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데 벗으니 좋아" "걱정돼 계속 쓸것"..'마스크 없는 실외' 첫날

고병찬 2022. 5.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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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감염 우려, 주변 눈치에 착용하기도
야외 노동자들 "여름 앞두고 다행"
초등학교에선 아직 신중한 모습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첫날인 2일 낮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직장인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계속 마스크를 쓸 겁니다. 마스크를 쓰고 나서 비염도 많이 괜찮아지고 감기도 안 걸리는 것 같아요. 아이도 저랑 다닐 때만큼은 쓰게 할 생각입니다.” (직장인 구진회씨·41)

“마스크를 벗어서 너무 좋아요. 물건 사러 온 손님들이랑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난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힘들었어요. 바깥에서라도 벗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에요.” (상인 이아무개씨·52)

566일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일, 출근길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며 아직 ‘마스크 없는 삶’이 낯설어 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로·마포·관악·송파·영등포구 등에서 <한겨레>와 만난 시민 20여명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다만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상인 등은 고된 노동현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감염 우려에, 주변 사람들 시선에 바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주변 사람들을 보며 차차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윤아무개(82)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괜찮겠지만, 나는 나이도 있어서 아프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다니는지도 모르는데 벗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지유(30)씨는 “등산을 자주 다니는데 그때마다 마스크를 써서 괴로웠었다. 앞으로 등산할 때만큼은 마스크를 벗고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다만, 서울 도심에서는 눈치가 보여서 벗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소 60% 이상은 벗고 다녀야 나도 자연스럽게 벗을 것 같다”고 했다.

제20대 대통령취임식 준비가 한창인 국회에서 일부 작업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일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감염을 우려하면서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여름을 앞두고 풀려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 공사현장에서 만난 전영빈(52)씨는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특히 한여름엔 땀도 많이 나는 상황에서 숨이 막히는 마스크까지 쓰다 보니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동료도 있었다”며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서 다행이다. 오늘도 현장 근로자 10명 중 2명만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관악산도시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김상훈(63)씨는 “청소 노동을 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게 답답한 건 맞는다”면서도 “여전히 매일 몇만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시기상조 같다. 몇천명대로 확진자 규모가 줄지 않는 이상 계속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반기면서도 천장으로 둘러싸인 전통시장이 실외로 구분되는지 헷갈려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는 마스크를 쓴 상인과 쓰지 않은 상인이 나뉘었다. 이곳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차아무개(74)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좋을 텐데 시장이 실외로 구분되는지 실외로 구분되는지 몰라 아직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튀김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2)씨는 “아침에도 습관적으로 마스크 쓰고 일하다가 아차 싶어서 벗고 일하기 시작했다. 튀김 튀길 때 답답했는데 이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김유미 중앙방역대책본부 일상방역관리팀 팀장은 <한겨레>에 “천장이 있더라도 전통시장은 넓은 공간에 자연 환기가 되기 때문에 실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실외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은 이젠 ‘비말차단마스크’가 아니라 자외선 차단이 되는 안면 가리개 등을 쓰고 운동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오전 10시44분께 서울 관악구 관악구민운동장에서 테니스를 하던 노인 17명 중 절반은 마스크를 쓰고 절반은 안면 가리개 등을 쓰고 있었다. 이원태(63)씨는 “그동안 ‘비말차단마스크’ 등을 쓰고 운동하느라 답답했는데, 이젠 그런 마스크가 아니라 자외선이 차단되는 안면 가리개 등을 마음 놓고 쓸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 한 튀김집에서 상인이 마스크를 벗고 튀김을 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어린아이들이 있는 학교 현장은 아직 조심스럽다.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서울 관악구 청룡초등학교에서는 학생 30여명과 선생님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체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하며 열띤 응원을 벌이는 와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었다. 오전 11시20분께 이어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청파초등학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 광명시 한 중학교 교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됐지만, 교육청과 협의로 계속 착용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체육 시간은 학생들끼리 밀접 접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계속 착용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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