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라벨링, 칼로리 대신 탄소배출량 볼 수 있도록[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16)

2022. 4. 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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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실용화재단 밥상의 탄소발자국 프로그램 /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간만의 주말 저녁에 온가족이 모여 밥상을 차렸다. 오늘 우리 집 밥상에는 흰 쌀밥과 소고기 뭇국이 올라왔다. 반찬까지 포함하면 진수성찬이다. 밥과 국만 해도 약 2kg CO₂e의 온실가스가 발생했다. 여기서 CO₂e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인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가스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한 탄소환산량을 뜻한다. 반찬까지 계산한다면 당연하게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밥상의 탄소 발자국’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의 탄소발자국을 알 수 있다. 한식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음식은 설렁탕이다. 무려 10kgCO₂e를 배출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음식은 모두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이다.

그렇다면 고기 섭취만 멈추면 될까. 음식의 탄소발자국은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커진다. 식재료를 포함한 식품이 재배지에서 출발하여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송 거리를 ‘푸드 마일(Food Miles)’이라고 하고,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품 수송량(톤)에 수송 거리(Km)를 곱한 것이다. 푸드 마일리지가 길수록 식품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 운반을 위해 석유나 석탄 등 에너지원 사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도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 / 세계기상기구


■찾아온 기후 위기, 넷제로로 나아가는 세계

2021년을 기점으로 향후 2년까지 전염병과 생계 위기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위험이다. 이후 3년은 버블 붕괴와 채무 위기 등 경제적 위험이 두드러지며, 그 후에는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천연자원의 위기가 찾아오고, 기후대응이 실패해 결국 환경적으로 위험이 찾아올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1 세계위험보고서’에서 전망한 미래상이다.

현재의 탄소 배출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인류는 돌이키기 힘든 기후재난에 직면한다. 이에 많은 국가, 지방정부, 시민사회에서 기후비상을 선언하고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처를 모색하고 있다. 주지하듯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이미 1°C가량 상승하였으며,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태풍의 강도와 빈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1년에 최고치를 경신한 414.3ppm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의 약 150%였다.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질수록 기상이변은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발생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북극의 지표면 대기 온도는 지구 평균보다 적어도 3°C 이상 빠르게 따뜻해졌고, 해빙, 그린란드 빙하, 빙하는 같은 기간 동안 감소했으며 영구 동토층 온도는 증가했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폭풍 등 이상 기후를 경험하면서 탄소 중립에 세계적인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은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는 노력을 촉구했다. 201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제 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1.5°C 이하로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해야 된다고 권고했다. 넷 제로란 탄소중립으로 대기 중에 추가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없는 상태이다.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배출된 탄소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흡수하거나 제거해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2016년 파리협정이 발효된 뒤 2017년에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법제화했다. IPCC의 ‘1.5°C 특별보고서’가 나온 후엔 많은 국가가 연이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19년에 G7 국가 중에서 영국이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08년에 세계 최초로 제정한 ‘기후변화법(UK Climate Change Act)’을 개정해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도 2019년 ‘기후ㆍ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였다.

국가별 온실가스 총배출량현황(2017년 기준 순위) /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6억4860만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7억2760만톤)보다 10.9% 줄었으며 2년 연속 감소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세계 11위, OECD 국가 중에는 5위였다. 한국은 유럽연합(EU),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페인,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의 법정절차도 체계화했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전 중간단계 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소비자에게 신뢰성 있는 라벨을 위해서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에 맞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한다. 이때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환경적 지속성 및 사회적 건전성과 조화를 추구하는 소비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소비를 녹색소비라고 한다. 녹색소비가 가능하려면 소비자의 이해를 돕고 품질의 신뢰도를 쉽게 파악하는 실천 정보로서 표시가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는 ‘라벨링’이 있다. 라벨링은 물품의 용기에 부착된 서면, 인쇄 또는 그래픽 자료의 표시를 의미하고, 탄소 배출ㆍ에너지ㆍ식품 안전성 등 제품의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소비자는 라벨에 적힌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라벨링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돌핀세이프라벨 / NOAA Fishery


가끔 라벨이 진짜 정보를 담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씨스파라시(Seaspiracy)’에서는 돌고래의 안전을 입증하기 위한 ‘돌고래 안전(Dolphin Safe)’ 라벨이 실제로 돌고래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부수어획, 플라스틱 오염, 강제 노동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수산물 산업이 자행하는 나쁜 행태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면서 ‘돌고래 안전’ 인증 체계의 허점도 고발했다.

