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새도 떨어뜨린 인도 무더위.. 기후변화에 폭염 빈도 100배 증가

김표향 2022. 5.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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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가 역대급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영국 기상청은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에서 1900년 이후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0년 4, 5월 폭염 현상을 분석해 지구온난화가 폭염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기상청 니코스 크리스티디스 선임 연구원은 "인도 북서부에서 몬순 전 무더위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기후변화가 폭염 강도를 높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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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 기온 49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우기 시작 전 폭염 한 달 이상 빨리 나타나
새들도 탈수로 추락.. 구조 건수 10% 증가
지난 11일 인도 구자라트주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탈수 증상으로 구조된 새에게 주사기로 물을 먹이고 있다. 인도 비영리단체 지브다야 페이스북 제공

최근 인도가 역대급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지역에선 최고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했다. 봄은 진작에 건너뛰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발생 가능성이 100배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영국 기상청은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에서 1900년 이후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0년 4, 5월 폭염 현상을 분석해 지구온난화가 폭염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상정하지 않았을 경우 2010년을 넘어서는 폭염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은 312년에 한 번꼴이었으나, 기후변화를 고려했을 경우에는 3.1년에 한 번꼴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폭염 빈도를 100배나 증가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세기 말에는 주기가 1.15년으로 더 짧아져 거의 해마다 폭염을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인도 날씨는 2010년 폭염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15, 16일에는 북부 대도시 델리 기온이 연일 49도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썼다. 종전 최고기온은 1941년 4월 29일에 기록한 45.6도였다. 사람들은 머리에 젖은 천을 덮거나 몸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학교와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냉방용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면서 정전 사태가 속출했다. 농작물도 바짝 시들었다. 밀은 15%가 폭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웃나라 파키스탄도 상황이 심각하다. 델리가 신기록을 작성한 날, 파키스탄 신드주(州) 자코바다드의 수은주는 51도까지 올라갔다. 학자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합쳐 약 10억 명이 더위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팔리 마을에서 지난 11일 한 주민이 폭염으로 말라버린 연못 위를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다. 라자스탄=AFP 연합뉴스

인도에서 한동안 이어지는 무더위는 6월 몬순(우기)이 시작되기 이전 4, 5월에 흔히 나타나는 기후 특징이지만, 올해는 3월부터 보고됐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3월 평균 최고기온은 33.1도로, 1901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1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4월에도 평균 최고기온은 35.30도로, 2010년 35.42도, 2016년 35.32도와 거의 비슷했다. 이번 달 기온도 아직 중순인데 이미 평년을 훨씬 웃돌고 있다. 영국 기상청 니코스 크리스티디스 선임 연구원은 “인도 북서부에서 몬순 전 무더위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기후변화가 폭염 강도를 높였다”고 진단했다.

3개월째 지속되는 폭염은 하늘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선 탈수 증상과 체력 고갈로 땅바닥에 널브러져 죽어가는 비둘기와 솔개가 하루에 수십 마리씩 구조되고 있다. 지역 비영리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최근 몇 주간 치료한 새는 수천 마리에 달한다. 수의사들은 새 부리에 주사기를 물려 물을 먹이고 종합 비타민을 투여하며 정성껏 돌보고 있다. 10여 년간 구조대원으로 활동한 마노 바브사는 “올해 폭염은 역대 최악”이라며 “구조된 새가 10% 늘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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