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자 보유세 경감 최대 수혜는 '똘똘한 한 채'

박종오 2022. 5. 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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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양극화 부추길 것"
정부는 30일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중산·서민 주거안정대책의 첫 번째 과제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3분기(7∼9월)에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30일 내놓은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 중 올해 보유세를 2020년도 수준으로 되돌리는 보유세 경감 조처가 주택시장에 끼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시장에선 고가주택을 뜻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고가주택과 중저가 주택의 집값 추이가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고가 1주택 보유자다. 주로 집값이 15억원(공시가격 11억원)을 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산정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되, 일종의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해 실제 세금 부담을 2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2021~2022년 공시가격이 급등하며 함께 늘어난 종부세를 이전으로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전인 올해 3월 정부가 내놓은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보다 감세 폭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한겨레>가 케이비(KB)국민은행 정진형 공인회계사에게 의뢰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 전용면적 164㎡(한국부동산원 기준 현 시세 27억~29억5천만원)의 올해 보유세를 계산해 보니 재산세 691만원, 종부세 743만원 등 총 1434만원으로 나타났다. 55살 1주택자가 단독 명의로 집을 10년간 보유했다고 가정한 경우다.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정부의 종부세 감세 조처는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금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놓을 경우 이 아파트 보유자가 부담하게 되는 보유세는 재산세 534만원, 종부세 273만원 등 총 807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세금 부담이 44%(627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유세 경감 조처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 경감책이 고가 1주택자에게 선별 집중되면서 서울 강남권, 한강변, 우수 학군과 학원가 주변, 교통망 확충 예정지 등의 고가주택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가주택의 집값은 강세를 보이고 중저가 주택의 집값은 약세를 이어가는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지난 10일부터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처를 통해 기본세율(6~45%)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로서는 거주용 고가주택은 놔두고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지역에 보유 중인 주택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 조처가 시장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정부는 올해 3분기부터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매입하는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70%에서 80%로 올리기로 했다. 또 청년층 대출이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 소득의 반영 폭을 확대하고, 오는 8월에는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최대 50년 만기의 모기지를 출시해 대출 총액을 늘릴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런 대출규제 완화 조처가 정부 시각으로 볼 때는 실수요자 ‘주거 사다리’를 놔준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수요자 처지에서는 ‘빚내서 집사라’는 메시지만 있을 뿐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경우의 위험은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대출 확대는 소득이 안정적인 일부 청년·신혼부부 실수요자에게 숨통을 터주는 효과가 있는 정도”라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층의 주택 구매 열풍이 지난 2020년처럼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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