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고밀개발하면.. 尹정부 내 10만 가구 추가 공급 가능"
윤 캠프 공약 참여한 이한준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장 인터뷰
신도시 재건축 전세난 대비, 이주단지 조성후 순차적 착공 필요
다시 재건축 있을 수 없어, 100년 내다본 계획은 필수
고령화시대, 재택근무, 자율주행 대비한 도시계획 만들어야
국토부, 주택과 교통 칸막이 행정 신도시 교통대란 자초 차학봉기자의>
“새 정부가 조기에 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리려면, 3기 신도시를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새로 신도시를 지정하거나 1기 신도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는 5~6년이 지난 후에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캠프의 정책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이한준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장은 “복잡한 이해 관계의 조정, 전세난을 피하기 위한 순차적 재건축 방식 등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는 신도시 재건축을 통한 획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임기내 집값 안정효과를 보려면 3기 신도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남양주 왕숙(6만6000 가구), 광명시흥(7만 가구), 하남 교산(3만2000 가구), 고양 창릉(3만8000 가구), 인천 계양(1만7000 가구) 등 3기 신도시를 개발 중이며 2024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계획이다. 그러나 보상 등이 늦어지면서 입주가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교통개발연구원 출신으로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GTX 건설 공약을 주도했다. 본지는 3일 이 회장을 만나 새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택공급 확대 공약, 임기내에 가능한가.
“토지 보상이 끝나가는 등 개발이 본격화된 3기 신도시의 도시 계획을 일부 바꾸면 윤 대통령 임기내에 10만 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토부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신도시를 새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토지보상에서 착공까지 4~5년이 걸린다. 차기 정부에서 입주를 시작할 것이다.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3기 신도시를 활용하는 것이 단기간에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이다. "
-3기 신도시를 고밀도로 개발하자는 주장인가?
“3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200%도 되지 않고 판매 가능한 가처분 면적이 40%대에 불과하다. 1기, 2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 적용했던 과거의 도시 계획 방법이 그대로 적용됐다. 3기 신도시는 역세권 중심으로 고밀도로 개발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300%까지 늘려 재건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3기 신도시는 아예 출발부터 고밀도로 개발해야 한다.
다만 3기 신도시는 향후 재건축이 필요없는 장수명 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100년후에도 도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미래형 신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
장수명 주택은설비 교체를 통해 기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구조를 갖춘 주택으로, 아파트도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고쳐서 쓰도록 설계한 주택이다.
-고밀개발하면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것 아닌가.
“1기 신도시는 고밀도 재건축해도 되고, 3기 신도시는 그렇게 하면 주거환경이 악화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역세권 중심으로 편의시설을 집중 배치,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 요즘 도시계획의 세계적 흐름이다. 고령화에 대비해 역세권 중심으로 집약적으로 개발하는 콤팩트 시티가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교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1기 신도시도, 서울도 규제완화를 통해 고밀도로 개발하겠다면서 3기 신도시만 고밀도 개발 불가론을 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관성적으로 지나치게 넓게 배치한 상업용지나 자족시설 용지 등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권역별 일자리 창출 도시 필요, 3~4만 가구 신도시의 자족도시론은 비현실적
-신도시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용 자족시설 용지가 대규모로 필요한 것 아닌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족도시는 필요하지만, 3만~4만 가구 규모의 신도시까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족형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 남부 지역의 일자리 거점 도시로 자리 잡았다. 경기동부, 경기북부 등 권역별로 일자리 거점 도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자리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에 베드타운을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직장과 주거가 함께 있는 ‘직주근접형’ 신도시가 도시 계획가들이 꿈꾸는 이상이다. 하지만 이미 시대의 흐름에 뒤처졌다. GTX로 직장과 주거지의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등 물리적 거리보다는 이동시간이 더 중요해진 만큼, 직주근접의 의미도 바꿀 필요가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을 두고 논란이 많다.
“1기 신도시는 입주한 지 30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새아파트를 원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대선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여당과 야당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경쟁적으로 공약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재건축은 특별법을 만들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도시정비 사업이다. 아파트 한 개 단지의 재건축도 10년이 걸린다. 정부 규제로 재건축이 늦어지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이해관계 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가령, 몇평짜리 아파트를 얼마나 배치하느냐, 어떤 시설을 배치하느냐, 공사비 부담 문제 등 입주자들의 요구가 다 다를 수 있다.
신도시 재건축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특히 훨씬 복잡한 일이다. 일단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30년후에 다시 재건축을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30년, 아니 100년후까지 내다본 재건축, 도시 재설계, 도시 기능 재배치를 해야 한다. 공원, 학교, 상업시설의 재배치도 필요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시니어 시설을 확충하고 장애인과 노인들이 생활하기 편리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설계를 채택해야 한다.”
