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문어처럼 골프에 적응할 수 있다면..

방민준 2022. 4.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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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유명해진 문어 파울(Paul).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한국이 월드컵 사상 처음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파울(Paul)이라는 점쟁이 문어가 화제였다.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관에 살던 이 문어는 독일의 16강전에서부터 3·4위전, 그리고 스페인의 우승 등 8개 경기결과를 100% 적중해 몸값이 약 4,500만원(30,000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때 펠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을 우승 후보로 예상했는데 문어의 신통한 예측력 앞에 머리를 숙여야 했다. 문어의 예측대로 스페인이 우승하자 스페인의 어촌마을인 카르발리노는 문어에게 명예시민권을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 두뇌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IQ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무척추동물 최고의 천재로 인정받고 있다. 



병이나 캔을 갖고 놀기도 하고 병뚜껑을 열고 병 안으로 들어가 집으로 삼기도 한다. 복잡한 미로(迷路)를 막힘없이 통과한다. 해양동물학자들에 의해 문어가 장난을 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어촌 출신의 친구로부터 문어가 바닷가 집 부엌에 들어와 솥뚜겅을 열고 밥을 먹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문어는 영어로 옥토퍼스(Octopus)라고 하는데 이는 숫자 8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따온 것이다. 위험을 느끼면 먹물을 분사하는 것에서 한자로 표기할 때는 문어(文魚)라고 쓴다.



문어는 변장의 마술사로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통한다. 영국의 BBC와 이스라엔 히브루대학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공동연구 결과 문어의 다리와 피부에는 5,000만개의 뉴런(신경단위)으로 구성된 신경조직과 크로마토포아(chromatophores)라는 색소 세포가 있어 상황에 따라 모양과 피부색을 LED(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처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골퍼에게 필요한 것이



문어의 변신술, 적응력이 아닐까



골퍼는 일관된 샷을 추구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항상 같을 수 없다. 동반자나 골프코스, 날씨 등 모든 것이 변한다. 이 때문에 의도한 샷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만약 문어처럼 나의 생체리듬이나 감성의 변화,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적응해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에서 끝난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제니퍼 컵초(25·미국)의 우승에 속수무책인 한국선수들을 지켜보며 문어의 변신술, 적응력을 소환해 보았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김세영, 박인비, 전인지 등이 작심하고 대회에 임했지만 김효주(공동 8위)만 톱10에 들고 모두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 맞춰 단단히 벼른 고진영은 첫날 2오버파 74타를 쳐 34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멈추고 나흘 동안 한 번밖에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지 못하는 난조 끝에 공동 53위(이븐파 288타)로 마쳐 세계랭킹 1위를 무색케 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9년 US오픈(김아림 우승)을 끝으로 최근 6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제니퍼 컵초.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세계랭킹 54위 컵초는 2019년 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상금 75만 달러(약 9억원)를 거머쥐었다. 



2018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올해의 선수, 2019년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아마추어 우승,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로 각광받다 LPGA에 데뷔한 컵초는 그동안 상금랭킹 30위 안팎에서 머물다 시즌 첫 메이저이자 미션힐스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에서 숨은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제시카 코다, 시부노 히나코, 렉시 톰슨, 패티 타와타나킷 등 강자들을 따돌리고 LPGA투어 첫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컵초는 문어의 변신술, 적응력을 멋지게 발휘했고 의욕인 앞선 한국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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