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했다 어느새 제자리.. 무상증자 '묻지마 투자' 주의보

김민기 2022. 3. 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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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 발표 땐 주가 급등 하지만
실적 뒷받침 없인 추락 잇따라
"주식 수만 늘뿐 만능열쇠 아냐"
전문가 "시총 변화 없다" 지적

최근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서 각 기업별 주가가 빠지자 소액주주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면서 상장사들이 무상증자에 나섰다. 무상증자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성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3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3개월간 무상증자 공시를 한 기업은 21개 기업이다. 엠로, 에이프로, 맥스트, 이루다, 엠브레인, 황금에스티, 이즈미디어, 파세코, 선진뷰티사이언스, 대원제약, 에코캡, 국제약품, 이상네트웍스, 플랜티넷, 랩지노믹스, 메지온, 티앤알바이오팹, 트루윈, DL이앤씨, 덕산하이메탈, 서진시스템 등이다.

■무상증자 후 주가 반짝 상승

무상증자는 기업의 이익잉여금 등을 자본으로 옮겨 신주를 발행, 늘어난 신주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무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그만큼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데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주가에는 호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서진시스템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250원(6.06%) 오른 3만9350원에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하자 주가가 올랐다. 덕산하이메탈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50원(1.34%) 오른 1만8800원에 거래됐지만 장중에는 9%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상한가를 기록한 기업도 있다. 지난 17일 플랜티넷은 전 거래일 대비 2000원(29.94%) 오른 8680원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엠브레인도 무상증자 결정에 전거래일 대비 2640원(29.63%) 오른 1만1550원에 거래됐다.

코스피200 기업 중 하나인 DL이앤씨도 무상증자를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전 거래일 대비 3500원(2.68%) 오른 13만4000원에 마감했다.

무상증자를 응급처방으로 사용한 상장사도 있다. 메지온은 신약 허가불발 소식에 이틀연속 하한가를 맞자 무상증자로 하한가를 가까스로 탈출했다. 메지온은 21일 폰탄 수술 환자의 신약으로 개발 중인 '유데나필'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불발 소식을 전하자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다음날 메지온은 보통주 1주당 2주(200%)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고 낙폭을 일부 상쇄시키며 전날보다 18.3%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소액주주들이 무상증자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코스피에 상장된 크래프톤의 주가가 최근 공모가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하자 이날 열린 제15기 크래프톤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주가부양 정책으로 무상증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주가 빠지는 경우도 많아

무상증자는 기업 내부적으로 충분한 호재가 있고, 주가흐름이 상승세인 시점에 활용해야 효과가 오래 지속 되는 편이다. 펀더멘탈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로 주가방어를 위해 즉흥적으로 활용할 경우 약효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무상증자 발행 규모는 총 252건, 18조5645억원으로 건수는 전년대비 52.7% 늘었으며 주식 수는 91.1% 늘어났다. 하지만 무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대부분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1월 셀리버리는 1월 100% 비율의 무상증자 결의 후 권리락까지 열흘 동안 주가가 37%나 상승했다. 이후 무상증자 신주 상장 시점에 기준가 대비 18% 하락하더니 지난해 종가는 70%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무상증자 기준 주가 대비 연말 종가가 30% 이상 낮아진 곳으로는 아이진(-38%), 동구바이오제약(-33%), EDGC(-33%), 크리스탈지노믹스(-30%), 피플바이오(-31%), JW신약(-30%) 등이있다.

이즈미디어는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2월 14일 주가가 14.2% 급등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15일 만에 20.88%가 빠졌다. 현재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맥스트 역시 1월 24일 무상증자를 결정한 후 15일 만에 주가가 38.3% 빠지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상증자를 이러한 방향성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까지 일부 관찰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무상증자가 단순히 주식 수만 늘릴 뿐 시가총액을 변하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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