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나를 용서해요"..180분 꽉 채운 국민가수 콘서트

최보윤 기자 2022. 4. 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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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가단' 일산 공연 나서
탄생 100일 맞은 국민가수 서울콘 현장
5월 7일 대구, 15일 창원, 28일 전주 이어져
"하이고(아이고를 그 특유의 말투로 빚으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며 만나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넨 박창근 /n.CH 엔터테인먼트

‘하늘에서 내려온’ 이들은 ‘난 아직도 네가 보고 싶다’며 글썽였다. 지난 3일 맞은 ‘국민가수 탄생 100일’. 국민가수 1위에 오른 박창근을 비롯해 김동현, 이솔로몬, 박장현, 이병찬, 손진욱, 조연호, 김희석, 김영흠과 11위 하동연까지 국민가수를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이들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메운 2000여 관객을 눈앞에 마주하며 한 층 들뜬 모습이었다.

지난 2일과 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2 내일은 국민가수 전국투어 콘서트 “탄생! 국가단”’ 서울 공연에 나선 이들은 “처음 공연하는 것 처럼 정말 즐겁다. 에너지 모두 태워버리겠다”고 말했다.

‘칼군무’는 아니었지만 어깨에 올라탄 자연스러움이 더욱 객석의 흥을 돋웠다. ‘땅에 발이 박혀있다’는 발라더의 ‘숙명’(?)을 깨고 리듬에 몸을 맡긴 이들이다. 지난 3개월간 시간을 쪼개 익힌 안무. 국민가수 멤버들은 서로를 향해, 또 객석을 향해 웃음 지었고, 팬들은 양손에 팬심을 한 껏 실어 박수로 화답했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보컬 뿐만 아니라, 실제 들어야 진가가 더 드러난다는 ‘칼화음’도 더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워졌다.

국민가수 콘서트 전체 무대/n.CH 엔터테인먼트

◇”사회에 좋은 영향력 미칠 수 있도록…불살라보겠다.”

흰색 정장에 화려한 보석을 달고 조명빛을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국가단’(국민가수 톱10·뮤지컬 주연으로 공연 중인 고은성 제외) 멤버들은 ‘국민가수 갈라쇼’에서 선보였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원곡 버블 시스터즈)’로 오프닝 무대를 열었다. 박장현과 이병찬의 화음, 손진욱의 고음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미인’으로 ‘찌르기춤’도 선보이며 무대를 돋웠다. 1974년 ‘신중현과 엽전들’이 발표한 곡을 ‘울랄라세션’ 버전으로 완성한 것으로, 세대를 잇겠다는 국가단의 포부가 엿보였다.

조연호는 “처음 공연하는 것처럼 정말 즐겁다”고 운을 뗐고, 김동현은 “좋은 분위기 잘 살리겠다” 이솔로몬은 “아쉽지 않은 무대 위해 불살라보겠다” 손진욱은 “박수 들으니 긴장이 올라 더 재밌어질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박창근은 “사랑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력 미칠 수 있도록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감성발라더~’라고 크게 노래하며 인사한 박장현은 “좋은 추억 남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고, 이어 이병찬은 “목상태 최고니 열심히 하겠다”고 박수를 유도했다. “기타치고 노래하는 김영흠”이라 자신을 소개한 김영흠은 “손바닥 시뻘개 지실 때까지 남은 에너지 쏟겠다” 김희석은 “하얗게 불태울테니 시원하게 즐기고 가시라”고 말했다.

김동현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이솔로몬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함성 금지여서 소리를 낼 수 없었기에 관객은 응원봉과 손뼉으로 마음을 전했다. 멤버들은 ‘국민가수’를 통해 사랑받았던 대표곡을 열창했다. 박창근은 장현의 ‘미련’으로 국민가수 개인 무대를 열었다. 본선 1대1 데스매치에서 기타에서 손을 놓으며 혼을 실어부르는 모습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던 노래다. 박장현은 본선 3차전에서 마스터들로부터 최고점을 받은 박정현의 ‘미아’로 감성을 충전했다.

검은색 니트로 갈아입은 이병찬은 박효신의 ‘숨’을 선곡해 한결 탄탄해진 보컬 실력을 과시했고, ‘기타치며 노래하는’ 김영흠은 결승 ‘인생곡’이었던 ‘가시나무새’로 벅찬 무대를 연출했다.

