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바꾼 오세훈..용산·세운지구 개발로 차기 대선 노리나

유엄식 기자 2022. 6. 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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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첫 4선 시장 당선..도시계획 가시적 성과로 차기잠룡 굳히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4선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 시장이 2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02.

6.1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역대 첫 '4선(選)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이 과거 한강 르네상스 성공 경험을 살려 새로운 도심 랜드마크 조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번 승리로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된 그가 도심 개발 분야의 뚜렷한 성과를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 속도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국유지인 용산정비창과 도심 대표 낙후 지역인 세운상가 일대가 유력한 후보군에 꼽힌다.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로…전 정부 1만호 공공주택 공급안 재검토
2일 서울시와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용산정비창, 세운지구 개발 밑그림을 제시했다.

코레일이 소유 중인 용산정비창 부지 면적은 51만㎡에 달한다. 오 시장이 재임한 2007년 총 31조원 규모의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추진됐으나 글로벌금융위기 여파로 좌초됐다. 전임 정부가 2020년 8.4 대책에서 공공임대 아파트 1만호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오 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오 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부활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용산정비창 부지의 주택 비중을 줄이고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하는 도시계획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 내 주택공급 비중을 건물 연면적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업무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새 정부가 공공임대 위주 주택공급을 지양하고, 관할 용산구청장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 소속으로 바뀌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는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과거 사업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힌 '통개발' 방식 대신 부지 구역을 쪼개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코레일과 협의해 부지 일부는 민간에 매각하고 일부는 공공이 직접 개발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현재 해당 부지 용적률, 용도 등 전반적인 개발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용산 대통령집무실 이전, 용산공원 조성 등 변화한 개발 여건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정비창은 국유지여서 별도 토지보상 절차가 필요없기 때문에 개발 로드맵이 확정되면 4년 내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허드슨 야드' 청사진…세운지구 재개발 성공할까
오 시장은 중구 을지로 일대 세운지구 재정비 사업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정질의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전임 시장의 보존 위주 도시재생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2040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창덕궁에서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세운지구 일대 녹지축 조성 계획이 담겼다. 도시 중심부인 세운지구 면적은 총 43만9356㎡로 종로3가역, 을지로3·4가역, 충무로역이 지나는 지하철 교통 요지다.

오 시장은 2006년 세운지구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주변을 고밀개발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문화재 고도제한 심의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2012년 박원순 전 시장이 지역 보존을 위해 건물 높이 제한을 강화하고, 사업 구역을 세분화해 개발이 장기간 표류했다.

계획안대로 고층 빌딩과 녹지축이 조화롭게 형성되려면 부지 중심에 있는 세운상가를 비롯한 저층 노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대 층고 규제를 다시 완화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한 댓가로 민간 사업자에 부지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이를 공원이나 녹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1000억원의 예산을 들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도 철거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중구 세운5구역 일대. /사진제공=뉴시스

세운지구는 상가 지분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있어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 시장이 이곳을 '한국판 허드슨 야드'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큰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뉴욕 허드슨 야드는 녹슨 철도역과 공터 부지를 도심주거복합타운으로 재정비한 대표 사례다.

오 시장이 찬반 여론이 대립한 용산정비창과 세운지구에서 주도적으로 개발 협의를 이끌어내면 도심 랜드마크 형성에 기여했다는 성과와 동시에 리더십도 조명받게 된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이 지난해부터 주력한 △신속통합기획 △장기전세 △모아주택 △지천 르네상스 등 부동산 핵심 정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시의회 110석 중 절대 다수인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부 사업은 전액 삭감돼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전체 112석 중 과반 이상인 76석을 확보해 향후 오 시장 정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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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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