‘돌고래 안전’ 라벨은 어로작업 중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를 죽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마크이다. ‘돌고래 안전’ 라벨이 붙은 참치통조림은 통조림 안의 참치를 잡을 때 돌고래에게 해롭지 않은 어로방법을 사용했음을 주장하는 기호이다.

돌고래는 주로 큰 참다랑어와 같이 헤엄치기 때문에 동부 열대 태평양과 지중해에서 참치 어업의 부수어획으로 돌고래가 많이 죽거나 다친다. 에콰도르에서는 매년 2500~5000마리의 작은 고래가 부수어획으로 살처분된다고 추정된다. 말레이시아 소규모 어장에서도 부수어획으로 인해 돌고래가 개체 수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1972년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한 미국은 1988년에 돌고래 안전보장을 담은 내용으로 이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해양포유류 어획을 제한하는 미국 수준의 프로그램이 있거나 돌고래 등 부수적 해양포유류의 평균 어획률이 미국 어선과 비교가능한 수준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국가로부터 참치 수입을 1990년 8월 금지했다.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에 반발한 멕시코와 유럽은 각각 1990년과 92년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제소했고 미국이 졌다.

GATT 분쟁의 와중인 1990년 미국은 ‘돌고래 안전’ 라벨링의 표준을 정비하고 어로방법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돌고래 보호 소비자 정보법(DPCIA, Dolphin Protection Consumer Information Act)’을 제정했다. 참치어업으로 인한 돌고래 희생에 국민적 공분이 일자 미국 참치업계는 자체적으로 ‘부수어획’ 회피 등 ‘돌고래 안전’ 조치를 취했고 그 표시로 ‘돌고래 안전’ 마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돌고래 안전’ 라벨에 공신력을 부여하려는 취지에서 DPCIA를 통해 기존 업계 차원의 라벨링을 통합하고 표준화하게 된다.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민관 양쪽에서 경주된 가운데 1980년대 참치어업의 부수어획으로 돌고래의 희생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참치업계가 자체적으로 ‘돌고래 안전’ 라벨을 만들어 사용한 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 아예 라벨링을 도입해 시장을 돌고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화한 것이 1980년대 중반~1990년대 미국의 상황이었다.

멕시코는 미국의 ‘돌고래 안전’ 라벨링이 멕시코산 참치 제품의 수입을 막는 차별적인 기술규정이라고 판단하여 2008년 10월 이번에는 세계무역기수(WTO)에 제소했다. WTO 상소기구는 미국의 ‘돌고래 안전’ 라벨링이 멕시코산 참치 제품을 차별하여 WTO 비차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결했다. 2013년에 미국이 ‘돌고래 안전’ 라벨링 규정을 일부 수정했지만 WTO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2016년에 라벨링 규정을 다시 고쳤고 WTO가 2016년의 미국 개정안이 타당하다고 결정하여 약 30년에 걸친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참치분쟁이 종결됐다. 그러나 해당 기간에 멕시코산 참치제품은 미국시장에서 배제됐고, 멕시코는 2017년 WTO에서 연간 1억6000만 달러의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승인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국은 무역분쟁까지 감수하며 자국의 ‘돌고래 안전’ 라벨링을 사수했고,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세계 전역에서 ‘돌고래 안전’ 라벨이 통용되고 있다. 일국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돌고래 안전’ 라벨링이 해양포유류를 보호하는 유효한 수단은 아니라는 고발이 새롭게 나오면서 ‘돌고래 안전’이 다시 국제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PCIA에 따르면 라벨을 받기 위해서는 선장 또는 국가/국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감시관(observer)이 조업 동안 의도적인 건착망 설치 및 사용을 하지 않았고 돌고래의 심각한 사상이 없었다고 서면으로 인증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씨스파라시’에 따르면 ‘돌고래 안전’ 라벨은 보기 좋은 마크일 뿐, 정말 돌고래를 보호하는 라벨은 아니다. 심사원이 있지만 매번 승선하지 않았고, 선장이 그랬다고 하면 믿는 방식이거나 은밀한 뒷거래로 라벨을 판매하기도 했다. 인증의 진실성을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수준이었다는 고발이었다.

