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집 팔아서 다시 집 산다"..양도세 완화 '구멍 숭숭'

권화순 기자 2022. 4. 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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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최상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당선인 업무보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3.31.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1년간 배제되는 가운데 이 기간 주택을 매도한 다주택자가 결국은 보유 현금을 들고 부동산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도세 혜택이 매물 유도를 통한 집값 안정 효과보다 강남권 등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값을 끌어 올릴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년간 열리는 다주택자 양도세 혜택..."집 팔아 쥔 현금으로 주식? 적금?..다시 집 삽니다"

4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2주택자와 3주택자의 보유 주택은 각각 466만7900가구, 376만7434가구로 전체 주택의 28%, 22%를 차지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전체 주택의 딱 절반이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두 차례 강화했지만 2020년 기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 매매거래 건수는 5만9600건으로 그해 전체 거래건수의 4.7%에 불과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팔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양도세 중과 정책이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시장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판단이다. 인수위는 늦어도 5월부터 1년간 양도세 중과 배제를 결정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2년 배제였지만 인수위는 매물 유도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이를 1년으로 단축했다.

인수위 의도대로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올순 있지만 문제는 '매도 이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마련한 현금을 들고 다시 부동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유주택을 매도해 현금화 하면 주식이나 정기적금 등 불확실한 투자처보다는 똘똘한 한채로 다시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상급지 또는 지역 대장주 가격상승으로 연결될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1채, 지방 2채를 가진 3주택자가 지방 2채를 팔고 강남권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아파트를 매수해 다시 2주택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주택자 기준으로 2016년 시세 10억원에 주택을 취득해 최근 시세 15억원에 아파트를 매도하면 중과 적용시 양도세가 2억4500만원이지만, 미적용시 1억6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팔아 마련한 현금으로 서울 아파트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도세 혜택받고 집판 다주택자, 주택 재구매시 페널티 가능할까...'주택수→집값총약' 기준 세제 전면손질 속도 내야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본 다주택자가 일정 기간 안에 다시 주택을 매수할 경우 '페널티'(불이익)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주택 해소에 대한 인센티브로 양도세 혜택을 본 만큼 일정 기간 동안은 재구매를 하지 못하게 취득세 등의 부동산 세제 측면에서 불이익이 있어야 의도한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주택자인 등록임대사업자의 경우 2018년 9·13 대책 이후 새로 구입한 주택이라면 종부세와 양도세 혜택을 주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다만 "임대사업자 사례는 줬던 혜택을 축소한 경우였지만 이미 주택을 내다 판 다주택자에게 혜택 축소가 아닌 페널티를 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과도한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론 윤 당선인이 공약한 '주택숫자'에서 '주택가액'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2채를 팔아 서울 1채를 구매하면 현행 기준으론 보유주택 숫자가 줄어 세금을 덜 내도 되지만, 보유주택의 집값 총액 기준으로 바꾸면 주택숫자가 줄었어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지방 주택을 내다 말고 서울로만 매수수요가 몰리는 '집값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보유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 위주로 주택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주택을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며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선 인수위에서 국정과제가 정해지면 장단기 과제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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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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