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우크라이나 로켓기술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2022.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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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군사 강국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우크라이나. 안타깝지만 이 모습을 보며 이 나라가 가졌던 강력한 로켓 기술의 역사가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러시아와 비교할 바 없지만 돌아보면 사실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수준의 우주 기술이나 무기 기술을 가진 국가다.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의 드네프로 시(당시 이름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시, 2016년 도시명 변경)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대형 연구시설인 유즈노예 설계국과 생산 공장인 유즈마쉬가 설립됐다. 이 시설에서 소련의 1세대에서 4세대에 이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리즈와 5종류의 우주발사체를 개발했고, 이곳에서 발사한 발사체의 발사 횟수는 500회가 넘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소련 전역에 배치됐다.

소련은 이 도시를 서방에 비밀에 부치기로 했고, 1959년부터 외국인의 도시 출입이 금지됐다. 1987년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시대가 되어서야 외국인의 출입이 재개됐다. 그동안 이 도시는 '폐쇄된 로켓 도시'라고 불렸다. 소련 사람들의 출입도 원활치 못해서 유즈노예나 유즈마시에 다니던 사람들의 자녀들도 성장한 후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가족이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어머니와 아들이 같은 부서에 근무하기도 한다.

소련이 붕괴하고 우크라이나가 독립국이 됐을 때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우크라이나 영토에는 176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있었고 여기에 설치된 핵탄두의 수는 1240개에 달했다. 전투기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전술핵무기도 3000여 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핵무기의 운영 체계는 러시아가 갖고 있었고,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 영국 등과 안보 보장과 핵 보유를 바꾸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1994년 서명했다. 이로서 1996년 모든 핵무기가 제거됐고, 2001년 탄도미사일도 제거됐다. 불행하게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도, 이번 전쟁을 일으킬 때도 저지선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무기의 제거와 함께 무기 기술도 함께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우주발사체 기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다목적실용위성 3A호와 5호는 우크라이나가 제작한 드네프르 발사체로 발사됐다. 미국의 우주정거장 화물 수송선인 시그너스 우주선을 발사하는 미국 안타레스 발사체의 1단도 우크라이나가 제작해 제공한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는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위성을 자국에서 자력으로 발사하는 나라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보다 앞선 6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다. 그런데 여기에 왜 우크라이나가 포함되지 않을까. 우크라이나에는 발사장이 없기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하기 전에는 한 나라였기 때문에 현재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에 있는 발사장을 이용해도 자국 발사장이지만 지금은 모두 타국에 속해 있으므로 우크라이나는 발사체를 만들어도 타국에 가서 발사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우주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소형 관측 위성을 개발해 이집트에 수출한 적도 있지만 이번 전쟁을 치르며 구름 낀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레이더 위성 사진을 제공해 달라고 외국에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이 상황을 보며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균형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우주발사장 모두 우주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술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조속히 중단되고 하루빨리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경제와 우주 산업에서 활력을 낼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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