라벨링 제도가 확산해 소비자가 윤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돕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려면 라벨을 믿을 수 있게 라벨 운용에 엄격한 체계가 적용돼야 한다. 라벨 신뢰도와 가치를 함께 높이는 방법이다. 라벨 제도가 정착해 소비문화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의 보증, 꾸준한 관리·감독 등 지속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환경성적표지제도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나라 탄소 라벨링

환경 정보를 라벨링하는 것처럼 탄소배출 관련 정보도 라벨링되고 있다. 탄소 라벨링은 단위 제품과 서비스의 전과정(Life Cycle)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표시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소성적표지제도」라는 명칭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할 수 있다.

탄소성적표지는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근거하여 2009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1년 11월엔 저탄소제품 인증을 시작했다. 생활용품, 소모품, 식음료품, 건설자재, 가전기기 등과 관련된 제품 전반의 탄소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고 시장주도의 저탄소 소비문화를 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밖에 2014년 9월 탄소중립 인증제를 도입했으나, 2017년 4월 ‘환경성적표지 인증업무 규정’ 개정으로 탄소중립 인증은 폐지돼 현재 우리나라 탄소발자국 인증제도는 총 2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탄소발자국이 포함된 환경성적 인증, 2단계는 저탄소 제품 인증이다.

저탄소제품인증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탄소성적표지제는 2016년 7월에 환경성적표지 제도로 통합됐다. 환경성적표지는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유통,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의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하여 라벨 형태로 제품에 부착하는 제도이다. 탄소발자국(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물발자국(수질 및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 자원발자국(폐기물발생 및 자원순환에 미치는 영향), 오존층영향(대기질에 미치는 영향), 산성비(토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부영양화(수질 및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 광화학 스모그(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의 7가지 영향범주를 포함한다. 범주별 환경 정보를 7개의 성적표로 발급해 환경에 미치는 정도를 보여준다.

저탄소제품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라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 중 고시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제품이다.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 중 저탄소 제품 기준 고시에 적합할 때 인증받을 수 있다. 저탄소제품 인증은 대상 제품의 환경성적표지 환경성 정보 중 탄소발자국 값이 최대허용 탄소배출량 이하이거나 최소 탄소감축률 이상이어야 한다. 최대허용 탄소배출량은 저탄소제품 신청일의 이전 분기부터 과거 6년 이내 동종제품 환경성적표지 탄소배출량의 평균값이고 최소 탄소감축률은 저탄소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감축해야 할 탄소배출량의 최소비율(3.3%)이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 라벨링 제도는 환경부가 총괄 운영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보전협회가 지침과 교육을 제공, 인증 및 사후 관리를 하는 등 세부 운영을 담당한다.

■탄소 라벨링 해외 사례

탄소라벨링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국가 정책인 동시에 제품의 소비자 선호도를 향상하는 기업 전략이다. 기업은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여 소비자가 저탄소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이러한 소비자 선택은 궁극적으로 제조업의 생산구조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탄소 라벨링은 저탄소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을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나라에서 시행 중이다.

