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로 확인한 손석구의 핍진성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잔잔한 반향을 얻고 있는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에서 손석구가 연기하는 구씨는 매사에 무심하다.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는 산포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는 그는 이름도, 살던 곳도, 하던 일도 알려진 바 없는 인물. 그저 제 입으로 '구가'라 칭해 그런 줄로만 알뿐이다. 해가 떠 있을 땐 염씨(천호진)의 부름에 함께 일하고, 일이 끝나면 술에 젖어 하루를 마감한다. 누구와의 대화조차 손에 꼽을 정도인 구씨의 사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들은 섣불리 구씨에게 말을 걸지도, 저들의 세계로 구씨를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때문에 6회가 방송된 지금까지 그의 이름은 (대외적으로) 여전히 구씨다.
정정하겠다. 이 드라마에서 구씨는 무심한 게 아니라 모든 것에 무심해지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어쩌다 당도한 산포마을에서 그는 철저하게 맞아떨어져 흐르는 시간에 무심해지기 위해 술을 들이부었고, 취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듯 흘려보내던 구씨의 삶은 염미정(김지원)이 만든 작은 균열에 저항 없이 변화를 맞이한다. 세상에 완벽하게 등을 돌린 듯했던 구씨는 사실 누군가 제게 손을 내밀어 주기만 바랐던 듯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라는 미정의 뜻밖의 제안을 받아들인 걸 보면 그렇다. 1, 2화 통틀어 대사는 양손에 다 꼽힐 만큼(1화에는 무려 두 마디뿐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과묵했던 구씨는 회를 거듭할수록 미정을 비롯해 조금씩 세상과 소통을 늘려간다. 그렇게 자신도 구씨도 "봄이 오면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것"이라던 미정의 말은 현실화하는 중이다. 다만 시청자는 구씨에겐 풀리지 않은 비밀이 잔뜩 있다는 것을, 이 때문에 구씨에 대한 의구심을 풀고 마냥 응원하기엔 아직 이르단 것을 잊지 않는다. 박해영 작가의 이야기에 마냥 빠져들었다가도 서늘하고 의뭉스러운, 진중한 듯 무심한 손석구의 얼굴이 구씨의 사연을 각인시킨다.
풍기는 아우라만 익숙하지 않을 뿐, '나의 해방일지' 속 구씨는 동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마주쳤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손석구의 연기를 마주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고 느꼈음이 생각난다. 갑작스러운 생생함과 생경함이 몰려온다.
손석구는 드라마 '마더'(2018)을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아동 학대범 설악 역을 맡아 악의 평범성을 무섭도록 재현, 소름을 선사한 것. 첫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누군가의 뇌리에 남는다는 건 분명 좋은 의미지만, 다른 면에서 배우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전작의 잔상이 두고두고 남아 비슷한 캐릭터만 제안받을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연기가 바탕이 된다면 이 같은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손석구 역시 앞선 걱정에는 해당도 되지 않았다는 듯,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와 만나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는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2019) 속 정무 9단 카리스마 비서실장 차영진, '멜로가 체질'(2019)'의 다혈질 CF 감독 상수, 'D.P'(2021)의 까칠한 대위 임지섭,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2021) 속 칼럼니스트 박우리 등, 그가 출연한 몇 작품만 꼽아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빼어난 미남이거나 소위 말하는 '미친 연기'를 구가하는 배우는 아니다. 작품마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과한 설정을 하거나, 공들여 준비한 무언가를 애써 드러내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래서인지 손석구는 매 작품에 녹아들어 '그 장면 속 그 캐릭터'로 오롯하게 남는다. 과욕을 부리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게 그 자리에 있는 연기자. 일부러 힘을 뺀 듯 자연스러운 연기에 가끔은 대충대충 하는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급함이라곤 1g도 없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에게 익숙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평균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와 비교해 보자면 손석구의 데뷔는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손석구는 다른 이들에게는 없을 경험들을 자신의 바탕에 축적했다. 미술을 배웠고, 운동선수로의 꿈도 꿨고, 이라크에서 군 생활을 했는가 하면, 연출자가 되는 꿈도 키웠다. (지난해 단편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가운데 '재방송'을 연출, 이 꿈은 현실이 됐다.) 이를 밑천으로 자신만의 연기 색을 만들어가는 배우. "사실적인 연기를 좋아한다." "연기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다"던 그는 그렇게 제 연기에 핍진성을 더하고 무한한 스펙트럼을 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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