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갱신권 쓴 서초 세입자..계속 살려면 2억4천만원 더 낼판

박준형 2022. 5.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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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자치구별 전셋값 분석
서울 평균 1억 이상 상승
구별로 강동 30.8% 최고
도봉 28.3%·노원 27.7%
일부 단지 4억~5억 급등
"값낮춰 연쇄이동 많을 듯
취약계층 대출 지원 필요"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전셋값을 5% 인상했던 세입자들이 계약 만료 시기를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2년 새 전셋값이 2억원 이상 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결혼 10년 차가 넘은 맞벌이 부부인 A씨는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임대차3법이 시행됐던 2020년 8월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세금에서 5%를 올려 5억원 정도 보증금을 내고 살아왔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주변 전세 시세는 3억원 이상 올랐다. 공무원인 A씨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A씨 아내가 2년 만에 모으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해 전세금을 올려주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A씨는 결국 인근 오금동 지역 빌라로 오는 8월께 이사할 계획이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강남권을 떠나지 못하고 아파트보다 훨씬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빌라로 이동하게 됐다.
임대차3법 시행(2020년 7월 31일) 2년을 맞는 8월이 다가옴에 따라 2년 전 이미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이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대부분 지역이 임대차3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해 임차인들이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며 5% 올려줬던 전셋값과의 차이가 수억 원씩 벌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경우 임대차3법이 시행됐던 2020년 7월 31일 당시 기존 전세금에서 5% 올린 아파트 전셋값 평균(시세 기준)은 10억2706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20일 현재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12억6904만원으로 두 금액 간 차이는 2억4197만원이나 난다.

이 또한 구 전체 전셋값 평균으로 봤을 때 이야기며 단지별로 보면 그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가령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59㎡의 경우 2020년 7월 31일에 전셋값을 5% 올려주는 것을 가정한 평균 전셋값은 11억8125만원이었다. 하지만 5월 20일 현재 전셋값 평균은 16억5000만원으로 4억6875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2년 전 5% 올렸던 전셋값에서 무려 39.6%나 오른 가격이다.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82만원(통계청 1분기 기준)임을 감안하면 한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8년 이상(97개월 정도) 모아야 채울 수 있는 금액이다. 사실상 일반인이 2년간 월급만 모아서는 그동안 오른 전셋값을 맞출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 전체로 봤을 때는 2년 전에 비해 평균 1억2650만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에서 2020년 7월 말 5% 인상해준 전셋값과 현재 전셋값 간 변동률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은 서울 강동구로 30.8%가 올랐다. 도봉구(28.3%), 노원구(27.7%), 관악구(26.8%) 등이 뒤를 이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강동구의 경우 강남4구 중 변두리에 해당하고, 도봉·노원·관악구 역시 서울 외곽 지역"이라며 "다주택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외곽 지역 아파트를 전세로 내줄 때, 한번 전세 계약을 하면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4년간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전셋값을 대폭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커) 역시 "상당수 다주택자 고객이 8월 이후 기존 임차인들이 나가면 전셋값을 대폭 인상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급등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임차인들의 하급지로의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 8월 송파구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며 5% 전셋값을 올려준 임차인은 올 8월에 평균 7억4765만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5월 20일 현재 전세 시세를 감안하면 마포구(7억4519만원), 중구(7억5598만원) 등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마포구(2020년 7월 말 5% 인상된 전셋값 평균 6억2051만원) 임차인은 영등포구(5월 20일 현재 전세 평균 6억4902만원), 서대문구(5억8833만원)로 옮겨갈 수 있지만, 서울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노원구, 도봉구 등에서 2년 전 5% 전셋값을 올려줬던 임차인은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가거나 주변 빌라로 옮겨가든지 해야 할 상황이다.

8월 전세대란을 앞두고 서울 지역 전셋값과 수요 심리는 조금씩 우상향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3일 기준 전주 대비 0.06% 올랐다. 지난 3월 14일 0.01% 상승한 후 11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3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 역시 94.9로 지난해 12월 27일(95.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자가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8월 전세 이동을 위해 한두 달 전인 6~7월 임차인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임차인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 규제 완화, 금리 혜택, 세액공제 혜택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임대사업자들에게 부여했던 세제 혜택 부활과 임대료를 조금만 올리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대출 만기 연장 등 방법도 취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임차인들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선별적으로 금리를 우대해주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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