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 섬 전체가 '들썩'.. "고사리 포인트를 찾아라"

제주방송 이효형 2022. 4. 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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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도 아닌데 차들이 몰려있다? 그곳이 '포인트'

이맘때쯤 해발 200m에서 600m 사이의 중산간 도로를 지나다보면 관광지도 아닌데 차들이 줄 지어 서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땅만 쳐다보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그곳은 바로 고사리 채집 포인트입니다. 한가지 덧붙히자면 그 주변은 '고사리 꺾다가 길 잃는 사고가 많은 곳'이란 내용의 현수막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주는 이 시기가 되면 섬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새벽부터 곳곳에 프로 고사리꾼들이 돌아다닙니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고사리를 캐기 위해 제주를 찾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는 고사리 천지.. 가격도 쏠쏠

4월에 들어설 즈음 제주에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릅니다. 이 비가 땅을 적시고 나면 제주는 고사리 천지가 됩니다. 비를 맞은 고사리는 하루만에 키가 쑥 크고 통통해집니다.

제주는 전국에 있는 고사리 종의 80% 정도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제주고사리삼'은 제주에만 있는 희귀식물입니다. 옛날에는 임금님에게 진상될 정도로 쫄깃한 식감과 맛을 자랑합니다.

단백질과 칼슘, 철분 등 영양도 뛰어나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잘 말린 고사리는 가격도 쏠쏠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고사리를 캐는 시기는 보통 4월에서 5월 중순까지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 날이 더워지면 고사리 잎이 피거나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져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때면 다른 풀도 자라나 고사리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고사리는 기둥 아래를 잡고 꺾으면 쉽게 채취할 수 있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 제주에는 '고사리 방학'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시장에 가면 앞치마에 주머니가 있는 '고사리 앞치마'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사리 줄기는 꺾어도 아홉 번 새순이 돋아나 오늘 채취한 고사리라도 다음 날 같은 자리에 가면 다시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프로'들은 자신만의 포인트를 알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막상 초보들이 고사리를 꺾을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하면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영업비밀'을 알려주기 싫은 것도 있겠지만,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고사리 포인트는 어떤 주소지를 찍고 내비게이션처럼 따라가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포인트'라 말로 설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사리꾼 사이에서도 무덤가의 고사리는 꺾지 않는다는 나름의 불문율이 있기도 합니다.

길 잃음 사고도 계속.. 각별한 주의 필요

하지만 고사리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있는만큼, 매년 4월이면 길 잃음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고사리를 캐기 위해 땅만 보고 무리하게 들판이다 숲 속을 들어가게 되는데, 나중에 보면 주변이 비슷비슷해 길을 잃는 겁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는 246건인데, 이 가운데 고사리 채취가 111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시기로는 4월과 5월이 136건으로 절반이 넘고, 여기에서도 105건은 고사리 채취 중 생기는 길 잃음 사고입니다. 지역별로는 동부 읍면지역이 많습니다. 인명피해도 나오는데 지난 2020년에는 70대 남성이 고사리를 캐다 길을 잃고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봄이 되면 초비상이 걸립니다. 최근에는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투입하거나 높이가 높은 풍력발전기 기둥에 식별번호를 써놓는 등 대책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주의가 가장 필요합니다. 고사리를 캐러 갈 때는 혼자 가지 말고 일행과 함께 가거나 호루라기 등 장비를 챙겨야 합니다.

수풀 속에서도 중간중간 휴대전화 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트레킹 어플을 다운 받아 경로를 기록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길을 잃었을 때는 119신고 어플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위치 정보가 전송돼 구조대원이 신속하게 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진드기 등 해충도 불청객이라 옷을 입을 때는 맨 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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