박장현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이병찬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살이 많이 빠졌다"는 김동현과 "연유"에 "여유"를 더한 조연호 /n.CH 엔터테인먼트

국민가수 경연 중 ‘천상의 하모니’라며 화제를 이끌었던 상경부 조연호 김동현 손진욱 이솔로몬은 ‘러브포엠’으로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새겼고, 이어 무대에 남은 조연호는 역시 결승 ‘인생곡’이었던 ‘여전히 아름다운지’로 연유 같은 목소리를 선사했다.

다시 돌아온 박창근은 2006년 발표한 2집 앨범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의 타이틀곡 ‘어느 목석의 사랑’으로 객석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그의 2집 앨범은 당시 한국대중음악상 평론가들이 주목한 ‘올해의 음반’에 선정된 바 있다. 하모니카 연주의 전설 ‘리 오스카’의 이름을 따 제작된 ‘리 오스카 하모니카’가 눈에 띄었다. 짧아진 머리로 남성미를 더욱 가꾼 하동연은 ‘부산에 가면’으로 마성의 저음을 선사했고, 박장현은 당시 경연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던 ‘한숨’으로 진심을 내보였다.

n.CH 엔터테인먼트
손진욱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조연호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김희석 /n.CH 엔터테인먼트
김영흠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셔츠 풀어헤친 복근 댄스에 자작곡까지…”갈망하고 꿈꿨던 무대, 멋있는 가수되겠다”

울컥한 마음을 끌어내던 감정의 조율사들은 다시 웃음으로 운전대를 크게 돌렸다. 멤버들은 교복을 차려입고 ‘동급생’으로 변신한 학교 꽁트 영상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자이언트 베이비’ 김희석은 “12살”이라는 ‘특급 비밀’을 고백’(?)하며 멤버들의 어깨를 들썩였고, ‘선생님 포스’로 교실에 들어온 박창근이 개구진 모습으로 “우린 친구”라고 멤버 사이를 파고들자 위화감 하나 없이 교실이 완성됐다.

안경을 끼고 어깨를 바싹 좁히며 마냥 수줍어하는 캐릭터로 변신한 이병찬은 “난 자신감 넘치는 병찬이야”라며 자신을 소개해 객석에 큰 웃음을 줬다. 이젠 무대를 향해 저 멀리 구석에 있는 팬들에게 까지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어보일 정도로 성장했기에 가능한 자기 소개였다.

“자신감 넘치는 이병찬이야. 내가 필살기 한번 선보여 보려고 해. 물 한… 한잔 먹을게. 자~. 보여줘 볼까!” 마이크에 살포시 목소리를 얹어 속삭이듯 객석에 다가가는 연기를 하던 ‘수줍찬’ 이병찬은 갑자기 데시벨을 한껏 올렸다. “왜 내 눈앞에 나타나~” 결승전 1라운드 레전드 미션곡 ‘나타나’를 선창한 이병찬에 이어 하동연 김희석 이솔로몬 조연호 등 한 명씩 멤버들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뤄갔다. 무대 위에 ‘나타나’ 선택된 국민가수였고, 그들 앞에 팬들이 ‘나타나’ 주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이솔로몬 백스테이지 /n.CH 엔터테인먼트
손진욱 백스테이지 /n.CH 엔터테인먼트
조연호 백스테이지 /n.CH 엔터테인먼트

다시 무대는 개인에게 집중됐다. “어려서는 때로는 애증의 관계, 나이 드니까 늘 미안하고 죄송하고 고맙고 그런 존재”라는 서두에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박창근의 결승곡 ‘엄마’였다. 김동현은 그를 ‘국민 숯불총각’으로 각인시킨 예선곡 ‘비밀’(원곡자 부활)과 ‘숯속의 진주들’ 메들리로 선보였던 부활의 ‘사랑이란 건’으로 매끈하게 정화된 목소리를 들려주며 ‘이래서 김동현’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이솔로몬은 ‘비상’(임재범)의 가사처럼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 당당히 꿈을 보여주듯 묵직한 에너지를 끌어올린 뒤 초심을 되돌아보듯 ‘집시여인’으로 리듬을 갈랐다. 펄럭이는 스카프 이상으로 무대 위로 솟구치며 날아오른 손진욱은 ‘걸어서 하늘까지’와 ‘거울아’로 폭발력있는 목소리를 선사했다. 허스키한 로커의 면모를 보이다가도 수정같이 깨끗한 목소리로 편안하게 내지르며 무대를 뜨겁게 했다.

