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도] 남북 언론인(?)에 대한 단상..백이진과 리춘히
[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이진아, 손석희도 그렇게 안 살아…."
얼마 전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등장하는 UBS 기자 백이진(남주혁 분)을 본 '진짜 기자'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일침'이 화제였다. 드라마에서 백이진은 기자로서 온갖 일에 발벗고 나서다 연인인 나희도(김태리 분)와의 관계를 망쳐버린다. 일명 '백도' 커플의 해피 엔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찐 기자'도 백이진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원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자들은 다양하게 묘사된다. 거대 권력과 결탁한 악랄한 모습이거나, 진실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정의감 넘치는 모습이거나, 별다를 거 없는 소시민이거나. 세상엔 다양한 기자가 있기에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겠다. 다만 '뉴스 밖에서의 기자'를 보는 시선이 다양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북한은 어떨까. 최근 북한의 언론인인 조선중앙TV의 리춘히, 최성원 아나운서와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의 '뉴스 밖'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 중심부에 새로 지은 고급 주택을 이들에게 선물하면서다. 평소 근엄한 목소리와 엄중한 글로 선전 선동에 앞장서던 이들의 '무장해제' 된 표정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특히나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리춘히 아나운서는 김 총비서의 손을 잡고 배정받은 주택을 둘러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함께 나란히 앉아 가족사진을 연상케하는 기념사진도 찍었다. 리 아나운서는 심지어 이 소식을 조선중앙TV 보도를 통해 '셀프'로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3일 보통강 강안 다락식주택구 준공식을 열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준공식에 참석 후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리춘히와 최성원 책임방송원,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의 살림집을 방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30/NEWS1/20220430100013882ehac.jpg)
남한으로 따지면 대통령이 한 언론인에게 서울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선물하고,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심지어 본인이 보도하는 셈이다. 남한에선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북한 주민들은 이 보도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새삼 궁금하다.
북한 매체는 집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만 전할뿐 '받지 못한' 주민들의 반응은 조명하지 않는다. 또 북한은 모든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한다고 선전하지만 평양의 호화 주택은 특정 계층의 몫이다. 이번 보도도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게다가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로 철야전도 불사하며 주택을 짓는 주민들 대부분은 호화 주택의 입주자는 되지 못한다. 보도 밖, 선전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주민들의 삶은 더 열악하다.
물론 리 아나운서가 호화 주택을 받은 것도 큰 틀에서는 선전의 연장선일 것이다. 당을 위해 헌신하면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부각하는 차원에서다. 올해 79세인 리춘히는 50여 년의 세월을 당의 '나팔수'로 살았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특유의 꾸짖는 듯한 엄중한 목소리로 핵실험, 열병식 소식 등 굵직한 보도를 도맡고 있다.

북한에서의 보도는 '사실 전달' 만큼이나 '선전 선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리씨의 특유의 목소리가 이 역할을 십분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외신들도 리씨가 매번 핑크색 한복을 입고 등장해 그를 '핑크레이디'라 칭하는데, 그가 등장할 땐 중대한 뉴스가 나온다며 주목한다. 남한 기자의 시선으로 보면 리 아나운서에게 주어진 주택 선물은 열심히 일한 공로에 대한 치하라기보단 충성의 대가에 가까워보인다.
북한 주민들도 호화 주택을 받고 기뻐하는 그를 보며, 부러움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과 혹은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갖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언제쯤 북한 주민들의 선전 밖, '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적어도 "이진아, 손석희도 그렇게 안 살아" 같은 장난스러운 일침이 허용되는 남한에선 충성의 대가로 주택을 받은 리 아나운서를 부러워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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