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회화 작가 지혜킴

서울문화사 2022. 4. 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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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순간 색을 선택한다. 아침에 입을 옷을 고르고 메이크업을 할 때부터 주변의 사소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색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회화 작가 지혜킴은 삶을 바꾸는 색의 힘에 주목하며 자신만의 단단한 색을 찾아나가고 있다.


작품 속에서 ‘기억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회화 작가 지혜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작업을 하면서 ‘색’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녀. 저마다 각기 다른 서사를 가지고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색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출산한 후 육아에 전념하느라 정리한 작업실을 대신해 거실 한쪽에 그녀만의 작업 공간을 만들었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색의 서사 어떤 노래를 들으면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 혹은 노래에 얽힌 추억이 생각나듯 색에도 서사가 있다. 누군가는 호박색을 보면 어린 시절 할머니의 목에서 반짝이던 호박 목걸이가 생각나 왠지 더 따뜻하게 느끼고,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본 노을을 떠올리게 하는 핑크색에서 위안을 얻는다. 이렇게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시간을 재생산하는 것을 ‘기억색(Memorial Color)’이라고 한다. 회화를 전공한 이후 ‘색’이라는 매체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서 색채학을 공부한 회화 작가 지혜킴은 자신의 작품 속에 이 기억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라졌다 재생성되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기억 속 색을 통해 존재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그녀는 하나하나에 저마다 다른 서사를 간직한 ‘색’을 사랑한다.

각각의 개성이 있으면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색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작품 속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컬러 플레이를 즐긴다. “색은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같은 색이라도 배색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 질리지도 않고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찾으면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커버하면서 매력적인 연출이 가능하죠.” 색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즐기며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새로운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엄마’라는 멋진 타이틀.

“아이가 태어나니 모든 것이 올스톱이에요. 육아 때문에 작품 활동은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럴수록 저만의 색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엄마로서 균형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바라보기’ 하고 있다. 이렇게 쌓이는 작은 서사가 모여 온전히 작업에서 풀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기에 그녀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

베를린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화병,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바이닐, 파리 뒷골목 서점에서 구입한 오래된 매거진 등 집 안 곳곳을 장식한 기념품들은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이어주며 그녀의 작품 활동에 커다란 영감을 준다.


베를린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화병,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바이닐, 파리 뒷골목 서점에서 구입한 오래된 매거진 등 집 안 곳곳을 장식한 기념품들은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이어주며 그녀의 작품 활동에 커다란 영감을 준다.


출산 후 작업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는 그녀는, 여성이자 아티스트, 엄마로서의 역할에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스스로를 애정하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그녀의 아침저녁 티타임. 지방을 분해해주는 바드 하일브루너와 부기를 제거하는 아라티, 에디션덴마크의 바닐라루이보스 등을 즐겨 마신다.


그녀가 데일리로 사용하는 화장품들. 이솝 카멜리아 너트 페이셜 하이드레이팅 크림과 비 트리플 씨 페이셜 밸런싱 젤,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크림 등 전 라인을 이솝 제품으로 사용하다가 아이와 피부를 직접 맞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쁘리마쥬 유기농 고보습 크림과 유기농 세럼을 함께 쓰고 있다. 여기에 피부가 건조할 때는 눅스 윌 프로디쥬스 멀티 드라이 오일과 나우푸드 시어버터를 덧바른다.


외출할 때 잊지 않고 챙길 수 있도록 휴대할 카드 지갑과 자동차 키, 파우치에 꼭 챙겨야 할 뷰티 아이템을 트레이 한 군데에 모두 모아놓았다.


로킹 체어가 놓인 거실 창가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육아를 하는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

타인의 기준에 매몰되지 않고
저만의 단단한 색을 찾아나갑니다 작가님은 참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회화 작가이지만, 사실 잡가이기도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컬러리스트, 큐레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죠. ‘콜로라도프로젝트’라는 아트 숍 & 카페를 운영 중이기도 하고요. 최근에 ‘필립의 엄마’라는 타이틀도 추가되었습니다.