하동연의 ‘끌렁댄스’가 시선을 강타하는 ‘성인식’도 빼놓을 수 없는 무대. 파워풀한 울림통을 장착한 박창근은 그를 국민가수 1위 자리에 올려놓은 ‘다시 사랑한다면’(도원경)으로 열렬한 응원을 끌어냈다. 조용필의 ‘그대여’로 무대에 나선 이병찬은 눈 밑에 악센트를 주고, 단추 세 개를 풀어헤치며 야성미를 십분 발산했다. 공연에 오르기 전 “무대가 생각보다 추워 걱정”이라고 말하던 이병찬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n.CH엔터테인먼트

3개월 동안 안무 선생님과 함께 매일 익혔다는 파워풀한 댄스에 에너지 레벨을 한껏 올리더니, 급기야 단추를 마저 풀고 ‘복근 방출 댄스’로 ‘찬병아리’에서 ‘이폭스’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공연 뒤 “저질렀다”던 이병찬은 “앞으로 뭘 더 보여드리면 좋을까요”라며 또다시 연습 벌레로 태세 전환했다.

이들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자신의 노래로 표출됐다. 조연호는 2020년 발표한 데뷔곡 ‘좋겠어’로 서늘한 가을밤같이 슬픈 멜로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놓았고, 박장현은 2016년 허각과 함께 발표한 ‘벌써 겨울’ 시린 감성을 애절하게 풀어냈다. 김영흠은 ‘사랑의 노래’로 박창근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초 봄의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역시 자작곡인 ‘렛츠 댄스 위드 미’(Let’s dance with me)로 후끈 달아오른 여름으로 변신시켰다.

김영흠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박창근 김영흠/n.CH 엔터테인먼트
'K소울' 김희석은 이날 마지막 인사에서 "죄송하다"고 입을 뗀 뒤 "변명같지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원하는 만큼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멤버들이 그를 달래고 팬들이 응원하며 그의 쾌유를 빌었다. / n.CH 엔터테인먼트

단체곡에 앵콜곡까지 이은 이들은 계속되는 전국 콘서트를 예고하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오는 23일 일산 킨텍스 무대에 오르는 국민가수는 오는 5월 7일 오후 2시와 7시 대구 엑스코에서 대구 콘서트를 성대하게 올린다. 또 15일 오후 6시 창원컨벤션센터, 28일 오후 7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도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13일 저녁8시 대구 콘서트 표 예매에 이어 창원은 14일 오후 8시, 전주는 15일 오후 8시 등 인터파크 티켓에서 각각 진행된다.

국민가수/n.CH 엔터테인먼트
박창근 무대 /n.CH 엔터테인먼트

앵콜곡 ‘언제쯤’의 마지막 가사 “내 안에서 넌 떠나는 거니 난 아직도 네가 보고 싶다”를 반쯤은 울먹이며, 반쯤은 웃음을 보이며 진하게 마무리한 국민가수의 180분 공연 속 또 다른 엔딩은 박창근의 미발매 자작곡 ‘그대 사랑 앞에 다시 선 나’였다.

‘국가가 부른다’ 100일 기념 특별 감사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 선보인 곡이라며 ‘가객’ 서울공연 엔딩곡으로 가끔 불렸던 곡이라고 했다. 23년간 무대 밖에서, 또 무대 밑에서, 그리고 무대 안에서 자신 앞에 다시 서준 팬들을 ‘포그니’ 감싸며 건네는 ‘팬송’이었다.

“내가 받아온 그 사랑이 오늘을 살게 해

그 사랑이 나를 있게해

그대여 맘에 문을 열지 못한 나를 용서해요

그대여 어둠 속에 묻혀 방황하는 나를 용서해요

그대여 그대 사랑 알지 못한 나를 용서해요

그대여 지난 시간 나의 모든 과오를 용서해요”(‘그대 사랑 앞에 다시 선 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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