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10만가구 추가 공급한다
새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국정과제로 확정했다. 특히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체계적인 재정비를 위해 올해 안에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는 대출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 완화 등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시가격 체계 개편, 임대차 3법 재검토 등의 정책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부동산 관련 국정 과제가 ‘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이 끝나고 두 달 가까이 검토한 내용치고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연내 착수
인수위는 이날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250만 가구 공급 로드맵을 추진하겠다”면서 안전진단,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3대 규제를 개선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하기엔 집값 불안이나 무주택자 반발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원희룡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단기적으로 집값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는 안전진단, 초과이익 환수제는 당분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도 핵심 공급 정책으로 추진한다. 인수위는 특별법 제정으로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 면적 합계의 비율)을 상향 조정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신도시에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된 상태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을 공론화한 상태여서 여야 합의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1기 신도시에서 여러 아파트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면 전세난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어 공공(公共)이 개입하는 통합 개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 팀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종합 발전계획을 구상하고, 질서 있게 재정비를 진행하겠다”며 “단순히 아파트를 추가로 짓는 수준을 넘어 산업과 고용까지 고려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공시가 현실화·임대차 3법은 폐기되나
문재인 정부가 도입해 부동산 시장에서 논란이 된 ‘임대차 3법’과 ‘공시가격 현실화’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수준의 개편이 예상된다. 원 후보자는 전날 “폐기에 가까운 전면 재검토”(임대차 3법) “조세법률주의 위반”(공시가격) 같은 강경한 표현을 쓰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임대차 3법에 대해 “기존 틀을 유지한 채 보완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원 후보자는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원 후보자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임대인에겐 보유세를 깎아주는 등 세련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기존 70%에서 80%까지 상향 조정하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도 일부 허용하는 규제 완화 방안도 국정과제에 담겼다. 애초 거론되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는 빠졌다. 원 후보자는 “DSR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지만 미래소득이 과소평가된 청년에 대해서는 완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종부세 완화 등 세제 관련 공약도 국정과제에 그대로 반영됐다.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등록 임대주택 확충도 포함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국정의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250만호 공급 등 핵심 공약의 세부 실행계획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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