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돌아오는데 알바생은 안 돌아온다.. 속타는 식당 사장님들

강다은 기자 2022. 4.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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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카페 등은 구인난인데.. 앱만 켜면 '단기 꿀알바' 즐비

서울 광진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계순(59)씨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달까지 필요할 때마다 하루 3~4시간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알바)생만 구해서 썼다. 방역 수칙에 따라 손님이 늘었다 줄었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일부터 식당·카페 등에서 ‘밤 12시, 최대 10명’으로 방역 수칙이 완화되는 걸 보면서 장기간 일할 직원 8명을 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고를 낸 지 1주일이 넘었지만 3명밖에 지원자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손모(33)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도 주문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고정적으로 일하는 배달원을 모집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자가 통 없다고 했다. 손씨는 “단가도 높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플랫폼 업체로만 사람이 다 쏠린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근 잇따라 완화되자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식당·카페·노래방 등 일할 직원을 뽑겠다는 곳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일할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때 아닌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동안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원할 때만 짧게 일할 수 있는 배달 또는 심부름 아르바이트 등이 많아지면서 “고정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앱을 사용하는 프리랜서라는 뜻의 이른바 ‘앱랜서’가 증가한 것이다. 또 코로나 사태 동안 한국을 떠난 외국인 근로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 등도 곳곳에서 구인난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학생 원모(26)씨는 지난 2일 한 구인구직 앱으로 하루짜리 아르바이트를 구해 한 냉면집에서 그릇 씻는 일을 했다. 8시간 동안 일하고 8만원을 받았다. 그는 일정 시간을 정해서 고정적으로 일하는 알바 대신, 이렇게 앱으로 짧게는 하루, 길어도 2~3일짜리 식당 홀서빙 같은 일을 주로 구한다. 원씨는 “일당으로 정산해 줘 돈을 빨리 손에 쥘 수도 있고, 시험 기간이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땐 일을 안 해도 돼서 좋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26)씨도 올해부터 배달 플랫폼으로 음식 배달을 하거나 앱으로 구한 2~3일짜리 단기 알바를 한다. “사장님이나 다른 직원과 관계 맺을 일이 없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했다.

이런 젊은 층이 늘어난 여파로 아예 단기 알바를 모집한다는 공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3개월 이하’짜리 알바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전체 알바 공고의 11.5%였지만 지난해 비율이 16%까지 늘었다. 3~6개월 이하 알바는 같은 기간 27%에서 22.3%로 감소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속감, 지속성보다는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중시하며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일을 찾아 하는 젊은 층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빠른 보상을 원하다 보니 숙련도가 쌓이지 않는 일로 몰리는 건 우려스럽다”고 했다.

코로나로 귀국길에 올랐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 게 구인난의 원인이라는 반응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과 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거리 두기가 완화되며 일손이 필요한데 주방 보조 업무를 하던 중국 교포 등 외국인 직원들이 없다”면서 “이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의 한 인력업체 이현희(43) 팀장은 “외국인이 많이 없어 지난달부터 계속 공고를 올렸는데 사람이 오지 않아 광고 수수료만 든다”며 “불법 체류 중인 사람이라도 뽑으려 해도 일반 외국인과 똑같이 월급 주고 보너스까지 꼬박꼬박 주겠다고 해야 겨우 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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