카본트러스트 탄소 저감 라벨 / 카본트러스트 홈페이지


■영국의 탄소라벨 제도

영국은 2008년 세계 최초로 탄소성적표지 제도를 도입한 나라이다. 이 제도는 2001년 영국 정부가 설립한 비영리법인 ‘카본트러스트(CarbonTrust)’가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인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 2년간 탄소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고 제품의 온실가스를 이전보다 줄이지 않으면 다시 라벨을 부착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탄소라벨 유형은 총 7가지이다. ‘탄소 측정 라벨(CO2 Measured label)’, ‘탄소 저감 라벨(Reducing CO2 label)’, ‘탄소 패키징 감소 라벨(Reducing CO2 Packaging label)’, ‘카본 뉴트럴 라벨(Carbon Neutral label)’, ‘탄소 중립 포장 라벨(Carbon Neutral Packaging label)’, ‘낮은 탄소 라벨(Lower CO2 label)’, ‘100% 재생 가능 전기 라벨(100% Renewable Electricity label)’이다. 그중 ‘탄소 측정 라벨’은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인증됐음을 보여주며, PAS2050, GHG 프로토콜 제품 표준 또는 ISO14067과 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에 부합해야 한다. ‘탄소 저감 라벨’은 제품의 탄소 발자국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회사가 지속적인 탄소 배출 감소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증 표지이다. ‘낮은 탄소 라벨’은 제품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같은 종류의 제품이 배출하는 탄소발자국보다 낮을 때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제품 20종이 2021년 11월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2020년에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은 메모리 반도체 5종의 후속 제품은 ‘탄소저감 인증’을 받았다. 이 5개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저감한 탄소 배출량을 환산하면 약 68만 톤으로, 30년생 소나무 약 1억 그루가 한 해 흡수하는 탄소량과 동일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카본 펀드의 탄소프리인증라벨 / carbonfund.org


■미국의 탄소 라벨 제도

미국의 탄소 라벨 중 하나는 미국의 민간 기관인 카본 펀드(The Carbon Fund)가 2007년에 도입한 탄소 프리 인증 라벨(Carbon Free Certified label)이다. 이 라벨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탄소 프리(Carbon Free) 제품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한 수명주기 평가(LCA)를 받아야 한다. 라벨 사용을 승인받은 업체는 특정 제품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탄소 프리 인증 라벨(Carbon Free Certified label)은 소비자가 저탄소 제품을 식별하도록 돕는 것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제조업체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

미국 회사 팀버랜드(Timberland)는 탄소 전과정(LCA) 계산에 기초한 팀버랜드 그린 지수(Timberland Green Index)를 도입했다. 이 그린 지수는 팀버랜드가 생산하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원자재에서 완제품까지 환경 발자국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을 사용해 1에서 10까지의 등급으로 제품을 구분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환경발자국이 더 낮다.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유해물질의 유무, 재활용 가능성, 혹은 재생가능 재료의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원(硏究員)들에 의해 설립된 The Climate Conservancy(TCC)에서 2008년부터 기후양심제품(Climate Conscious Product) 라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라벨은 녹색 소비주의에 대응하고 구매자들의 환경 양심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다. 이 탄소 라벨 제도는 등급제로 운영된다. 미국 GDP를 기준으로 제품 가격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등급별로 라벨을 부착한다. 배출량 정도에 따라 플래티넘, 실버, 골드 등급으로 나누어 라벨을 부여한다. 동일 제품군 비교를 통해 전과정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10~40% 감축하면 실버, 41~70%일 때는 골드, 71% 이상일 때에는 플래티넘 라벨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였다.

태국의 탄소감축라벨 / Thailand Greenhouse Gas Management Organization


■태국의 탄소발자국 제도

미국과 유럽에서 비영리 단체가 탄소발자국 제도를 주도하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거나 정부 지원 아래 운영된다. 태국은 탄소성적표지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태국은 2008년에 설립된 천연자원·환경부 산하의 정부 기관인 태국온실가스관리기구(TGO)에서 탄소 라벨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TGO는 태국의 청정개발체제(CDM) 국가지정기구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TGO에서는 태국환경연구원과 협력하여 탄소감축라벨(Carbon Reduction Label)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10% 감축, 바이오매스나 폐기물로 생산된 전기 사용,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술 채택 중 하나의 기준을 충족하면 탄소감축라벨 워킹그룹 평가를 거쳐 라벨을 사용할 수 있다 태국의 탄소감축라벨은 제품의 연료채취, 생산, 운송, 사용, 폐기되기까지 전과정이 아닌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낮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2021년 11월까지 제품 탄소발자국 라벨 인증 누적 4940개, 탄소감축라벨 누적 818개이다.

