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값이 '금값' 고물상 문전성시..지난 4분기比 26% 이상 올라

김동희 기자 2022. 5. 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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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폐골판지 값도 '들썩'..고철 값 1년比 26%↑
알루미늄도 12.35% 상승.."현재는 보합세 유지"
25일 오후 1시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대전지역 고물상의 고철 값이 1년 새 26% 상승했다. 사진=김동희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대전지역 고물상이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인상하자 철스크랩, 고철 등 각종 금속이 포함된 고물 값까지 덩달아 상승한 탓이다. 꾸준히 폐지를 줍던 노인들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등 고물상의 풍경마저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대전지역 고물상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량고철(두께 10mm 이하)는 1㎏당 570원으로 지난 4분기(450원)에 견줘 26.6% 올랐다. 중량고철(두께 10㎜ 이상)의 경우 430원에서 550원으로 27.06% 뛰었다. 고철 등 각종 금속이 포함된 철스크랩 시세도 같은 기간 1㎏당 300원에서 525원으로 75%나 치솟았다.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상승했다. 고물상에서 수집해 파는 구리는 통상 '상', '중', '하' 급으로 나뉘는데, 급에 따라 700-1000원 수준의 차이가 난다. '상급 구리'인 2㎜ 폐전선의 경우 1㎏당 1만 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원) 대비 10% 올랐다. 알루미늄 값은 같은 기간 890원에서 1000원으로 12.35% 상승했다.

폐지 값도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기 전 1㎏당 80원 수준으로 형성됐던 폐지 가격은 110원으로 37.5% 올랐다. 서구에 소재한 일부 고물상에선 매입 경쟁까지 불붙어 1㎏당 150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은 지난해 3월 t당 75만 원에서 올해 같은 달 114만 원으로 52%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물류망이 혼선을 빚자 그 여파가 지역 고물상까지 확대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구 가수원동에서 고물상을 운영 중인 70대 A씨는 "러·우 사태 이후 고물과 폐지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래는 100-200원씩 하던 상하 폭도 1000원으로 뛰는 일도 생겼다"며 "물론 지금은 보합세로 돌아섰지만 세계 최대 철근 생산국인 중국 정부가 감산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조만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물상의 풍경마저 달라지고 있다. 주기적으로 폐지를 내다 파는 노년층뿐만 아니라 직장인, 가정 주부, 청년 등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이 늘었다. 원자재 가격 폭등 사태로 고물상에 폐지와 고철 등을 내다 팔면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다.

유성구 원내동에 거주하는 60대 B씨는 "예전에는 폐업하는 식당, 이사하는 집 등에서 버리려던 고철을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나눠주곤 했는데 확실히 요즘엔 직접 내다 파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방금도 식당에서 쓰던 프라이팬 등을 팔고 7000원을 벌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속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보통 100원 단위로 오르내리던 고물 값이 러·우 사태를 맞아 폭등한 만큼 하락 폭에 대한 충격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단법인 전국고물상연합회 한 관계자는 "러·우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더불어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다 보니 마음이 급해진 기업 입장에서 고물상을 찾게 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게 됐다"며 "물론 지금은 다시 보합세로 돌아섰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5일 오후 1시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 각종 고철 등이 쌓여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대전지역 고물상의 고철 값이 1년 새 26% 상승했다. 사진=김동희 기자
25일 오후 1시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 각종 고철 등이 쌓여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대전지역 고물상의 고철 값이 1년 새 26% 상승했다. 사진=김동희 기자
25일 오후 1시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 근처에서 한 시민이 폐지와 고철 등을 손수레에 끌고 가고 있다. 사진=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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