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어려워진 희토류..석탄재 활용해 답 찾는다 [Science]

이새봄 2022. 4. 11. 17: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비료·전자제품..
희토류 필요한 분야 많지만
세계 최대 생산국 中에 의존
공급망 문제 생길땐 발만 동동
금·은보다 땅속 비중 높지만
추출 힘들고 환경오염도 유발
국내 과학계, 석탄재에 주목
석탄에도 희토류 존재하는데
석탄재로 태워내면 더 농축돼
물·CO2 등과 계속 반응시키면
희토류양 100배 넘게 늘어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2030년 디젤·가솔린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이 팔리는 시대가 왔지만, 전기차를 구입하기 위해 예약을 걸어둔 김형규 씨(가명)는 영업사원을 통해 연내에 자동차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애를 태우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차를 구입하고 싶지만 그나마도 내년에 차가 출고되는 게 다행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했다. 그는 "국내차·수입차 관계없이 최대한 빨리 차를 받을 수 있는 곳에 예약하고 싶은데, 모든 업체들이 같은 답변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2030년 '전기차 대란'의 원인은 중국이다.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전기차·풍력발전에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의 희토류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중국이 관련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영구 자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이 필수적이지만 원료를 조달할 수 없어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2022년 기준 t당 150만달러(약 19억원) 수준이었던 테르븀의 가격은 t당 600만달러로 뛰었다.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의 가격도 각각 5배 이상 급등했다.

불편한 상상이지만 이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와 인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에어컨 수요 증가로 영구자석 수요가 크게 늘면서 주요 원료인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의 수요는 2030년까지 공급을 초과할 전망이다. 특히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매장량이 적은 데다 중국 외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공급망 위기로 몸살을 앓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에 이어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요소수 대란'처럼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상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세계 공급망 교란 상황에서 희토류 등 희소하고 채굴이 어려운 광물자원은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수단, 즉 '자원의 무기화'가 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수출을 통제한다면 한국과 같이 광물자원 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반도체 수급 불안 등의 이유로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국내 출고량이 단 1대에 그친 것처럼,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로 인해 전 세계 전기차 업체의 발이 묶이는 사태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 란타넘계 원소와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 등 총 17개 화학원소를 말한다. 열과 전기가 잘 통하는 성질이 강해 전기·전자·초전도체 등 첨단 제품에 핵심 원료로 쓰인다.

이름에도 희귀하다는 뜻이 있지만 사실 금과 은, 백금과 같이 귀금속과 비교하면 지각 내에 존재하는 비중이 높다. 일례로 세륨(Ce) 같은 희토류는 구리와 납, 코발트보다도 풍부하다. 하지만 문제는 추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희토류는 원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고순도 제품이다 보니 정련하기가 까다로우며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 등이 생긴다. 대체 물질을 찾기 어렵고 재활용 비율도 낮다. 이 때문에 미국 등을 포함한 선진국은 희토류 채굴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희토류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희토류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전략적으로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주요 자원을 비축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 중이다. 더 많은 수입처를 확보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직접 희토류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희토류가 생산되는 광산은 현재 전무하다. 일부 지역에서 희토류 매장이 확인되고 있지만 경제성이 없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광업 광산물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희토류 매장량은 약 2597만t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8억원어치에 불과하다. 이렇듯 애초에 부족한 희토류의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 즉 석탄재다. 보통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가 발생하면 이 중 약 4분의 1(23%)은 그대로 매립된다. 나머지는 시멘트나 콘크리트 혼합재, 아스팔트 충전재·포장재, 벽돌과 타일 원료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석탄 속에도 희토류가 존재하고 석탄을 태우고 나온 석탄재에는 희토류 함량이 더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석탄재를 '희토류 광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본부 책임연구원(박사)은 "석탄은 식물이 썩어 만들어진 것이고, 수백만 년 동안 탄화되면서 많은 공극이 생긴다"며 "석탄이 매립된 곳 주위에서 마그마가 분출될 경우 마그마 속의 무거운 희토류인 중희토류가 밖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석탄의 공극으로 가라앉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하수나 강우로 인해 석탄 내 공극에 희토류 원소가 침투하거나, 지표수로부터 원소가 유입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석탄에는 상당한 희토류가 포함된다.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면 희토류가 농축된다. 일례로 희토류 중 일부인 이트륨의 함량은 석탄보다 석탄재에 5배 이상 높다. 안 박사는 "이미 발전 과정에서 석탄을 태우며 희토류가 농축되기 때문에 광물에서 직접 회수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가 농축됐다고 해도 석탄재에서 바로 희토류를 뽑아내기에는 아직 양이 미미하다. 안 박사 연구팀은 화력발전소에서 발전 후 나온 기체 부산물이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물과 함께 석탄재와 반응시켰다. 이 과정에서 석탄재에 섞여 있던 칼슘(Ca)과 마그네슘(Mg)이 각각 탄산칼슘(CaCO3), 탄산마그네슘(MgCO3)이 되어 석탄재에서 분리된다. 분리된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은 산업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탄소 광물화 과정'이라고 부른다. 석탄재 성분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빠져나가면서 석탄재 속 희토류는 추가적인 농축 과정을 거친다.

남은 석탄재를 다시 수산화나트륨(NaOH)과 이산화탄소, 물 등과 함께 반응시키면 석탄재 속의 규소(Si)와 알루미늄(Al)이 알루미늄 수산화물(Al(OH)3), 이산화규소(SiO2)의 형태로 분리된다. 역시 광물화된 물질은 산업에서 다시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희토류는 또 한 번 농축이 된다.

이렇듯 석탄재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가며 수차례 탄소 광물화 과정을 거치고, 석탄재 속 성분들이 분리되면서 석탄재에 남은 희토류는 100배 이상 증가한다. 이를 희토류 농축 과정이라고 부른다. 안 박사는 "화력발전소에서 바로 나온 석탄재 속 희토류의 양은 t당 250PPM이지만, 탄소 광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약 100배가 농축돼 t당 2만5000PPM으로 양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농축 과정을 거친 석탄재 속 희토류 비율은 약 2%다. 전 세계 6위 희토류 광산인 미국 베어로지(Bear Lodge) 광산의 토양 속 희토류 비율(품위)은 약 3.45%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희토류 광산인 호주 마운트웰드 광산의 토양 속 희토류 비율은 7%다. 이러한 수치로만 비교해봤을 땐 '석탄재 광산'이 수율이 좋은 광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디스프로슘, 테르븀, 유로퓸, 네오디뮴, 이트륨 등 희토류 중에서도 더 희귀한 '고가 희토류'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기차 등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주요 희토류이기도 하다. 수율이 좋은 광산이라도 고가 희토류가 생산되는 광산은 드물다. 하지만 석탄재에는 이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안 박사는 "호주 놀런스 광산의 경우 희토류 비율이 2.79%임에도 불구하고 고가 희토류의 채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며 "첨단산업에서 수요가 많지만 구하기는 어려운 고가·초고가 희토류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채굴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고 밝혔다. 안 박사는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에서 주요 희토류를 생산·비축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