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재건축 규제완화 신중모드로 돌아서게 한 아파트들

정순우 기자 2022. 4.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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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아파트에서 직전보다 수억원씩 오른 거래가 나오고 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선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인 탓에 한 달 사이 매물이 30% 급감한 곳이 여럿이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는 지난달 17일 5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 12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52억원)보다 8억원 가까이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개포우성1차’ 전용 158㎡도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가인 51억원에 거래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지난 11일 “규제 완화가 투기 이익으로 연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예상보다 신중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이 꿈틀대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차기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과거에도 집값이 급등할 때면 어김없이 강남 재건축 단지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당장 집값이 급등하는 것도 아닌데, 규제 완화를 시작도 하기 전에 과열부터 걱정하고 움츠리는 건 너무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거래 끊겼던 압구정 현대, 단번에 8억 급등

대선 이후 서울과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 거래도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0%)으로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지만, 주택시장이 상승세를 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간혹 거래되는 매물마다 신고가(新高價) 기록을 세우는 현실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와 함께 서울 25구(區) 중 가장 먼저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했다. 민간 기관인 부동산R114 조사에선 대선 이후 한 달 동안 강남구 아파트값은 0.11%, 서초구는 0.09% 올랐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팔려고 내놨던 매물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는 12일 기준 매물이 21건으로 한 달 전(48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압구정 한양4차(-35.5%),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3.6%) 등도 대선 이후 매물이 급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부터 속도 낼 듯

원 장관 후보자가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배경엔 최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 동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 정책은 규제 완화보다 주택 공급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규모 공급 계획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먼저 공개해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고서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전국 250만 가구 중 재건축·재개발(47만 가구)을 제외한 공공택지, 국공유지 개발은 국토부가 이미 사업 후보지를 대부분 파악해둔 상태라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만 있으면 바로 추진 가능하다. 원 후보자도 전날 “실제 수요에 맞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원 후보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규제 완화 속도 조절을 언급한 것은 재건축에서 촉발된 가격 상승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장기적인 시장 안정인 만큼, 투기 억제와 충분한 주택 공급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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