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그때 그 청바지', 요즘애들 찜..40년만에 부활한 톰보이
때는 1970년대 말, 성숙한 숙녀복이 지배하던 패션 시장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앞세운 브랜드 '톰보이(Tomboy)'가 등장했다. '천만 번을 변해도 나는 나'라는 도발적 광고 카피는 기성세대로부터 "싸가지 없다"는 평을 들었다.
1977년 고 최형로 회장이 설립한 톰보이는 국내 1세대 패션 브랜드다. '중성적인 소녀'를 뜻하는 톰보이는 제일모직으로 대표되던 당대의 숙녀복 유행을 단박에 전복시켰다. 남자같은 숏컷 헤어에 반바지를 매치한 톰보이 패션은 통념을 뒤엎는 파격으로 70~80년대 '신세대'(현 50대)를 사로잡았다. 톰보이는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단일브랜드 매출 1000억원을 일으키며 토종 패션 강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6년 최형로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극심한 자금난에 빠졌다. 2010년 7월, 톰보이는 겨우 16억원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와 함께 증시에서 상장폐지된다. 이듬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를 인수했다. 2011년이었다.
최근 국내 패션전문지 F사가 2030여성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패션브랜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튜디오 톰보이가 당당한 1위를 차지했다. 한물 간 브랜드로 망할 뻔했던 톰보이가 45년만에 최고 인기 브랜드로 부활한 것이다.
MZ세대가 톰보이에 열광한 포인트는 본인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큰 '오버사이즈', 편안한 루즈핏에 중성적인 디자인, 무의식적인 털털한 이미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패션업계를 지배하는 화두인 '젠더리스(성별의 구분이 없는) 트렌드가 스튜디오톰보이의 브랜드 헤리티지(유산)와 정확히 일치한 측면이 있다"며 "다른 여성복 브랜드는 유행에 따라 디자인을 바꿨지만 톰보이는 특유의 중성적인 감성과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는 지난 2012년 적자를 내던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염가에 인수해 코스메틱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2020년 이후에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명품 소비열풍이 폭발하며 해외패션부문(수입명품) 유통 매출이 급증했다. 패션에 화장품을 더한 뒤 명품사업까지 주목받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증시에서 패션·화장품·가방을 아우르는 '명품주'로 변신했다.
올 1분기에는 스튜디오톰보이 영업이익이 급증한 가운데 코스메틱부문에서 고가 니치향수 매출이 증가했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매출도 전년비 129.7% 신장했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며 신세계인터 주가는 5월 급락장에서 선방 중이다. 5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11일까지 100포인트 넘게 급락하는 동안 신세계인터 주가는 3.93% 상승했다.
배송이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 소비트렌드 덕분에 해외패션이 추세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패션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리오프닝 수혜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패션에서 톰보이의 경쟁력 강화가 고무적이며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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