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시대, 도시락은 역주행 중이다

서울문화사 2022. 4.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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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뜻하지 않게 도시락을 싸게 됐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시락을 잘 싸는 비결이 따로 있을지 3인의 고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상상도 못했다. 도시락을 싸게 될 줄은.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고난도 함께 시작됐다. 2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 때문이었다. 모두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할 때도 워킹맘이라는 처지 때문에 아이를 긴급 돌봄교실에 보냈다. 학기 중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방학 때에는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 보내야 한다고 했다. 부랴부랴 보온 도시락 통을 샀다. 갓 지은 밥은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고 귀여운 도시락 통을 받아 들고 나니 메뉴 고민이 시작됐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싸줄 엄두가 안 났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국같이 잘못하다 흘러 넘칠 만한 위험천만한 메뉴는 무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디어를 좀 얻을까 싶어 SNS에 들어갔다. 왜 줄줄이 비엔나가 문어가 되고, 달걀 지단이 꽃을 피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온갖 캐릭터 모양의 도시락들은 가뜩이나 쫄아 있는 마음을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메뉴도 화려했다.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짜임새 있게 구성한 도시락은 보기에도 엄청난 정성이 느껴졌다. 겨우 도시락 하나에 넘사벽 실력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단 말인가. 갑자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소풍을 간다고 해서 들려 보냈던 도시락이 생각났다. 한입에 쏙쏙 들어가는 귀여운 햄치즈 롤샌드위치를 상상하며 만들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엉성하고 삐뚤빼뚤했다. 샌드위치를 넣고 나니 도시락 통이 휑해 보였다. 서둘러 집에 있는 과일 몇 가지를 채워서 들려 보냈다. 다녀와서 맛있었다고 말해주는 아이 덕분에 뿌듯했지만, 생각할수록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또다시 SNS를 뒤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식당에서 식사하기가 겁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는 직장인도 꽤 됐다. 외식을 하지 못하니 예쁘게 싼 도시락을 들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피크닉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 코로나19 시대에 역주행하는 것은 바로 도시락이었다. 이쯤 되니 도시락을 잘 싸는 비결이 더욱 궁금해졌다. 이 칼럼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과연, 코로나19 시대에 도시락은 어때야 할까? 도시락을 잘 싸기로 소문난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 시대에 역주행하는 것은 도시락이다.
뚜껑을 여는 순간 느낄 따뜻한 설렘을 생각하면서 사랑과 정성을
꼭꼭 눌러 담는 도시락에는 끼니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뜻밖의 설렘을 주는 도시락은 감성적인 편지다

by 문희정 추천 메뉴

다양한 토핑을 얹는 유부초밥이나 여러 재료를 믹스하는 주먹밥을 추천해요. 고기, 채소 등을 골고루 섞으면 컬러도 다양하고, 영양소도 고루 섭취할 수 있으니까요. 골라 먹는 재미는 덤이에요.

페어링

레몬 타르트나 브라우니같이 입을 달콤하게 해주는 디저트와 상큼한 착즙 주스를 함께해요. 아이의 도시락에는 아이의 취향을 고려한 어린이 음료를 넣어주면 반응이 좋습니다.

최적의 용기

감성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우드 도시락이나 대나무 2단합을 주로 사용합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도시락 사이에 핫팩을 넣어 보자기로 잘 감싸주면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요.

스타일링 비결

요즘은 캐릭터 주먹밥을 만드는 틀을 가까운 마트나 다이소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하나하나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이런 도구들을 활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얼굴 표정을 만들 수 있는 김 펀치를 활용하면 재미있는 도시락을 만들 수 있답니다.

