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평양'의 가든파티, 테라스 정원, 파고라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2022. 5.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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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시의 정원이 달라지고 있다
"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26편 옥외 디자인

[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 (현)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일 년 중 가장 화사한 계절 봄이다. 올봄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오랫동안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증가한 것 같다.

북한에서도 봄 야외 행사 소식이 들려온다. 북측은 매해 4월이 되면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는데, 특히 올해는 태양절 110주기와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을 맞아 평양 시내 야외 경축 공연과 조명축전, 야간 열병식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북한 행사들 중 디자인 전공자로서 눈에 띈 것은 위 사진에 보이는 당 중앙위원회 본부 정원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야외 연회였다.

지난 4월 25일 지난 2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청사 정원에서 열린 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행사 참가 인민군 부대 지휘관들을 위한 야외 연회 사진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날 행사는 전문 파티 플래너(party planner)가 있는 듯 공연무대와 꽃장식, 좌석 리본 장식까지 붉은색으로 맞추어 연출력을 뽐낸 가든파티였다. 특히 연회는 인민군복을 입은 지휘관들과 대비되는 김정은 총비서 부부의 흰색 의상과 길게 늘어뜨린 하얀 테이블보, 행사 이벤트 백마들까지 '순백색'으로 맞추어 행사의 화려함을 더하였다.

행사의 컬러 코드는 2012년 김정은 총비서가 산업미술 부문 일군들에게 "색에도 다 의미가 있는 것만큼 색을 시기와 장소, 용도와 대상에 맞게 선택하여야 하며 그러자면 산업미술 창작가들이 색에 대하여 깊은 조예를 가져야 합니다"라는 담화 내용이 떠오르게 한다.

북한 매체에 소개된 사진, 영상을 보면 주류용 대형 오크통도 보이고, 오후 늦게 시작해 은은히 밝아지는 무대조명과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줄 전구 조명도 음식 서비스 테이블 주변에 설치해 화려한 연출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작년 9월에도 같은 자리에서 정권 수립 73주년 경축을 위한 노력 혁신자, 공로자들의 야외 연회를 열었는데, 올해는 그때 모습보다 더 체계적이고 확연히 세련된 느낌을 준다.

당 본부청사 정원뿐만 아니라 올해 4월 준공되어 입주를 마친 평양 보통강 구역 호안 다락식 주택지구의 잔디 덮인 정원도 인상적이다. 경루동의 다락식 주택은 북한에서 새로운 주택건설의 본보기로 불린다. 이 정원의 정갈한 조경방식과 노대(발코니)에 조성된 세대별 테라스 정원도 전국에서 따라 하기 열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월 25일 완공된 평양 보통강변 고급 주택지구의 공용정원과 베란다에 조성된 개별 정원 사진(좌). 2021년 10월 당 창건 76년 기념 국가산업미술전시회 출품된 '다락식주택 건축장식도안'(우) (출처=조선중앙TV 화면 캡처) © 뉴스1

북한에서 잔디정원과 관련된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인 2013년 이후이다. 총비서가 도시녹화를 위해 전국에 잔디심기 운동을 지시하면서 '잔디 깎는 기계 도안'들이 먼저 등장하였다. 2013년 국전에는 '잔디 씨종합 파종기 형태 도안'이 출품되었고, 2014년에는 평양미술대학 김경국이 디자인한 '잔디 깎는 기계 형태 도안'이 소개되었다. 잔디 깎는 기계들은 기계공업대학, 공장, 기업소들에서도 자체적으로 여러 종류의 기계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평양에서 2015년 8월 새로 완공된 평양양로원도 대동강 강변과 어울려 정원이 예쁘기로 이름난 곳이다. 준공 이후 평양양로원은 전국 노인시설의 모범 설계 사례가 되어 북한 지방 양로원들 신축 설계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지방 양로원들의 준공 사진들을 보면 평양양로원만큼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곳은 아직 없는 듯하다.

2016년 「조선건축」에 소개된 평양양로원 정원 사진. 평양양로원의 정원은 전통건축 양식의 건물들과 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한식 정자와 원형 파고라(pergola), 백색 파라솔, 현대식 휴게 의자들이 어우러져 이색 경관을 보여준다. (출처=조선건축(2016) 제1호) © 뉴스1

한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캠핑과 차박의 유행으로 가족 단위 혹은 소형 텐트, 가림막 디자인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북한도 옥외 천막을 디자인하지만, 집단생활이 많아서인지 막의 크기가 대형인 것이 특징이다. 2017년에 대외 선전매체에 소개된 '천막도안'도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크기이며, 비닐 창문 개구부 형태와 줄무늬 지붕이 평양양로원 파고라처럼 이국적이다.

북한의 선전사이트 '서광'(2017.11.15)에 소개된 '천막도안들' © 뉴스1

평양시에서 올해 2월 10일부터 3월 중순까지 진행된 '광명성절 경축 평양시 산업미술 전시회'에서도 총 44개 단위들이 출품한 작품들 중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야외 화대(꽃 화분대) 장식도안들을 볼 수 있었다. 2022년 태양절 110주년 기념으로 4월 6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리고 있는 국가 산업미술 전시회에서도 건물녹화, 조경, 옥외 공공시설물 도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10년 동안 "산업미술은 경제건설을 다그치고 인민 생활 향상시키는 데서 척후대의 사명을 수행합니다"라고 디자인을 유독 강조한 북한 권력자의 영향일까? 북한의 도시, 건축물, 경관이 과거보다 더 빠르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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