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 이해 어려운 행정용어 사용은 언어 폭력이죠"

정대하 2022. 4. 2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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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동구 한글 우선 사용 원칙' 조례 제정을 주도한 전영원(61) 광주 동구의원의 말이다.

전 구의원은 장연주 광주시의원, 천신애 남구의원, 김영순 북구의원, 이귀순 광산구의원과 한글 연구모임을 만들고 2019년 10월 한글날에 "공공행사 이름에 우리 말글을 사용하는 문화도시가 되자"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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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원 광주 동구의원 임기 끝내며
'행정용어 순화어 권장 모음집' 내
"실버케어는 어르신 치료로.."
'한글 우선 사용' 조례 제정 이끌기도
전영원 광주 동구의원.

“주민 한 분이 광주 ‘프린지페스티벌’이 프렌드(친구)하고 가는 페스티벌(축제)이라는 의미냐’고 묻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2016년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동구 한글 우선 사용 원칙’ 조례 제정을 주도한 전영원(61) 광주 동구의원의 말이다. 프린지는 ‘가장자리’, ‘변두리’를 뜻하는 영어로 프린지페스티벌은 비주류 예술인들이 참여해 실험적인 공연을 펼치는 축제를 말한다. 서구에서 만들어진 말이라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 구의원은 “어르신들도 잘 모르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행정의 언어폭력이라고 생각해, 8년간 행정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이름에 어떻게 하면 영어가 들어가지 않을까를 고민했다”며 “우리 말글이 외국어에 눌려 사라져 가는 것이 많다. 행정기관에서 나서서 언어말살 행위를 하는 형국인데, 문화 관련 부서·단체에서 특히 심하다”고 꼬집었다.

‘공공행사 이름부터 한글 위주로 짓고 필요할 경우 외래어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자’는 그의 독려 등이 작용한 결과, 동구청은 주민 문화·건강행사에 ‘달빛 걸음’, ‘소소한 걷기’, ‘책 정원’, ‘직장인 해질녘 요가’ 등 우리말을 발굴해 이름 붙였다. 그는 “세금을 낸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사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해 각 부서 행사명을 조사하고 업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동구청에 이어 광산구청도 2019년 12월 한글 우선 사용 원칙 조례를 제정했다. 광산구청은 구 자활사업단 사업 이름을 ‘새물내음’, ‘해맑은 운동화’, ‘바로바로 택배’, ‘해맑은 빨래방’, ‘한울타리 주차장’, ‘떡내음’ 등 순우리말로 지었다. 전 구의원은 장연주 광주시의원, 천신애 남구의원, 김영순 북구의원, 이귀순 광산구의원과 한글 연구모임을 만들고 2019년 10월 한글날에 “공공행사 이름에 우리 말글을 사용하는 문화도시가 되자”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전영원 동구 의원은 2019년 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동료 시·구의원들과 공공행사명에 우리 말글을 사용하는 문화도시가 되자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왼쪽부터 천신애 남구의원, 김영순 북구의원, 전 의원, 장연주 광주시의원, 이귀순 광산구의원.

재선을 마지막으로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전 구의원은 최근 마지막 의정 질문을 마친 뒤 행정기관, 시민·문화단체,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자, 언론사 등에 ‘행정용어 순화어 권장 모음집’을 보냈다. 그가 꼽은 순화어는 가이드라인(권고안), 로드맵(단계별 계획), 로컬프로젝트(지자체 사업), 스타트업(새싹기업), 시니어(노년세대), 실버케어(어르신 치료), 아카데미(큰 학당), 옴부즈맨(민원도우미), 토크 콘서트(이야기마당), 플랫폼(이음마당), 지적(토지기록) 등 200여개에 달한다. 그는 “시민들을 기죽이지 않도록 한글 중심으로 공공행사 이름을 짓는 것이 언어복지”라고 강조했다.

소설가를 꿈꾸고 1980년 3월 전남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오빠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틈틈이 역사·철학 관련 책을 읽으며 ‘삶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톨릭농민회 광주·전남지부 간사를 거쳐 농민운동을 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던 그는 1985년 농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현장 활동을 하다가 7년 만에 광주로 돌아왔으며, 청소년 글짓기 교실도 운영했다.

기억에 남는 의정 활동으로 그는 전국 최초로 ‘저소득층 복지장례서비스 지원 조례’(2019년 3월)와 ‘동구 오래가게 인증 및 지원에 관한 조례'(2019년 1월)를 제정하도록 한 일, 구정 질의를 통해 5·18민주광장 분수대에 성탄절 트리 설치 관례를 없앤 것 등을 꼽았다. 의정 활동을 끝낸 뒤에는 “광주 시민단체 ‘시민플랫폼 나들’ 대표로 시민운동에 나설 참”이라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전영원 동구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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