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여름 불태운 완주, 봄에 와도 좋은 이유 [여행+영상]

권오균 2022. 5. 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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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머 패키지 촬영한 이후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 인기 여전
오성제, 위봉폭포와 산성까지
ARMY 아니라도 순례 여행 떠날 만
봄에는 벚꽃 이어 철쭉 꽃동산 장관
되재성당, 산속등대 등 숨은 명소
아이들 마구 뛰노는 모습 보니
코로나 끝이 보이는 듯해 감격
드론으로 촬영한 완주 화산꽃동산. <제공 = 지엔씨이십일>

전주 옆 완주는 어느새 전주만큼이나 유명한 여행지가 됐다. BTS가 2019년 서머 패키지 촬영을 위해 완주를 방문한 덕분이다. 이때 BTS는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을 5일 동안 통째로 빌려서 먹고 잤다. 주변 오성제 저수지의 나홀로나무, 위봉산성에서 사진을 찍고, 경각산 패러글라이딩을 탄 모습이 썸머 패키지에 담겼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완주가 알려졌다.

BTS가 방문한 때인 여름이 오기 전 완주에 다녀왔다. 완연한 봄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완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코시국(코로나 시국)의 종말을 알리는 듯 인근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완주의 경천애인마을 운동장에서 마구 뛰어놀았고, 철쭉이 물이 오른 화산꽃동산과 금낭화 군락지가 있는 대아수목원에서는 꽃들이 손을 흔드는 듯 반겨줬다. 물론 BTS가 방문한 명소의 인기도 여전했다. 언젠가 다른 계절에 또 다시 BTS가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전히 인기인 아원고택과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

BTS가 머물렀던 아원고택은 여전히 예약이 어렵다. 고택에서 일하는 전하루 매니저는 “코로나 시국이 한창이던 무렵에는 불안감에 갑자기 전날 취소하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평일에는 적어도 3개월 전, 주말에는 6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 두어야 한다고 전 매니저는 강조했다.

아원고택.

아원고택은 방이 4개로 숙박료는 30만~1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고택 마루에 앉거나 누워 오성제 저수지와 종남산과 위봉산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고 한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후기가 와닿는다. 참고로 BTS는 4채를 모두 빌렸다. 그것도 장장 5일 동안이나.

아원(我院)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과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되는데,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의 250년 고택, 정읍의 150년 고택을 이축했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 조만간 아원고택에 한 채가 늘어난다. 전라남도 함평에 있는 서당을 옮겨와 공사를 하고 있다.

아원고택 1층 갤러리. 숙박객이 아니라도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2층 고택까지 구경하고 갈 수 있다. 다만, 숙박객이 머무는 시간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아원고택 숙박 어렵다면 인근 카페 투어로 대체할 수 있다. 우선 아원고택 1층은 갤러리 겸 카페다. 고택 숙박하기 전에 대기하는 장소와 식당 자리 등을 둘러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오스갤러리 외관.
오스갤러리 내부.
오스갤러리 마스코트 순남이.

인근 오스갤러리는 1995년 잠종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해 미술관과 카페로 만들었다. 연 4~5회 전시전이 바뀌며, 억대를 호가하는 장비들이 갖춰진 음악감상실이 있다. 원두도 계절에 따라 생두를 구매해 직접 로스팅한다. 눈길을 끄는 마스코트가 있다. 꼭 사자처럼 생긴 녀석인데 사실 개다. 중국 종인 차우차우로 이름은 순남이다. 누나가 아원고택에 사는 순진이다. 무섭게 생겼지만 순남이는 워낙 순해서 순진이에게 늘 두들겨 맞는다고 한다.

이제는 'BTS나무'라 불리는 오성제 나홀로 나무 옆에 두 여인이 서있다. <제공 = 지엔씨이십일>

오성제 저수지에는 BTS의 팬클럽 아미가 반드시 방문하는 장소가 있다. 이제는 BTS 나무라 불리는 오성제의 나홀로 나무다. 원래는 드라마 ‘발효가족’에서 수목장으로 심은 나무였다고 한다.

위봉산성. <제공 = 지엔씨이십일>
위봉폭포. <제공 = 지엔씨이십일>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오성제 근방 위봉 형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위봉폭포는 전망대에서는 2단으로 꺾여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리꽂히는 모습이 보인다. 산길을 따라 가까이 가면 웅덩이에 물이 제법 차 있다.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위봉산성은 성문이 명소다. 산성은 유사시 전주 경기전의 태조 영정,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축조해 놓은 곳이다. 실제로 동학농민운동 때 잠시 경기전의 물건들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BTS 서머 패키지에 등장한 이래 BTS 힐링 성지가 되었다.