■탄소 라벨링 의무화 필요

현재 탄소 라벨링은 법적 강제 인증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에 의한 임의 인증제도이다. 제안서를 작성하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하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검토 후 대상제품을 선정한다. 만약 칼로리나 영양정보를 표기한 식품영양정보처럼 일부 제품군부터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하면 어떨까.

탄소라벨 의무화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라벨 중 하나인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은 2002년에 도축업 등에 의무적용됐다. 축산물 안전을 위해 HACCP인증 대상을 점차 확대하여 관리하고 있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조리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규명하고,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율적인 위생관리체계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식품위생법에 HACCP 규정을 신설하고, 1997년부터 축산물의 생산ㆍ사료ㆍ가공ㆍ유통의 모든 분야에 적용하였으며, 위해 발생 가능성이 크고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식품의 안전성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전술한 대로 2002년 HACCP 의무적용 품목을 규정했다.

2003년 어묵류, 냉동수산식품, 냉동식품, 빙과류, 비가열음료, 레토르트 등 6개 식품, 2006년 배추김치에 대해 의무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연 매출액과 종업원 수에 따라 총 4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HACCP 의무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처럼 동종업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단계별로 구분해 라벨링을 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마크는 오랫동안 사용됐기에 소비자에게 친숙하며, 거의 모든 가정용 전기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합격ㆍ불합격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마크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며,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이 등급제로 표시되면 동종제품 내에서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저탄소 소비에 기여할 수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제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보급률이 높은 제품에 대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표시를 의무화해, 소비자 선택을 통한 에너지 절약형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유도할 목적으로 199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자와 수입업자는 표시대상 제품을 만들 때 에너지소비효율 또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에너지효율기준의 하한선인 최저소비효율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제처럼 등급화 탄소라벨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 배출량이 측정된 제품의 수가 현재보다 많아져야 한다. 등급화를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유사 제품군별 인증제품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8일 기준 총 324개 기업의 1464개 제품이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다. 그중 102개 기업의 324개 제품이 저탄소 제품이다. 환경산업기술원 라주희 연구원은 “인증제품의 탄소발자국 값 기반 등급별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환경성적표지 및 저탄소 제품이 우선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증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전과정평가(LCA) 및 검증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참여를 이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무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거나 반대로 의무화 참여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탄소라벨, 저탄소 소비문화 조성의 촉매

탄소라벨은, 제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전하는 식품영양 정보와 유사하게 앞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영국의 육류 대체 브랜드인 ‘퀀 푸드’는 자사 제품의 60%에 관한 탄소발자국을 제공한다. 퀀 푸드의 이사 샘 블런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을 위해 식품영양 정보를 확인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식품의 환경 영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퀀 푸드’는 카본트러스트 인증을 받아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탄소발자국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말까지 전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공개하는 것이 ‘퀀 푸드’의 목표이다.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거나 라벨을 제공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긴 하다. 안치용 ESG연구소장은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은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사활적 의제가 된 만큼 탄소측정은 곧 경제와 사회의 기반 정보가 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장에서 이뤄지는 상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 중에서 탄소발자국 평가를 최우선시할 날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니다”고 말했다. 소비와 생활에서 탄소절감을 하려면 탄소발자국 평가가 있어야 하고, 라벨링을 통해 그 평가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공동기획 주간경향·ESG연구소·(사)ESG코리아·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소〉

청년ESG프로젝트팀 현경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이찬희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2년 노희원 연세대 신학과 4학년 ESG연구소 안치용 소장 이윤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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