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님 "식용유 값 무서워 튀기는 게 두려운 건 처음"

유선희 2022. 4. 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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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조아무개(48)씨는 요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영등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 중인 정아무개(50)씨는 "지난해 말 교촌과 비에이치시(bhc) 등 대부분의 업체가 메뉴 가격을 1천원~2천원 올린 상황이라 당분간 치킨값을 더 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며 "모 치킨 회사 회장이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고 떠들어댄 통에 소비자들이 치킨값에 더 예민해진 것 같은데, 진짜 현실은 3만원은 받아야 장사를 유지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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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닭·밀가루 등 재료비에 배달 수수료 인상 겹쳐
"2만원대였던 식용유 1년 새 5만원 넘어" 쇼크
"한 방울이라도 아끼자" 각종 노하우 공유까지
"치킨 한 마리에 3만원 농담 아닌 날 곧 온다"
‘치느님’으로 불리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치킨. 하지만 식용유값 폭등으로 최근 치킨집 사장님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영등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조아무개(48)씨는 요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만원대였던 18ℓ짜리 말통 식용유 가격이 계속 오르더니 이달 들어서는 5만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조씨는 “밀가루·튀김가루·닭·치킨 무까지 식재료 가격은 물론 배달 수수료마저 오르는 와중에 식용유 가격마저 폭등하니 죽을 맛”이라며 “판매 가격을 올리려 해도 치킨값에는 단돈 천원에도 민감한 정서상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곡물 파동으로 줄곧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식용유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폭등하면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튀겨야 사는” 치킨집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모여 식용유를 한 방울이라도 아낄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며 “진짜 한 마리에 3만원이 곧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하고 있다.

11일 치킨 업계와 자영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초 한 통에 평균 2만2천원~2만3천원이던 업소용 식용유 가격이 이달 들어 5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굽네치킨이 이달 1일부터 날개 등 부분육 납품가를 1300원 이상 올리는 등 재료비 인상에 나섰고,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의 수수료도 평균 1천원 이상 올라 치킨 업계는 말 그대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 중인 정아무개(50)씨는 “지난해 말 교촌과 비에이치시(bhc) 등 대부분의 업체가 메뉴 가격을 1천원~2천원 올린 상황이라 당분간 치킨값을 더 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며 “모 치킨 회사 회장이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고 떠들어댄 통에 소비자들이 치킨값에 더 예민해진 것 같은데, 진짜 현실은 3만원은 받아야 장사를 유지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용유 값을 어떻게든 아끼려는 업주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10년째 치킨집을 운영 중이라는 지정윤씨는 “3만원대였던 식용유가 4만원을 찍었을 때 한꺼번에 30통을 사놓아 그나마 다행인데, 이번에 한 통에 4만8천원을 달라기에 다시 사재기를 하려니 물량 제한을 하더라”고 전했다.

튀김기를 여러 대 사용하고, 정제기를 쓰는 등 식용유를 더 오래 쓸 수 있는 ‘신공’을 발휘하는 업주도 있다. 조아무개씨는 “무작정 더 여러 번 튀기면 치킨의 맛이 떨어져 예민한 고객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다”며 “튀김용 식용유의 수명을 늘리는 정제기를 사용하고, 프라이드용 튀김기와 양념용 튀김기를 따로 쓰는 등 갖가지 방법을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폐유를 조금이라도 비싸게 되팔아 식용유 가격을 충당하기도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신정섭(56)씨는 “그간 거래하던 폐유 수거 업자는 한 통에 2만원씩 줬는데, 옆 동네 아는 사람이 최고 2만5천원까지 받는다고 해서 최근 수거 업자를 바꿨다”고 했다. 신씨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나서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켜주거나 오른 비용만큼 치킨값을 올리는 게 답인데, 이렇게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대책으로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며 “튀겨야 사는 치킨집 사장이 식용유 값이 무서워 튀기는 게 두려운 건 장사 12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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