▷ 벚꽃엔딩 이후 찾아온 철쭉꽃동산 두 곳

작년 봄 송광사 가는 길목 벚꽃터널. 올해도 이미 벚꽃은 졌다. 아직 철쭉은 남아있다.

봄꽃 시즌은 두 번이다. 벚꽃과 철쭉. 완주에서는 송광사 가는 길에 장장 2km가량 벚꽃 터널이 생기는 4월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는 늦었지만, 안 가봤다면 꼭꼭 저장해놓고 다음에 가보시기를.

드론으로 촬영한 화산꽃동산. <제공 = 지엔씨이십일>
화산꽃동산.

두 번째 봄꽃은 철쭉이다. 완주의 철쭉 꽃동산은 화산꽃동산과 대아수목원이다. 철쭉만 놓고 보면 화산꽃동산이 압권이다. 화산꽃동산은 30여 년 전 한 개인이 33만m²(약 10만 평)의 동산에 철쭉을 심어 조성했다. 철쭉꽃밭과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봄 처녀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잘 다듬어진 조경수와 돌탑도 볼 수 있다.

대아수목원.

대아수목원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이 지역은 70년대 초 화전경작이 중단된 후 지형적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워 인위적인 훼손 없이 다양한 식물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었다. 150만m²(약 45만 평)가 넘는 넓은 대지에 자생종을 비롯해 식재 및 원예종 등을 포함한 26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특히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쯤에 분홍색 꽃이 만발하는 대아수목원 금낭화 자생군락지는 전국 최대 2만m²(약 6000평) 규모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왕복 1시간40분은 잡고 올라야 한다. 숨이 턱턱 막힐 때쯤 금낭화를 비롯해 하얀색 미나리냉이, 노란색 애기똥풀 등 수 많은 꽃이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응원해준다.

대아수목원 금낭화 군락지.

금낭화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의 모양이 여자들이 옷에 매는 비단 주머니를 닮았다고 하여 ‘며느리 주머니’, 모란처럼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있으면서 꽃대가 등처럼 휘어져 있어 ‘등 모란’으로도 불린다. 꽃의 모양이 특이하고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다. 뿌리와 줄기를 타박상이나 종기를 치료하는 한방약재로 쓰이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 숨은 여행지 되재성당, 산속등대, 경천마을

되재성당.

BTS의 서머패키지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왕 완주에 왔다면 되재성당도 가볼 만하다. 1895년 건립된 되재성당은 한국 천주교회 중 서울 약현성당 다음으로 두 번째로 완공된 성당이다. 한강 이남에서는 처음 세워진 성당이며, 최초의 한옥성당으로 추정된다. 되재성당은 한국전쟁 때 건물이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2008년 복원했다. '되재(升峙)'라는 명칭은 완주군 화사면 승치리에 있는 고개를 뜻한다. 위봉산성, 오성제 나홀로 나무 옆만큼이나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을 제공한다.

산속등대 복합문화공간.

이 외에도 숨은 여행지로 산속등대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제지공장의 빨간 굴뚝을 숲속에 솟은 등대로 해석한 주인장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해 탄생했다. 2019년 5월 9일 개관한 문화공간은 40여 년간 방치해 온 종이공장의 외관은 보존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도시재생 공간이자 문화공간이다. 미술관, 체험관(어뮤즈월드), 아트플랫폼, 야외공연장, 모두의 테이블, 등대, 수생생태정원, 슨슨카페 등을 갖췄다. 미술관에서는 6월까지 등대 사진전이 열린다.

경천애인마을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짚라인을 타고 있다.

단체 체험학습 관광지인 경천애인마을은 사계절 내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휴양 시설이다. 경천애인권역 활성화센터와 체험휴양시설인 농촌사랑학교가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농촌체험인원이 연간 1만여 명에 달했다. 마을에서 1km 정도 남쪽으로 가면 1만m²(약 3000평) 규모의 편백 숲이 있고, 마을 가운데 흐르고 있는 1급수인 구룡천 가에 4만m²(약 1만2000평) 규모 경천체육공원이 있어 축구, 농구, 배구, 족구 등 단체운동을 즐길 수 있다. 편백나무 숲까지는 걸어갈 만한 거리이지만, 깡통 열차를 타면 스릴 만점이다. 오랜만에 이곳 경천애인마을에 아이들이 찾아왔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집라인에 서로 매달리려고 들러붙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에서 코로나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완주(전북)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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