◇전광석화같은 신도시 재건축 비현실적, 이주문제 등 걸림돌 제거해야
-1기 신도시가 30만가구나 된다. 재건축 기간의 이주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전세난 등을 감안하면 이주단지를 만들어서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순환개발 방식이 필수적이다. 1기 신도시는 30만 가구인데, 연간 3만 가구씩 재건축한다면 10년 이상 걸린다. 공사기간을 3년 정도로 보면 한꺼번에 최대 9만 가구 정도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이주에 따른 전세난과 집값 급등 등의 문제를 고려해 3기 신도시에 이주단지를 조성, 순차적으로 재건축할 수 밖에 없다. 기존 신도시의 공원에 이주단지를 짓고 나중에 아파트 부지를 대체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세입자들이 우선적으로 일반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신도시 재건축에 앞서서 결정해야할 사항들이 굉장히 많다.”
-신도시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을 높여주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부동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인다고 해도 3종 일반 주거지역 300%, 역세권(준주거지역) 500%는 지금의 도시 계획법상 최대 허용 용적률이다. 용적률을 높일수록 고밀도로 개발해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법적 용적률보다 매우 낮게 개발했다. 지금도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용적률 특혜가 아니라 용적률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특혜로 볼 수 없다. 개발이익을 공공기여로 환수하는 제도도 도입될 것이다. 재건축, 재개발을 할때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공원, 도로 등의 기부채납, 임대주택 제공 등의 제도가 있다. 적절한 공공기여 제도를 채택하면 특혜시비를 피할 수 있다.”
-신도시 재건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지역별 단지별 용적률 상향조정, 재건축 순서, 공공기여 방안 등을 결정하는 정부, 지자체, 입주자대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한 개 단지 재건축도 10년이 걸린다. 특별법을 만든다고 전광석화처럼 재건축이 이뤄질 수는 없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30년, 50년후의 도시기능 변화까지 감안한 도시의 재생, 재설계라는 측면도 있다. 새로 짓는 건물은 100년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목표는?
“주택공급 확대나 노후시설과 편의시설의 개보수 차원을 뛰어 넘어 신도시의 기능 조정 및 재배치, 미래를 위한 도시기능의 접목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신도시는 첨단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역할을 해야한다. 자율주행, 드론배송 등 첨단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도로구조, 건물구조를 갖춰야 한다. 둘째, 재건축을 활용한 필수시설의 보완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용적률을 활용한 공공기여는 임대주택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 공공기여를 노인요양시설, 도서관, 문화·체육센터, 창업센터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광역교통망과 일자리 창출 시설의 보완도 필요하다. 주민과 지자체,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면 공공기여를 다양화해서 지역활성화, 미래 필요시설을 짓는 데 투자하면 된다.
일정 정도 시간을 두고 재건축을 해야 미래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다. 지금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단기간에 도시를 건설, 시간이 지나면서 한꺼번에 노후화된 것이다. 외국에서는 신도시 개발을 하는데 수십년이 걸려서 자연스럽게 도시를 형성한다.”
◇고령화도 감안한 종합적 계획 세워야
-집값이 폭등했지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결국 주택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나는 개인적으로 3기 신도시 개발 자체를 반대했다. 이미 인구가 정점을 지났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수도권 인구 집중 등으로 수도권 주택수요가 늘어 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도권도 주택수요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그런 점을 감안, 3기 신도시보다는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바람직했다고 본다. 그러나 3기 신도시의 개발이 이미 시작된 만큼, 1기 신도시 재건축과 함께 미래의 인구변화 수요 변화를 고려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GTX 건설을 제안했다. 현재 GTX 건설이 너무 늦어진 것 아닌가.
“2008년 경기도와 서울을 교통체증 없이 연결시키는 교통수단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냉전시대에 거의 지하 100미터 가까운 대심도에 건설된 모스크바 지하철을 참조했다. 지하 40m 이하 개발에 대해서는 토지보상비가 크게 줄어들고 오히려 공사기간이 단축된다.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일반 지하철 건설비의 60% 정도 수준으로 만들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원칙적으로 찬성했지만, 4대강 사업에 집중하다보니 추진할 여력이 없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토부가 경기도 사업으로 보고 관심 자체를 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면서 GTX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다. GTX가 좀더 빨리 만들어졌으면 주택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
-GTX가 도시를 어떻게 바꿀까?
“GTX는 물리적 거리를 대폭 단출시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자율주행, 원격교육, 재택근무, 원격진료가 일반화될 것이다. 주거가 입지로부터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일종의 토지 이용의 빅뱅시대가 열릴 것이다. 공공의 토지 이용 규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좀 더 큰 시각, 미래 지향적으로 도시계획, 도시 행정을 펴야 한다.”
-외국은 GTX와 전철노선을 만들 때 신도시 , 택지개발도 함께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신도시를 추진한 후 보완대책으로 광역전철망을 건설한다. ‘선 개발, 후 교통’으로 신도시 입주때마다 교통대란이 발생한다.
“철도와 택지개발을 묶어서 해야 한다. 국토부 1차관이 국토 주택, 2차관이 철도 교통을 맡고 있다. 조직이 이원화돼 있다 보니 광역교통망과 택지개발이 따로 추진된다. 신도시가 개발된 후에 교통대책을 만들다보니 교통대란이 연례 행사가 됐다. 중복투자, 비효율적 투자가 많았고 그 손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본다. 도로, 도시계획, 주택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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