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캠에 서울캠 졸업장 부여 '갈등'..외대생 "취업시장도 좁은데 억울"

이가람,안채린 2022. 5. 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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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정문. [안채린 기자]
"그나마 인서울로 이름 난 곳 가겠다고 밤잠 줄여가면서 공부했는데 두 개 등급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과 같은 졸업장을 받는다. 미쳐버린 서울 물가 감당하면서 침대와 책상만 들어가도 꽉 찬 원룸에서 먹고 자고 있다. 반면 용인은 싼 값에 방을 구해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다. 과정은 천지 차이인데 결과는 같다. 이게 맞나?" (에브리타임 한국외대 자유게시판)

한국외대가 용인글로벌캠퍼스 내 일부 학과를 서울캠퍼스 내 유사 학과와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캠퍼스 소속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학제 개편안에 용인캠퍼스 소속 학생에게 서울캠퍼스 졸업증명서를 수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외국어계열 유사 학과 구조조정을 위한 학제 개편안을 승인했다. 통폐합 대상이 되는 학과는 용인캠퍼스 통번역대학 영어·중국어·일본어·태국어통번역학과와 국제지역대학 프랑스·인도·러시아·브라질 학과다.

통폐합 대상이 된 학과들은 더 이상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이 모두 졸업해 재적학생이 0명이 되면 학과가 없어지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사학과의 졸업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이에 서울캠퍼스 소속 학생들은 대체로 "노력을 부정당한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울캠퍼스와 용인캠퍼스는 입시 성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식적이지 못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졸업장이 폐과 학생 달래기를 위한 보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과 이원화 캠퍼스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2학년 A씨는 "학생들 대다수가 (서울캠퍼스 졸업장 수여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특히 취업시장의 문이 좁은 어문계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서울캠 학생들이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이번 학과 통폐합 대상인 일본어과에 재학 중인 B씨는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천천히 합리적으로 진행됐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번 결정은 학교 측에서 강압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으로 서울캠과 글로벌캠 학생들 모두 불편해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총학생회가 실시한 학과 통폐합 반대서명에 1800여명의 학생이 동참했다. 총학생회는 꾸준히 학교 및 교육당국과 서울캠퍼스 졸업장 수여에 대한 세부계획과 통폐합 확대시행 금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측이 의견수렴 절차를 밟긴 했지만 실제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반발이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여론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입학 과정이 달랐는데 학위가 같아지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학교 측에서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충분히 내놓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글로벌캠퍼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학과통폐합을 빠르게 진행해 용인캠퍼스 학생에게 서울캠퍼스 학위를 주는 것이 두 캠퍼스 간의 벽을 희석시키는 방법이다'라는 주장과 '서울캠퍼스 가기 위해 재수까지 한 사람들은 내다버린 1년이냐'는 견해가 맞붙었다.

일각에서는 지역캠퍼스 차별을 지양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한 학생은 "혐오 글로 가득한 걸 보니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적법 절차에 의거해 의견을 피력하는 게 외대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이번 외국어계열 구조조정 학제개편은 유사성이 높은 12개 학과를 대상으로 추진했으나, 4개 학과의 경우 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제외하고 8개 학과만 진행했다"며 "현재 학제개편안은 학칙 개정 등이 완료된 상황이라 추가적인 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근본적인 책임은 학교 측의 소통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향후 '하나의 외대'를 지향하는 구조조정을 위한 학제개편 등을 추진함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안채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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