022. 6.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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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청년의 런던 견문기][기후 청년의 런던 견문기⑧]
산탄데르 바이크. 박소현씨 제공

5월의 런던은 따뜻해진 날씨에 햇살을 즐기려는 시민들과 냉방이 되지 않는 찜통 지하철을 피하려는 시민들로 자전거 도로가 북적인다. 자전거가 없다면 산탄데르 바이크, 라임즈와 우버 점프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시장이었을 때 도입하여 ‘보리스 자전거’로 불리는 빨간색 산탄데르 자전거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런던시에서는 환경보호와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18년에 발표한 런던 사이클링 실행 계획에 따르면 2041년까지 시민들의 여정 80%는 무탄소 교통수단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자전거 보험을 제공하거나 자전거 주차 시설을 마련하는 등의 복지를 제공하며 자전거 통근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반 년간 런던에서 공유 자전거를 이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런던의 자전거 정책을 살펴보았다.

우선 런던에 자전거란 도시 탄소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교통부문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 수단이다. 런던 사이클링 실행 계획에 따르면 2030년 교통 혼잡으로 초래되는 경제적 비용은 매년 93억 파운드로 추정된다. 동시에 시민들은 자전거를 이용함으로써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가끔 버스나 지하철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는 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런던의 자전거전용도로. 박소현씨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있었다. 첫째, 자전거 이용자들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적다. 자전거 대여 일회권은 2파운드(3160원)로 24시간 이용이 가능하지만 버스비 1.65파운드(약 2600원)보다 비싸다. 연간 이용권이 39유로 이하인(약 5만2800원)인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 자전거(Vélib’)와 비교했을 때 런던의 산탄데르 자전거는 90파운드(약 14만2200원)로 두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그렇다 보니 짧은 거리는 자전거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둘째, 자전거의 다양성이 부족했다. 공유 자전거는 모바일 앱 혹은 자전거 대여소 기계로 대여할 수 있지만 키가 작은 필자에게 맞는 자전거는 없었다. 산탄데르 자전거는 24인치와 26인치 두 종류의 자전거를 제공하지만 키가 5.2피트(157.47㎝) 이하인 이용자와 18세 이하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전거를 타고 런던 외곽에 위치한 지인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런던 중심부인 1구역 밖에서는 자전거 대여 및 반납 가능한 대여소를 찾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2017년 런던의 자전거 이용자 설문조사에서는 자전거 대여소 가까이 거주하고 자전거 이용에 불편이 없는 백인 남성의 이용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전거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정책에 시민들의 다양성이 반영되고 자전거 대여소가 지역마다 고르게 설치되어야 한다.

셋째, 자전거 사고의 위험이 높다. 필자에게 도로 위의 자전거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느껴졌다. 잘 포장된 자전거 도로가 있는 반면 차선 구분이 없거나 오토바이, 버스와 같은 차선을 달릴 때면 자동차와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갔다. 실제 자전거 주행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런던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사고 원인이다. 자동차와 달리 같은 도로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전거는 사고 위험을 높인다. 안전을 위해서 필자는 주로 시간은 더 걸리지만 자전거 도로가 있는 거리로 우회하거나 위험한 지역은 도보로 이동했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들은 런던 사이클링 캠페인의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위험한 자전거 도로를 제보하거나 정치인들에게 안전한 기후 거리를 조성할 것을 직접 요구하기도 한다. 그 결과 작년에 런던시는 자전거 도로를 260㎞ 연장하고 자전거 안전 경로를 작년 대비 5배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런던의 자전거전용도로. 박소현씨 제공

기후위기는 우리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요구한다. 20년 안에 런던의 내연기관차량은 자전거 혹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목적성은 강조되지만 변화의 주체인 시민들에게 주어진 자전거 이용환경은 제한적이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관점에서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글·사진/박소현 런던대 대학원생(환경 전공)·유튜브 <기후싸이렌>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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