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고객센터' 대기만 1시간인데..비싼 통화료까지 고객 몫?

유선희 2022. 4. 18. 1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상회복 타고 항공사·카드사 등 문의 쇄도
"고객센터 전화 1시간 대기해도 연결 안 돼"
ARS 유료인지 잘 몰라..연결 대기에도 과금
소보원 "유료 사실 알리고 무료전화 마련을"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출발 항공편 안내 모니터.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50% 수준까지 복원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합뉴스

‘일상회복’ 분위기에 들떠 유럽여행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구매했던 최아무개(46)씨는 며칠 전 항공사로부터 ‘비행기 일정이 변경됐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상담을 하기 위해 항공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40여분을 대기하고도 결국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그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바로 ‘통화요금’이다. 최씨는 “내가 쓰는 요금제는 60분의 무료통화가 제공되는데, 항공사에 몇 번 전화했더니 남아있던 무료통화 시간이 모두 소진됐다”며 “통화가 안 되는 것도 답답한데, 대기시간 요금까지 소비자가 물어야 한다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항공 누리집에 안내된 고객센터 번호. 유의사항이 있지만, 1588로 시작하면 고객센터 통화료가 ‘유료’임을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다른 항공사나 카드사, 보험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누리집 갈무리

최근 항공·금융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에는 최씨처럼 고객센터(콜센터)에 전화했다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통화 대기를 했다는 하소연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2년 이상 지속하면서 경영난 탓에 각 회사가 상담사를 줄인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전 해제 분위기를 타고 소비자 문의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담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고객센터에 연결만 되면 대기시간 요금까지 소비자가 지불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소비자는 대표번호가 유료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고객상담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대표번호는 지능망 서비스라 요금이 일반 통화료보다 비싸다. 통신사들이 대표번호를 쓰면 상품 주문이나 고객 상담 통화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권해, 요즘은 고객상담용으로 기업 쪽이 통화료를 부담하는 수신자요금부담전화(080 전화) 대신 대표번호를 쓰는 경우가 많다. 상품 주문과 고객 상담 통화료까지 고객에게 몰래 떠넘긴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느라 3월에만 부가통화 요금 1만4천원을 물었다는 이아무개(29)씨는 “통신사에 문의하니 무제한 요금제를 써도 유료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대기시간까지 포함해 부가통화가 차감되고, 제공량을 다 소진하면 1초당 1.98원이 부과된다고 하더라”며 “대표번호가 유료라는 사실을 몰랐을뿐더러, 대기시간만 길었을 뿐 정작 상담시간은 한 번에 10분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카드 누리집 고객센터 안내. 1644로 시작하는 전화가 유료임을 밝히는 안내문이 없다. 국민카드 누리집 갈무리

실제로 우리나라 항공사·카드사·보험사·은행·쇼핑몰 등 대부분의 사업자가 15XX, 16XX, 18XX 등으로 시작하는 에이아르에스(ARS) 대표전화를 사용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 조사대상 172개 사업자 중 69.2%(103개)는 유료전화만을 운영하고 있었다. 무료·유료 모두를 운영하는 경우는 20.3%(35개), 무료전화만 운영하는 경우는 10.5%(1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료전화를 운영하는 사업자 가운데는 누리집이나 모바일 앱에 통화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안내하지 않는 곳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나서서 ‘고객센터 통화 요금’이 유료라는 점을 알리고, 대기시간 요금을 줄이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유료 대표전화 대신 사업자들이 ‘해외에서 이용 시’라고 안내하는 번호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나 금융사의 경우, 소비자가 해외에서도 원활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82-2-XXXX-XXXX’ 형태의 일반번호를 운영한다. 일반번호로 전화를 걸 경우, 휴대전화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추가 과금없이 고객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문의를 남기고 사업자가 연락하도록 요구하거나 금융사의 경우엔 각 지점으로 바로 전화를 해 고객센터로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국 대표번호를 운영하는 경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소비자가 상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기업이 수신자요금부담 대표번호를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