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에어팟·버즈가 식상하다면.. 영국 낫싱 무선이어폰 '이어원' 대안

박성우 기자 2022. 5.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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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아니면 땅콩 디자인 뻔한 게 싫다면
낫싱, 이어원 추천..투명 디자인이 '매력'
기판과 소자가 디자인..공대·홍대 감성 '별명'
노이즈 캔슬링, 11.9만원 '가성비' AS는 '걱정'
낫싱의 블루투스 이어폰 '이어원 블랙에디션'의 모습. /박성우 기자

중국집에 갈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딜레마’가 있다. 달고 짠 맛의 조화가 일품인 ‘짜장면’을 고를지, 얼큰한 국물이 있는 짬뽕을 선택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두 음식 모두 매력이 있지만, 때로는 짜장면과 짬뽕이 식상할 때도 있다. 이럴 때 가끔 우동이나 울면을 선택하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음악 등을 듣는 이어버드(귓속에 넣는 소형 이어폰) 시장에도 이러한 딜레마가 있다.

이어버드 시장은 2016년 애플이 출시한 에어팟의 이른바 ‘콩나물 디자인’과 2019년 삼성전자(005930)가 출시한 갤럭시 버즈 시리즈의 ‘땅콩’ 디자인으로 양분된다. 두 제품의 디자인은 출시 이후 이어버드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 ‘폼팩터(외형)’가 돼버렸다. 그간 이어버드를 출시한 기업이 많았지만, 디자인이 대부분 비슷해 보이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소비자의 불만을 반영해 디자인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낫싱(NOTHING)의 이어버드 ‘이어원(ear 1)’이 시장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낫싱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 공동창업자인 스웨덴 기업가 ‘칼 페이(Carl Pei)’가 2020년 창업한 기업으로 퀄컴 등이 총 1억4400만달러(약 1830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이어원(ear 1)은 전 세계적으로 22만대 이상 판매되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이번에 사용해 본 제품은 기존 제품인 이어원에 블랙의 색감을 입힌 ‘이어원 블랙 에디션’이다.

이어원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디자인이다. 이번 이어원 블랙에디션은 기존의 투명한 외관을 가진 이어원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마치 자동차 유리창에 틴팅을 한 것처럼 검은색의 투명 플라스틱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이어원은 내부의 마이크와 인쇄회로기판(PCB), 각종 소자들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부품이 디자인적 요소로 활용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어원을 ‘공과대학(공대)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낫싱 이어원의 안쪽 모습. 투명 소재를 채택해 내부 PCB기판과 소자들이 노출돼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박성우

전체적인 디자인은 귓구멍에 넣는 헤드와 길게 뻗어있는 줄기로 구분된다. 줄기 옆면에는 낫싱을 상징하는 자체 픽셀 폰트로 ‘NOTHING ear (1)’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왼쪽 모듈에는 흰색점, 오른쪽은 빨간점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전체적으로 블랙·화이트·레드색의 조합이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해줬다.

이어원 블랙은 충전케이스도 검정색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케이스 내부의 요소들이 그대로 디자인으로 노출됐다. 충전케이스를 열어 보면 양쪽에 네오디뮴 자석이 부착돼 있다. 이어원 제품을 케이스에 가까이 대면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 들면서 제자리를 찾아갔다. 불을 끈 침대에서도 제품 보관이나 충전을 위해, 구멍을 신경 써서 찾아서 고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적다는 의미다.