회화 작품들을 비롯해 집에도, 옷에도 정말 다양한 색을 활용하시더라고요. 색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화를 전공한 이후 작업을 하다가 ‘색’이라는 매체에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마다 서사를 가진 점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서사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죠. 같은 색일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떠올리는 기억이 다 다릅니다. 컬러 테라피라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이 다르잖아요. 작가님은 어떤 색을 사랑하세요?

선입견 없이 다양한 색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강한 보색대비를 즐기기도 하고, 같은 계열의 색을 톤온톤으로 배색하기도 하고요. 여러 색들을 조합할 때도 채도만 통일하면 복잡해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기 때문에 제한 없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색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색에 서사가 담겨 있다는 ‘기억색’의 개념이 참 재미있어요. 작가님이 ‘기억’을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존재하던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변질돼요.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요.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 생활하는 곳곳에 기념품들을 들여왔어요. 베를린 플리마켓에서 사온 화병,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온 바이닐, 파리 뒷골목에서 만남 서점의 오래된 매거진, 리스본의 근사한 편집숍에서 만난 빈티지 트레이 등으로 벽난로와 우드 슬랩 위를 채웠죠. 이들을 보면서 여행지에서의 강렬했던 기억을 되새겨보는데, 끊임없이 변질되고 혼재되어 실제와는 다르게 기억되는 것이 많아요. 이런 기억의 변화들이 저의 작품 활동에 많은 영감이 됩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셨어요. 엄마가 되기 이전과 이후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요.

가장 큰 변화는 제대로 된 작업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당분간은 집에서 작업해야 할 것 같아 작업실을 없애고 거실 한쪽에 저만의 작업 공간을 만들었어요. 제대로 된 작업을 못하는 부작용이 있는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 둘 컬렉팅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하하).

엄마로서의 삶은 참 쉽지 않아요. 그만큼 형언할 수 없는 큰 기쁨이 있지만요. 작가와 엄마의 역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시나요?

육아로 인해 작가로서 지속적인 작업을 하지 못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자아, 예술가, 엄마》라는 책을 읽으면서 여성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엄마로서 균형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길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었어요. 아이도 중요하지만 저 스스로를 챙기는 것도 참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스스로를 애정하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소소하게는 아침저녁으로 티타임을 가져요. 저희 집이 필로티가 높은 2층인데, 거실 정면으로 나무 끝자락이 보이거든요. 로킹 체어에 기대앉아 차를 마시며 생각의 가지치기를 하는 그 시간이 참 좋습니다.

엄마들은 모두 알 거예요. 출산 후 탈모도 생기고 주름도 늘고… 거울을 들여다 보면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되죠. 작가님은 출산 후 어떤 관리를 하고 계세요?

피부도 라이프스타일도 확실히 저 혼자만 케어하면 되던 이전의 삶과는 판이하게 달라요. 특히 얼굴과 보디 등 외형은 물론이고 삶에서도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탄력을 회복하고 다음 날의 에너제틱한 생활을 위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요즘에는 안과에서 추천 받은 온열 안대를 착용하고 자기 시작했는데, 그 어떤 것보다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작가님의 개성 있는 스타일링도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노하우를 귀띔해주신다면요?

자기만의 색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본인이 가진 색을 스스로 잘 발굴해서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 말이에요.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요. 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 패션은 컬러 플레이를 무척 즐겨요. 제 옷장 속은 색채가 굉장히 다양하고 화려한데요. 이렇게 컬러풀한 옷에 빈티지한 아이템을 적절히 섞어서 저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요. 메이크업은 웜톤인 피부색보다 한 톤 어두운 탠 메이크업을 선호해요. 음영 메이크업으로 또렷한 이목구비를 잘 살리는 대신 립은 힘을 빼고 저만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노하우입니다.

자기만의 색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렇기에 그 용기가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무너지거나 타협하지 않고, 자기 것을 단단하게 지키면서 표현하는 것은 무엇보다 아름답죠. 저 또한 더 단단하게 저만의 색, 저만의 매력을 다져나가고 싶어요.

에디터 : 한정은  |   포토그래퍼 :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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