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참았더니 '벼락거지'"..文정부서 서울 집값 6.5억→13억

권화순 기자 2022. 5. 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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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② 부동산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 3월 1236건으로 집계, 1년 전 거래량 4495건과 비교해 72.5% 급감한 것으로 알려진 2일 서울의 한 부동산업체 밀집지역 모습. 이는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같은 유동성 축소,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계속된 여파로 해석된다. 특히 타 지역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서울에선 실수요자의 구매력도 더 낮다는 분석이다. 2022.05.02.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론적으로 '참패'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요 억제 정책 위주로 스무번 넘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집값이 오른 유주택자도, 집이 없는 무주택자도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집값을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집값 상승이 전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상대적 평가와 별개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은 역대급이었다.
문재인 정부 5년, 집값 정확히 2배 뛰었다..강남 아파트값은 해마다 2억씩 급등
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시세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1000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6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4000만원이었다. 5년간 집값이 정확히 2배 뛴 것이다. 강남3구 아파트값은 더 극적으로 올랐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구의 경우 이달 평균값이 26억원에 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의 12억9000만원 대비 13억1000만원 뛴 가격이다. 지난 5년간 매년 강남 아파트 가격이 2억~3억원씩 올랐단 뜻이다. 강남 아파트 보유자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연간 2억원씩 재산이 불었다.

아파트를 포함한 종합 주택 매매가격 기준(한국부동산원)으로 보면 전국 주택가격은 2021년 9.93% 올랐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1.48%, 2018년 1.10%였던 변동률은 2019년에는 심지어 0.36% 하락했다. 하지만 이듬해 2020년 5.36%로 뛰었고, 2021년에는 무려 1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연간 9.93% 상승은 부동산원이 200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11.58%가 역대 가장 높았던 때다.

물론 집값 상승세는 저금리 기조하에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한국의 집값 명목지수는 2017년 102.85에서 2021년 116.89로 5년 새 13.6% 증가했다. 문 대통령 주장대로 변동률 비교가 가능한 조사대상 43개국 가운데 8번째로 낮다. 이 기간에 터키 집값은 89.4% 올랐고, 헝가리(61.9%), 체코(53.9%), 룩셈부르크(53.7%)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지수 역시 2017년 100.00에서 지난해 107.97로 7.96% 증가했다. 이는 조사 국가 가운데 10번째로 낮은 수치다. 다만 국가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제출하는 집값 자료 기준이 제각각이라서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극심한 자산양극화, 서울서 월급 한푼 안쓰고 17년 모아야 '내집마련'...임대차3법·주임사는 차기정부 숙제로 넘겨져
전국민의 40%는 무주택자다. 집값이 단기간 너무 오르면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 자산 양극화가 역대급으로 심화했다. 집이 있는 사람은 지난 2년간 저절로 재산이 2배 불어난 셈이고, 집이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패닉바잉'이 한창이던 2020년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영끌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당시 집을 산 사람이라면 집값 폭등기에 재산이 2배 불었다.

수도권에서는 직장인이 월급으로 내집 마련을 하려면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8년을 모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2020년 7월~12월 표본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은 수도권 기준으로 8배였다. 전년 6.8배 대비 급등했다.

서울만 따로 떼어내면 PIR은 훨씬 높아진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2021년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이 산출한 서울 부동산의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6배로 집계됐다. 17년 이상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지역 PIR은 2018년 말 14.3배, 2019년 말 14.5배, 2020년 말 16.8배로 매년 오름세를 이어가더니 2021년에는 절정에 달했다.

집값 잡기는 실패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 활성화와 임대차3법 시행이 대표적이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매물잠김과 과도한 세금혜택 논란으로 정권 후반기 들어 갈수록 후퇴하긴 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도리어 축소했던 혜택과 범위를 늘리겠다고 했다. 임대차3법은 다양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임차인의 주거 안정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라는 데는 새 정부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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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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