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영화 같은 ICBM 영상..선전선동 현대화

KBS 2022. 4. 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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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영상이 큰 화제가 됐죠.

김정은 위원장이 마치 영화주인공처럼 출연을 했는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편집 기법이 등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전선동의 최일선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에는 처음으로 선전부문일꾼 강습회를 주관하고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선전선동 기법은 꾸준히 변화해 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영상 미디어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입니다.

달라지고 있는 북한의 선전선동,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수십 대의 대형버스가 평양 시내를 가로질러 4.25 문화회관으로 들어섰다.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가 열린 것이다.

6천 석 규모의 대회의실을 꽉 채운 선전분야 간부들.

북한은 이번 강습회의 목적이 사상사업의“혁신”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당 사상 사업에서 혁신을 일으킴으로써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쳐 나가자는데 이번 강습회를 소집한 당 중앙의 의도가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간부들과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선전선동 방법에서 새로운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위원장 서한/아나운서 대독 :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사상 사업에서 혁명은 형식주의를 타파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 시기 당 중앙의 분석이라고 하시면서..."]

지난달 25일 공개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영상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김 위원장의 등장.

교차 편집에, 각종 효과음까지 더해졌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화성 15형 발사 당시에는 이런 연출 기법은 선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ICBM 발사 영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더 길게 노출 시켰다.

2017년엔 군 간부들과 기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만 공개한 반면 이번에는 군인들과 활주로를 거니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보여줬다.

완전히 달라진 북한식 선전선동 영상에 김정은 위원장이 주인공으로 나선 것이다.

[김승/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저는 도입부를 보고 상당히 놀랐는데요. (북한) 영화예술론의 원칙과 상충되거든요. 심지어 (북한) 영화예술론에서 뭐라고까지 지적하냐 하면 클로즈업은 필요할 때 편당 영화에서 두세 번만 해라 이렇게도 쓰여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퀵 팬에 퀵 줌에 커트의 빠른 교차편집 이런 것들이 허용되고..."]

북한의 선전선동은 미디어와 문화 예술, 교육 분야까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당의 정책과 최고 지도자 우상화를 위한 정치적 수단인 만큼 대중들의 호응에 민감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1970~80년대 ‘민족 가극’을 통해 대중 사상전을 펼쳤고, 1990년대에는 ‘희극’을, 2000년대에는 대중음악과 대집단 체조로 주민들을 선동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부터는 TV 방송이 변화를 이끌면서 선전선동의 중심에 섰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훨씬 더 서구적이라고 할까 자본주의적 시각 같은 자본주의적 방법. 이런 것들이 훨씬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겠고. 내용적, 기술적으로 보면 빨라졌어요. 전체적으로. "]

대형 디지털 화면이 배치된 화려한 스튜디오가 등장했고 한복 대신 양장을 입은 젊은 방송원들도 대거 투입됐다.

2017년 12월부터 모든 영상을 HD로 송출하기 시작하면서는 방송 형식도 국제적 기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연출기법에서도 선전선동 기조의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방송원들이 스튜디오 보도 형식을 탈피해 현장 전면에 뛰어들었다.

[조선중앙TV : "방송원 동지 들어가서 이야기 하시죠."]

[김성광/조선중앙TV 방송원 : "이거 뭐 날씨도 좋은데 이왕이면 밖에서 이야기를 좀 들어 봅시다."]

[조선중앙TV : "자리 다 폈는데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네, 고맙습니다)."]

금강산의 산꿀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에선 취재 전 과정이 생생히 그려졌는데, 심야취재를 위해 차량에서 잠을 청하는 방송원의 모습까지 공개했다.

‘속보성’이 강화된 것도 북한 선전선동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2020년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연이어 닥친 북한.

다수의 방송원들이 태풍현장에 급파됐다.

[조선중앙TV 방송원/2020년 9월 : "여기는 태풍 9호의 영향을 받게 될 강원도 고성군 읍지구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 원산시에서 태풍 9호의 현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사상 처음으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거의 실시간으로 재난방송을 이어갔다.

방송원들이 침수된 도로에 들어가거나,

[조선중앙TV 방송원/2020년 9월 : "현재 여기 신포지구는 이렇게 세찬 바람과 함께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들고 있던 우산이 뒤집어진 채 방송을 하고.

[조선중앙TV 방송원/2020년 9월 : "여기는 청진시 신안구역 해운동에 위치한 바닷가 지역입니다."]

비바람에 흠뻑 젖은 방송원들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북한 전역의 피해 상황이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북한의 선전선동이 통제와 폐쇄적인 방식에서 개방과 정보 공유체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승/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후 이번에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요. 이번에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선전선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 일종의 충격 요법을 썼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이 TV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현지 지도 현장에서는 선루프로 상반신을 내밀고 주민들 환호에 호응하기도 했다.

여기에 선전부문의 과감한 혁신 주문까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향후 국경 개방시 외부 문화가 재유입되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최근 들어서 중국하고 제한적이지만 기초적인 생필품이라든지 이런 교류 시작했었고 때문에 결국은 이걸 풀 수밖에 없는 현실, 중국쪽을 통해서 왕래를 제한적으로 연다면 당연히 왕래 속엔 문화적 유입이란 것이 불가피하거든요. 전 이번 대회는 역시 다시 문을 열거에 대한 대비가 있다고 봐요."]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가 있기 전까지 외부문화는 북한에 꾸준하게 유입됐다.

아무리 당국이 단속해도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선 외부 문화에 대응하면서 주민들의 사상을 단속할 새로운 선전 선동방법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정은 위원장 서한/아나운서 대독 : "인민들에게 행복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당과 국가의 혜택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그에 보답하기 위하여 애쓰도록 교앙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체제선전과 사상 주입은 물론, 대중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북한의 선전선동.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 혁신안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선전선동이 앞으로 더 강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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