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시향 갔다 사진도 찍고 그릇도 산다고?
알다시피 향수는 뿌린 즉시 나는 향만큼이나 잔향이 중요하다. 처음 뿌린 향과 달리 잔향에서 향수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향수 마니아 중에서는 사고 싶은 향수가 있으면 매장에서 뿌리고 반나절 지나 남은 향이 마음에 들었을 때 다시 매장에 돌아와서 사는 이들도 있다. 바로 '득템'하지 않고 쇼핑에 '뜸'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렇게 뜸 들이며 여유롭게 향수 쇼핑을 하려면 어디가 좋을까.
세계 최대 크기 매장
딥티크는 니치 향수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조말론과 바이레도 등과 함께 마니아 사이에서 '조딥바'로 묶여 불리기도 한다. 연예인도 많이 쓰고, 니치 향수에 입문하려는 이들이 많이 추천받는 브랜드다. 주변에서 '향수 좀 뿌린다'는 친구들은 이 중 하나 이상은 화장대에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찐' 니치 향수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 브랜드들이 니치 향수치고는 너무 흔해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그런 딥티크는 왜 전 세계 수많은 도시 중 서울에 가장 큰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을까. 한국 향수 시장 성장세를 보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참고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딥티크 구매 고객의 63%는 2030세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약 5000억 원이던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6000억 원으로 4년 만에 20% 가까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6500억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고가 프리미엄 니치 향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가 여느 향수 매장과 다른 점은 향수 외에 홈 데코 용품들도 함께 판다는 것이다. 기자가 매장을 찾은 날은 평일 오후였는데도 방문객 10여 명이 있었다. 모두 MZ세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파리의 어느 아늑한 가정집을 콘셉트로 해 꾸몄다(물론 기자가 실제로 가본 파리 가정집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이곳에서는 딥티크 향수와 향초 전체 라인을 만나볼 수 있다. 원하는 제품은 직접 시향지에 뿌려 향을 맡아도 되고 직원이 향을 뿌려주기도 한다. 도톰한 시향지에 뿌려진 향을 맡으며 매장 1층과 2층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처음 뿌렸을 때 나는 알코올 향은 사라지고 특유의 향만 남았다. 구매 시에는 이곳 매장에서만 제공하는 맞춤 포장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파리 가정집 콘셉트
본점인 파리 생제르맹 34번가 부티크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요소를 재연해둔 덕에 사진 찍기에 좋았다. 진열된 소품은 대부분 살 수 있는데, 가격이 따로 나와 있지는 않고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직원과 상담하면 된다. 대부분 가격 태그가 붙어 있지 않기에 스토어에 가기 전 대략적인 금액을 가늠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몇 가지 단서를 제시해본다.
딥티크 탐다오 오드뚜왈렛 100㎖가 19만 원대, 딥티크 필로시코스 오드퍼퓸이 75㎖에 23만 원대이니 소품은 비슷한 가격대 혹은 그 이상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해외 다른 매장에서 파는 원형 그릇은 20㎝짜리가 10만~15만 원 선이고, 아트 디자인이 더해진 제품은 30만 원까지 나간다. 기자처럼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 쇼핑을 시작할 마음조차 안 드는 이라면 가기 전 참고하자.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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