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온 상승에 바짝 마르는 식물들.. '잦은 산불' 원인 찾았다
[경향신문]
온난화에 식물 내부에 습기 줄어
산불 취약 환경 만들어져 악순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밤 기온이 올라간 것이 전 지구적으로 산불이 확산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와 캘리포니아대 머세드캠퍼스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진은 지난 40여년간 밤이 따뜻해지면서 산불 발생이 늘었다는 분석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주변 공기와 식물 내부의 증기압 간격인 ‘수증기압차(VPD)’라는 개념이다. VPD가 커질수록 식물에선 수증기가 쉽게 빠져나간다. 연구진에 따르면 VPD는 기온이 오를수록 증가한다. 한마디로 날씨가 더울수록 식물이 자신이 가진 습기를 토해내면서 바짝 말라간다는 뜻이다.
대개는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 VPD가 늘더라도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VPD도 함께 줄어드는 게 자연의 섭리였다. 이를 통해 식물은 산불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촉촉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밤이 따뜻해지면서 식물이 수분을 보충해 촉촉해질 수 있는 여건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식물이 밤낮으로 바짝 마르면서 산불에 취약한 상황이 24시간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0년까지 VPD 기준으로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야간 시간이 전 세계적으로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낮 시간은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전 세계 평균적으로 산불에 극히 취약한 VPD를 보이는 일수가 연중 5일 늘었고, 특히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서부에선 11일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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