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독도 산림 생태계 복원 현장을 가다..독특한 유전 다양성의 섬
울릉도에는 ‘독도 산림 복원 사업지 양묘장’이 있다. 훼손된 독도의 산림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지난 24일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 있는 양묘장을 찾았다. 파도와 갈매기 소리를 뒤로 하고 굽이굽이 숲길을 걷다 보면 양묘장이 보인다. 울릉군과 산림청이 공동으로 설립한 이곳에선 독도로 옮겨질 초목들이 재배되고 있다.
묘목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싹을 틔운 후 양묘장으로 옮겨진다. 양묘장에서 초목은 염분을 머금은 해풍이나 눈보라 등 독도와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난다. 울릉도에서 기른 묘목을 독도에 옮겨 심을 때는 외래종 씨앗이 섞여 있는지, 병해충에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면밀히 검사한 후 묘목과 토양을 철저히 소독한다.
울릉도 양묘장 설립은 독도를 다시 푸르게 하기 노력의 일환이다. 1970년대부터 독도 생태계 복원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의 초목이 독도 특유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2010년부터 독도에 자생하는 식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복원계획이 수립됐다.
울릉도 양묘장에서는 독도 자생 식물인 사철나무와 보리밥나무, 섬괴불나무가 주로 재배된다. 사철나무는 독도에서 100년 이상 자생한 보호수이다. 보리밥나무와 섬괴불나무는 식물이 살 수 있게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독도 내 산림 환경이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생수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울릉도 양묘장에서 묘목을 길러다가 옮겨 심어야 한다. 이재성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산림팀장은 “독도에 심었을 때 활착률(나무의 생존율)은 사철나무 90%, 보리밥나무 70%, 섬괴불나무 40%로 다른 수종보다 높다”고 말했다.
독도로 옮겨지는 나무는 보통 2~3년 된 어린 나무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듯이 식물도 옮겨 심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린 나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임채영 한국산지보전협회 박사는 “초목이 태어났던 곳에서 이동할 때 기후, 토양, 대기 중 수분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어린 나무의 스트레스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에 보통 2~3년 된 나무를 옮겨 심는다”고 설명했다.
25일에는 독도를 찾았다. 울릉도에서 뱃길로 2시간 30분 거리이다. ‘새들의 고향’이라는 노랫말처럼 독도 하늘에는 괭이갈매기가 떼지어 날고 있었다. “갈매기 배설물로 토양이 오염돼 산림 복원이 쉽지 않다”는 연구진의 말이 실감났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배설물을 피해 암벽 계단을 오르자 복원된 식재지가 보였다.
대표적인 식재지는 독도 동도의 정화조 주변 440㎡면적에 조성됐다. 경사도가 비교적 완만하고 토심이 깊어 나무가 안정적으로 활착하기에 좋다. 사철나무, 섬괴불나무, 보리밥나무가 성인 남성 키보다 높게 자라 있었다. 나무 군락에는 괭이갈매기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갈매기가 낯선 이를 경계하듯 울어댔다. 복원 식재지에 둥지를 튼 첫 번째 갈매기 가족이라고 했다. 독도경비대 주변 340㎡, 해안포 주변 40㎡ 지구도 복원 식재지로 조성됐다.
양종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박사는 “울릉도와 독도는 육지하고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으로, 식물들이 내륙과 단절돼 아주 독특한 유전 다양성을 갖는다”며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섬이고, 생태·식물학적으로도 아주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독도 산림 생태계 복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성은 생물종 다양성”이라며 “훼손된 자연산림 생태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산림 생태 복원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복원 대상에 맞는 생태 환경을 고려하고, 복원 이후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릉도·독도|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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