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짜듯, 20시간 만에 황토집이 '뚝딱'..세계 첫 '3D프린터 황토집' 공개

윤희일 선임기자 2022. 4. 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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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건축용 3D프린터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완성한 황토집. 윤희일 선임기자


세계 최초로 건축용 3차원 입체(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황토집이 19일 강원 춘천에서 공개됐다. 황토집은 치약 짜듯이 3D 프린터 노즐을 통해 황토반죽으로 벽체를 만들고 여기에 문과 지붕을 달아 완성했다. 총 20시간 정도가 걸렸으며 향후 찜질방 등 ‘농막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19일 오후 1시 강원 춘천시 동면 장학리 ‘3D프린터로 만든 주택’ 공개 행사장에서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춘천시, 3D건축업체 ㈜뉴디원은 3차원 설계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지은 황토집과 일반 주택을 선보였다.

진흥원과 뉴디원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3D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짓는 모습을 직접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3D프린터의 노즐을 통해 황토나 몰탈(시멘트에 모래와 물 등을 섞은 건축소재) 등 건축재를 뿜어내는 장면을 사전에 촬영해 놓은 영상을 통해 보여줬다.

공개된 황토집은 가로 4.5m, 세로 2.8m 높이 2.4m로 약 4평 남짓한 규모다. 영상에서 건축용 3D프린터의 노즐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황토나 몰탈을 마치 치약 짜듯이 짜내면서 벽채를 완성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황토집의 벽을 만드는 장면.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뉴디원 관계자는 “양생이 쉽지 않은 황토를 원재료로 해서 3D프린터로 출력해 건축물을 완성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D프린터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다른 집이 나온다”면서 “황토를 넣으면 황토 집이 나오고, 몰탈을 넣으면 콘크리트 집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은 황토와 물의 비율을 정밀하게 조절, 3D프린터를 통해 벽체를 뽑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디원 측은 향후 황토집에 태양광발전기나 풍력발전기를 달아 전력을 확보하고, 찜질기능을 갖춘 찜질방용으로 시중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몰탈을 이용해 만든 가정용 일반 주택도 공개됐다. 3D프린터로 지은 33㎡ 넓이의 주택 1층은 높이 3.5m의 기둥형 골조 2개와 대형 벽체 2개 등 모두 4개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지어졌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의 경우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뒤 그 안에 직접 철근을 넣는 방법으로 강도를 유지한다.

뉴디원이 3D프린터로 만든 일반 주택. 1층의 벽체와 기둥 등을 3D프린트로 뽑아냈다. 2층은 요즘 유행하는 모듈러 조립식 건축자재로 완성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건물 2층은 판넬형 모듈러 조립식 건축자재로 만들었다. 이 주택을 완성하는데는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2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뉴디원 관계자는 “3D프린터를 이용해 골조와 벽체를 만드는데 각각 3시간과 8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향후 이 주택은 시중에 내놓을 경우 5000만~7000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용 3D프린터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뉴디원 측은 가로 6m, 세로 5m, 높이 4m의 건축물을 한번에 지을 수 있는 건축용 3D프린터 장비를 직접 개발했다.

3D프린팅 기법으로 주택 등 건물을 짓게 되면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고 공정을 단순화하기 때문에 노동력 투입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공장에서 집을 지어 현장으로 옮기기 때문에 날씨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

뉴디원의 신동원 대표(39)는 “3D 프린팅 건축은 바닥 기초 작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한 덕에 인건비·재료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공기도 50~90%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값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경쟁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지은 황토집(앞)과 일반 주택(뒤). 윤희일 선임기자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2021년부터 3D프린팅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현재 1억원 이상의 고가 3D프린터 6대를 갖추고 지역 업체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뉴디원과 손을 잡고 춘천을 3D프린팅 건축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진흥원은 건축용 3D프린터 장비 제조와 재료 배합에 대한 원천 특허와 기술을 갖고 있는 신 대표와 지역에서 건설업체(뉴원종합건설)를 운영하는 김민규 대표(37)가 참여하는 조인트벤처기업인 ㈜뉴디원을 발족시켰다.

김흥성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뉴디원은 현재 건축용 3D프린팅 장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마감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 “춘천에 대규모 건축용 3D프린팅 공장을 세운 뒤 농막용 소형 황토집을 제작·보급하는 등 국내 건축용 3D프린팅 업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축용 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기술의 최정점에 있는 기술”이라면서 “춘천시가 3D프린팅 건축의 선도도시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윈선사가 3D프린팅 건축 기술로 제작 중인 주거용 건축물.  특허청 제공(사진 출처 winsun3d.com)

미국·중국 등 해외에서는 3D프린팅 건축을 주택 사업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건설회사 아이콘은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와 협력해 텍사스 오스틴 지역에 약 93~186㎡ 면적의 주택 4채를 1주일 만에 완성했다.

3D프린팅 건축 분야에서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마이티빌딩은 최근 자외선을 쬐면 굳는 특수재료를 이용, 벽체와 함께 배관 구멍까지 동시에 만들 수 있으면서 약 32㎡ 넓이의 주택 골조를 24시간 만에 완성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 기업은 팔라리그룹과 함께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고급 주택지인 랜초 미라지 지역에 미국 최초의 ‘친환경 3D프린팅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윈선사는 2014년 세계 최초로 3D프린팅 건축 기술을 적용, 주택을 건축한 바 있다. 당시 이 업체는 3D프린터로 주택 모듈을 출력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가로 10m, 세로 40m, 높이 6m의 주택 10가구를 하루 만에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HN라는 기업이 최근 건축용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업체는 27㎡(8.2평) 규모의 일체형 원룸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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