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인철, 총장 시절 주주인 외대 기숙사 운영 회사 '셀프 특혜' 의혹

문상현·주하은 기자 2022. 4.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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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한국외대는 기숙사 운영권을 교육부 허가 없이 제3 업체에 양도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받았다. 당시 김인철 후보자는 해당 사업체 주주였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자신이 주주인 회사에 사실상 ‘셀프 특혜’를 준 정황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9년 완공된 학교 기숙사를 20년간 관리·운영할 권리를 교육부 허가 없이 제3업체에 양도했다. 김인철 후보자는 해당 관리운영권을 통해 수익을 내는 법인의 주주였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외대 기숙사 관리․운영권은 한국외대(총장 김인철) → 주식회사 외대어학연구소(대표 한국외대 A교수) → SPC(특수목적법인)인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대표 한국외대 A교수) 유한회사' 구조로 흘러갔다. 김인철 후보자는 외대어학연구소의 주주였다.

이는 교육부 감사에서도 이미 문제가 된 사안이었다. 2020년 2월3일 교육부의 ‘학교법인 동원육영회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회계부분감사 결과’에 따르면, 동원육영회(한국외대 학교법인)는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 유한회사’에 20년간 관리운영권을 양도했다. 사립학교법 제28조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에 대해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20년 2월 교육부는 학교법인과 한국외대가 허가 받지 않고 운영권을 넘긴 점을 지적하며 관련자 8명에게 경징계 및 경고 처분했다.

ⓒ교육부 감사 자료 갈무리

한국외대 기숙사 관리운영권을 부여받은 이 회사의 실질적 주인은 ‘주식회사 외대어학연구소(외대어연)’이다. 외대어연은 2015년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 유한회사’라는 SPC를 세우고 기숙사 건립 사업 시행을 맡겼다. 〈시사IN〉이 입수한 ‘한국외대 대학평의원회 2018학년도 제7차 회의록’을 보면 외대어연은 “외대어연에서 투자한 SPC(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 책임 하에 18억8000만원의 동문기금과 외대어연 자체자금 20억원 그리고 외대어연에서 차입한 90억원을 합친 129억원으로 (글로벌홀 기숙사를) 건축”했다고 밝혔다. 외대어연과 관련된 자금이 총 110억 원으로, 전체 자금 중 85%를 차지했다. 

〈시사IN〉이 확인한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회사 대표는 ‘외대어연 대표’ A교수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이 기숙사 운영권을 부여받을 당시 A대표는 한국외대 교수이자, 수익사업을 담당하는 사업지원처장이었다.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A교수는 외대어연 대표직을 겸직하며 6547만3000원을 지급 받는 등 영리 업무에 종사했지만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외대어연은 BTO(수익형 민간자본투자, 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기숙사를 지었다. BTO는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설(Build)한 뒤 이를 정부·지방자치단체·기관 등에 기부채납(Transfer)하고, 일정 기간 시설을 직접 운영(Operate)해 건설에 들어간 비용과 사업수익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이다. 외대어연은 기숙사 건물의 소유권을 학교 법인으로 넘기는 한편 기숙사를 지은 SPC(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홀 유한회사)에 관리운영권을 줬다.

2013년 당시 김인철 재산공개목록 중 외대어연 주식.

외대어연의 주주에는 김인철 전 총장 등 학교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교직원이 포함돼 있었다. 김인철 후보자를 비롯한 일부 한국외대 교직원들이 수익사업체의 주주가 된 배경은 ‘한국외대 대학평의원회 2018학년도 제7차 회의록’에 나온다. 회의에서 A교수(외대어연 및 SPC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법인에서는 출자할 여력이 없었으며, 이사장께서 구성원들로 한해 증자를 허용해 교직원에게 홍보 후 투자금액을 일부 유치했다. 당시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증자가 쉽지 않았으며, 외대어연 대표A교수와 가까운 교수진과 일부 교직원이 6억원을 투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김인철 후보자는 ‘가까운 교수진’으로 외대어연의 사업에 투자한 셈이다.

교육부 감사 전, 학내에서도 기숙사 운영권을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등장했다. 같은 회의록을 보면, 한 대학평의원회 의원은 외대어연 관계자에게 “글로벌캠퍼스(용인캠퍼스) 기숙사는 학교에서 (직접) SP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글로벌홀은 왜 (제3업체인) 외대어연에서 SPC를 만들어 운영하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외대어연 관계자는 “적자가 날 경우 학교가 이를 지급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외대의 자체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홀 기숙사의 공사가 시작된 2017년 당시, 한국외대의 기숙사 수용율은 15.7%에 그쳤다(서울캠퍼스+용인캠퍼스). 특히 서울캠퍼스의 경우 재학생은 9000명에 달하지만 기존 기숙사 수용인원은 662명에 불과했다. 글로벌홀 기숙사는 정원 388명으로 건설됐다. 기존 기숙사의 수용인원과 더해도 1050명으로, 재학생의 12% 수준이다. 한국외대 전 총학생회장 B씨는 〈시사IN〉에 “한국외대는 다른 대학과 비교해도 기숙사 수용인원이 적은 편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공실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홀 기숙사 홈페이지 갈무리

교육부는 앞서의 감사 과정에서 기숙사 운영권 외에 한국외대가 외대어연에 과도한 수익을 부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육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유학업체 4곳에 유치 수수료를 주고 학부과정 유학생을 유치했다. 이때 외대어연에도 이 사업을 맡기면서 타 업체보다 높은 수수료 비율을 책정했다. 다른 유학업체는 학생당 한 학기 등록금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았지만 외대어연은 두 학기 등록금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았다. 타 업체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3년간 약 8000만원의 수수료를 부당 지급했다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외대어연은 수익을 김인철 후보자와 교직원 등 회사 주주들에게 배당해왔다. 외대어연의 설명에 따르면, 각 투자자는 매년 투자금액 대비 10% 수준을 배당받았다. 김인철 후보자가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2~2013년 공개된 공직자 재산 목록을 보면, 김 후보자가 외대어연에 투자한 금액은 1100만원(2200주)이었다. 당시 학내에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김인철 후보자는 외대어연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의혹에 대해 김인철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시사IN〉에 “개별 사안 대해 답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청문회 때 해명하겠다”라고만 답했다. 외대어연 측은 〈시사IN〉에 “문제가 불거진 이후 유학생 유치 사업은 더 이상 맡지 않고 있다.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사업을 하진 않겠다는 판단이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글로벌홀 기숙사 운영권에 대해선 “여전히 SPC가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서면으로 질의를 보내면 답변을 보내겠다”라고 덧붙였다.

기사 보도 후 외대어연은 "한국외대글로벌홀 유한회사는 설립 이후 주주에 대해 배당한 적이 없다. A교수가 외대어연 대표를 겸직한 것은 법인 이사회에서 승인됐던 사안이다. 다만 서류상 절차가 누락됐을 뿐이다. 유학생 유치 수수료가 과다지급된 것에 대해 수사가 의뢰되긴 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김인철 전 총장은 외대어연 주식을 학교에 기부했다"라고 추가 입장을 밝혔다.

문상현·주하은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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