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유승준'에게 분노하는 2030, 여전한 병역기피 [뉴스+]

김건호 2022. 4. 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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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자 한해 500명 규모
장관 후보자 아들도 논란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상실감"
서울역에서 군 장병이 열차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는 가고 싶어 가나요? 의무니깐 다들 가는 거죠.”

가수 유승준씨가 한국 입국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제기한 두 번째 소송의 판결이 있던 지난 28일 대기업 신입사원 김모(27)씨가 한 말이다. 그는 군 복무 중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셔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김씨는 “유승준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당연하다. 수많은 장병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결과”라며 “대한민국 남성 중 누가 원해서 입대를 하느냐”고 말했다.

한국에서 절대 건드려서 안 될 금기는 병역이다. 유승준, 엠씨몽 같은 연예인들이 병역기피 때문에 몰락했다. 유씨의 병역기피 논란이 처음 제기된 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병역기피를 하다 병무청에 의해 적발되는 사례는 한해 500명에 이른다.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박탈감 안겨”, 법원 엄중 판단

“원고는 존재가 영토 최전방 또는 험지에서 말단의 역할로 소집돼 목숨을 걸고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대한민국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줬다.”
스티브 승준 유.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유씨가 주 LA(로스앤젤레스)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에 불복해 제기한 앞선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정부가 재차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유씨의 과거 국적 이탈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해가 될 가능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국가기관을 기망해 편법으로 국외로 출국한 뒤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받은 것”이라며 “그 목적이나 시기의 부당성, 행위 태양이나 방법에 비춰 대한민국의 질서유지 내지 공공복리 등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고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했다. 원고의 존재가 영토 최전방 또는 험지에서 말단의 역할로 소집돼 목숨을 걸고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대한민국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판시했다.
미국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기피 시비로 내려졌던 입국 금지조치가 일시 해제된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난감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씨는 지난 2002년 1월 해외공연을 이유로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같은 해 2월 유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해외에서 거주하던 유씨는 지난 2015년 10월 재외동포(F-4) 비자를 신청했으나 LA 총영사관 측이 거부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 패소한 유씨는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거쳐 지난 2020년 3월 승소를 확정받았다.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과거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건 위법이라는 게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 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씨의 비자 발급 신청을 재차 거부했고 이에 유씨는 2020년 10월 재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병역기피자 한해 500명 규모, 장관 후보자 아들도 논란

2030 세대가 병역기피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비단 유승준씨 사례뿐만이 아니다. 때마다 나오는 고위공직자들의 아들들은 유독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사례가 많다.
지난 2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열린 2022년도 병역판정검사에서 한 대상자가 검사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후보자의 아들은 2010년 첫 신검에서 현역 입영 대상인 2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5년 뒤 받은 재검사에서 4급 소집 대상으로 판정이 달라졌다. 정 후보자 측은 척추협착증으로 인한 재판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검사 때 제출한 진단서가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발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정 후보자 측은 아들의 병역논란과 관련해 “재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신현영‧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추간판탈출증이 척추협착으로 진단명이 변경된 이유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요추 6번’ 기재 경위 등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따져 물었다.

정 후보자의 아들뿐만이 아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차남도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체 병역기피자 규모는 매년 500명을 웃돌고 있는 가운데 국외 병역기피자는 평균 160여 명(평균 25.1%)에 이른다. 국내 병역기피자는 △2018년 543명 △2019년 496명 △2020년 358명 등 계속 감소하고 있었다. 반면 국외 병역기피자는 △2018년 135명 △2019년 145명 △2020년 189명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병역을 피하기 위해 고의체중 조절과 정신질환 위장, 고의문신 등의 방법이 쓰인다. 병무청의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된 고의체중은 조절은 115건(33.6%)으로 가장 많았다. 2위가 ‘정신질환 위장’(68명·19.9%)였고, 3위는 고의 문신(58명·17.9%) 차례였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면탈행위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엔 47명이었으나, 2016년 54명, 2017년 59명, 2018년 69명, 2019년 75명으로 늘어났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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