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애태우는 재건축 안전진단..새 정부에선?

채신화 2022. 4. 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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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규제 완화 기대, 곳곳서 사업 추진
흑석 '한강현대' 첫 관문 '예비안전진단' 탈락
구조안전성 비중 하향 기대.."큰 폭 완화 힘들것"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 진단' 규제 완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부 단지들이 줄줄이 안전 진단 문턱을 넘으면서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한편에선 예비안전진단조차 탈락하는 사례가 나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더군다나 최근 재건축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 과열 조짐이 나타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규제 완화 기대감에…'우리도 하자'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곳곳에서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 안전 진단(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적정성검토 순)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 진단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규제는 국토부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손질이 가능해 가장 먼저 시행될 공약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굵직한 규제까지 함께 풀릴 가능성이 있어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2018년 3월 안전 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 문턱을 대폭 높여 재건축 사업의 '대못 규제'로 작용해 왔다.▷관련기사:[집잇슈]"안전진단 면제"…재건축 전성시대?(3월7일)

지난해만 해도 서울에서 적정성 검토를 신청한 재건축 추진 단지 중 통과된 곳은 '0'(제로)였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11단지(1595가구)',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1320가구)', 광진구 광장동 '극동1·2차(1344가구)' 등이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2400가구)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지난 2020년 도봉구 '도봉삼환'(660가구) 이후 적정성 검토 문턱을 넘은 첫 단지다.

영등포구 신길우성3차(477가구)는 2020~2021년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올해 4월에서야 넘었다. 신길우성1차(688가구), 신길건영(386가구)이 이달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노원구 중계무지개(2433가구)와 태릉우성(432가구)은 지난달, 건영2차(742가구)는 이달 각각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연이어 희소식이 들려오자 곳곳에서 안전 진단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은 최근 송파구청에 정밀안전진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초구 현대(412가구), 노원구 중계그린(3481가구) 등은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창동주공2(750가구)·상아1(694가구)·2차(427가구) 통합 재건축 단지는 다음달 중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준비중이다. 1기 신도시 중에선 경기 군포시 한라주공4단지 1차(1248가구)가 지난 19일 산본신도시 처음으로 예비안전진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큰 폭 완화 힘들수도"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안전 진단을 미루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곳곳에서 안전 진단 통과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첫 관문조차 넘지 못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현대(960가구)'는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서울에서 예비안전진단에서조차 탈락한 건 2019년 노원구 월계동 '미성‧미륭‧삼호3차'(월계 시영·3930가구) 이후 처음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안전진단 A~E등급 중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데, 한강현대는 예비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아 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은 새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대로 다시 예비안전진단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기대만큼 규제가 풀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들은 여전히 가격이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3%로 전주(0.0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1기 신도시인 고양시(0.02%)와 성남시 분당구(0.02%)도 각각 전주(0.01%)보다 올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당초 지난주 예상했던 부동산 종합 대책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며 규제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관련기사:'부동산 긴장' 발표 미루는 인수위, 신중일까 혼란일까(4월19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려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면서도 "다만 규제 완화로 기대 심리가 커지면 집값 상승 등 시장에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도 규제 완화에 있어 빅스텝을 밟진 않을 것"이라며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을 소폭 낮추는 식으로 시장 환경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완화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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