고수의 한끗 차이

하나의 도시락 안에 담긴 다양한 메뉴의 경계를 잎 채소로 나눠요. 색감도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맛도 중요한데요.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딱딱한 재료보다 촉촉한 재료를 토핑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문희정(문스타라이프 대표)

문희정(문스타라이프 대표)

“도시락을 싸면 기분 전환도 되고 가족들도 좋아해서 나들이를 가거나 등산 갈 때면 늘 준비해요. 직장에 다니는 바쁜 친구나 끼니를 잘 못 챙기는 친구를 위해 싸기도 하고요. 밖에서 밥을 사 먹는 친구들은 집에서 만든 음식을 선물해주면 큰 감동을 받거든요. 보자기를 풀거나 뚜껑을 열었을 때 고스란히 전해지는 정성스러운 마음, 제게 도시락은 ‘서프라이즈 편지’입니다.”

도시락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소박한 사치다

by 서정경 추천 메뉴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가장 편하게 만들 수 있으며 야외에서 먹기에도 편한 도시락 메뉴예요.

페어링

대부분의 경우 와인 한 병을 함께 챙겨요. 질 좋은 캉파뉴로 만든 샌드위치와 화이트 와인의 조합은 늘 옳으니까요.

최적의 용기

대부분은 친환경 종이 런치 박스를 활용하고요, 가끔은 교토 여행 때 구입했던 대나무 런치 박스로 감성을 더합니다.

스타일링 비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색감이 예뻐야 한다는 것이에요. 우후죽순으로 다양한 색과 재료를 나열하지 말고 퍼플 & 브라운(적포도와 치즈), 베이지 & 그린 & 레드(후무스와 그린 빈, 래디시) 등 어울리는 색의 조합을 고려해보세요.

고수의 한끗 차이

애써 만든 도시락이 이동하면서 흐트러지거나 풀어지면 뚜껑을 열었을 때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메뉴 사이사이에 과일이나 부재료 등을 꼼꼼하게 채워 넣으면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어요.

서정경(전 언더야드 대표)

서정경(전 언더야드 대표)

“도시락은 ‘여유로움’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리 재료를 손질하고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데요. 도시락만큼은 시간과 마음을 다해 준비하게 돼요. 이 과정이 제겐 큰 여유이고 사치스러운, 그렇지만 꼭 누리고 싶은 시간이에요.”

마음을 담은 도시락은 따뜻한 소통이다

by 마리아정 추천 메뉴

한 끼를 푸짐하게 먹는 것을 좋아해 한식을 베이스로 한 퓨전 도시락을 주로 만듭니다. 샐러드 도시락을 쌀 때도 채소 위에 스테이크, 연어, 닭고기, 치즈 등을 든든하게 올리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페어링

과일과 샌드위치 등의 디저트는 필수죠. 하지만 배가 불러서 디저트까지 먹기 힘들 경우를 대비해 나중에 먹을 수 있게 따로 준비할 것을 추천해요.

최적의 용기

가족을 위한 도시락은 밀폐용기나 보온 도시락 통을 활용하지만, 선물할 때는 일회용기를 사용해요. 다회용기는 받는 사람에게는 짐이 될 수 있으니까요.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나 친환경 우드 용기 또는 펄프 용기를 사용하고요. 분위기에 따라 보자기나 리본으로 포장하고, 꽃과 카드로 장식합니다.

스타일링 비결

다른 음식이 나란히 붙어 있어도 서로 다른 메뉴라는 것이 한눈에 보여지도록 재료와 색감의 조화를 고려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컬러감이 어울리는 허브를 토핑으로 올리거나 예쁜 픽을 꽂아주는 것만으로도 비주얼이 업그레이드돼요.

고수의 한끗 차이

패션에만 TPO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음식에도 TPO가 중요하니 도시락을 받는 사람의 취향과 연령대는 물론, 심지어 먹는 시간대와 현장 분위기까지 고려해 도시락을 만들어 보세요.

마리아정(마리아정레시피 대표)

마리아정(마리아정레시피 대표)

“도시락에는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도시락 뚜껑을 열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고민하고, 시간과 정성을 쏟기 때문이죠. 가족과 나들이를 갈 때,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해야 할 때 도시락은 늘 최고의 선물입니다.”

에디터 : 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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