또 충전케이스의 뚜껑을 열렸을 때 살짝 힘을 줘도 힌지(이음새)가 접히는 ‘반자동’ 방식을 채택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간혹 중저가 이어버드 제품을 구입할 경우, 뚜껑이 덜렁거리는 등 힌지가 약한 모습을 자주 봤다. 이러한 디테일은 전체적으로 마감이 좋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어원의 또 다른 별명은 ‘홍대 감성’이다. 디자인적으로 애플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면서, 개성을 중시하는 홍대 앞 거리같이 ‘희귀함’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에어팟, 버즈의 디자인이 식상하다고 느낀 소비자라면 이어원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에어팟 프로(위)와 갤럭시 버즈 프로(아래) /애플, 삼성전자 제공

이어원은 이어버드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음질과 착용감 부분에서도 꽤 괜찮은 성능을 보여줬다. 이어원의 한쪽 무게는 4.7g으로 에어팟프로(5.4g), 갤럭시 버즈2(5g)에 비해 가벼웠다. 귓구멍에 밀착시키는 이어팁을 3가지 크기로 제공하면서 나쁘지 않은 착용감을 느끼게 해줬다. 다만, 음질은 에어팟 프로나 갤럭시 버즈 프로에 비해서는 고음이 다소 부족한 느낌을 줬다.

이어원의 가격은 11만9000원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이어버드 시장에서 중저가형 제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저가형 제품임에도 고가 제품에 적용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된다. 이 기술은 음향기기에서 음악 감상 등을 할 때 방해가 되는 외부 소음을 상쇄, 혹은 차단하는 기술을 말한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가 처음 출시됐을 때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도 훌륭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성능 덕분이었다.

에어팟 프로의 정가는 32만9000원이다. 인터넷 최저가로 구입할 경우, 24만5000원 수준에 구입할 수 있다. 아무리 최저가라고 해도 이어원 가격의 2배 수준이다. 갤럭시 버즈 프로도 시중에서 12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두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유니크한 디자인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지원하면서 가성비면에서 훌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낫싱 이어원 전용 애플리케이션 /앱 캡처

특히 이어원은 애플 iOS 및 구글 안드로이드용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어 이퀄라이저, 제스처 컨트롤 등의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귀에 착용한 상태에서 이어버드 가장자리를 쓸어올리면 소리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쓸어내리면 볼륨을 낮출 수 있다. 인공지능 ‘시리’의 음성명령으로 볼륨을 조절해야 했던 에어팟에 비해서 매우 유용했다. 팁 부분을 두 번 탭하면 재생, 멈춤이 실행되며, 세 번을 탭하면 다음 노래가 선택된다.

또 제품을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다 제품을 잃어버린 경우, 전용앱에서 ‘내 이어버드 찾기(Find My Earbud)’ 기능을 사용해 알림음을 울리게 해,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어원은 최대 5.7시간 이어버드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케이스를 함께 사용한다면 최대 34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10분 충전으로 8시간 사용이 가능한 고속 충전 기능을 지원하며, 충전 케이스는 표준 치(Qi) 방식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고속·무선 충전의 경우, 대부분 고가의 제품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어원의 투명 케이스의 모습. 왼쪽은 케이스 뚜껑을 열었을 때의 모습. 오른쪽은 케이스를 닫을 때의 모습. 충전 중인 이어원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낫싱

하지만 분명한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에어팟과 버즈가 이어버드 시장을 주도하면서 튀는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이어원은 고민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미 시장에 2만~6만원 수준에 샤오미 등 성능이 괜찮은 저가형 이어버드가 많은 상황에서 11만9000원의 가격은 애매할 수 있다.

또 이어원의 본체와 케이스는 모두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크래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별도의 케이스를 장착할 수 있지만, 투명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 에어팟과 버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케이스가 커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부담스럽다는 것도 단점이다.

안드로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같은 C타입 충전 방식으로 이어원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는 라이트닝 케이블이라 충전에 사용할 수 없다. 또 이미 아이폰에는 완벽한 호환을 자랑하는 에어팟 제품이 있어, 이어원의 매력이 조금은 떨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에 여러 서비스센터를 구축해둔 상태다. 하지만 낫싱은 아직 국내 지사조차 들어오지 않은 만큼 고장이 날 경우, 수리를 제대로 받을지 우려스럽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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