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기타 외길 걸어온 3대의 뚝심.."앞으로 50년도 열정으로"

김예나 2022. 3.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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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제조업체 '크래프터 코리아' 올해 50주년..해외서 인정하는 'K 기타'
'한정판 기타' 펀딩 달성률 2308%.."1대는 기술력, 2대는 브랜드 키워"
크래프터 기타를 지키는 '3대' (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3일 경기 양주시의 크래프터 코리아 본사 공장에서 박인재 대표(왼쪽부터)와 박현권 창업주, 박준석 대표가 50주년 한정판 기타를 선보이고 있다. 2022.3.23 yes@yna.co.kr

(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양주는 무엇이 유명합니까?'

평범한 질문이지만 답변에 따라 그 취향을 가늠할 수 있다. 위스키, 브랜디 종류를 줄줄 읊는다면 애주가일 것이고 '크래프터'라고 답한다면 기타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분명하다.

1972년 '성음기타'로 시작한 기타 제조업체 크래프터 코리아(옛 성음악기)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

완벽한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창업주의 바람은 현재 경기 양주시의 공장을 넘어 전 세계 40여 개 국가로 이어지고 있다. 고품질의 수제품을 의미하는 '크래프터'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9년부터 크래프터 코리아를 맡아 온 박준석(33) 대표는 "어느덧 반세기 역사를 이어와 해외 많은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다"며 5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박 대표의 할아버지인 박현권(82) 회장이 서울 마포구 자택의 지하 방에서 직원 4명과 함께 통기타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회사는 국내 여러 기타 생산 공장 중 한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서히 입소문을 탄 사업은 '통기타 황금기'였던 1970∼1980년대를 거쳐 더욱 번창했다.

1986년 아들인 박인재(61) 대표 체제에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경쟁업체들이 유명 기타 업체의 '공장' 역할을 할 때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자체 브랜드 크래프터를 내놓았고 세계 곳곳으로 수출하며 연간 매출액이 20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크래프터 50주년 한정판 기타 (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3일 경기 양주시 크래프터 코리아 본사에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기타가 진열돼 있다. 2022.3.23 yes@yna.co.kr

박인재 대표는 "만약 국내에서만 사업하려 했다면 (제대로) 안 됐을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제조업체 중 한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리를 내고 기술력을 확보한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980년대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기타 공장이라고 할 만큼 생산 1위였다"며 "이후 국내 수요가 꺾인 뒤 많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도산했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지켰다"고 강조했다.

또 "3대로 이어진 사업 원동력은 우리 기타를 인정해주는 연주자와 소비자들 덕분"이라며 "국내에 몇 남지 않은 기타 생산공장으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가업을 잇겠다는 열정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업 환경을 반영하듯, 크래프터 코리아 역시 최근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기타 전 라인업을 국내에서 생산했지만 지금은 고품질의 기타는 국내에서 만들고, 중급 이하 모델은 고유의 기술력,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방식이다.

박준석 대표는 그간 회사가 걸어온 길에 대해 "할아버지가 현장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키웠다면 아버지는 브랜드의 가치를 세우셨다. 그리고 저는 음악적으로 소통하려 하는데 이런 세 사람의 고민이 맞닿아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조금 더 현대적인 기술력과 구조적 이해를 통해 악기를 체계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다가가려 한다"고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물론 기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좋은 악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고민에는 변함이 없다.

기타 브랜드 '크래프터' (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3일 경기 양주시 크래프터 코리아 본사에 크래프터 기타 광고를 부착한 차가 주차돼 있다. 2022.03.23 yes@yna.co.kr

박인재 대표는 "기타 하나를 만들기까지 고민의 연속이다.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두께는 어떻게 할지,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은 '온 고잉'(계속이라는 뜻·on going)"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성음기타'로 시작해 크래프터 코리아에 오기까지 벌써 50년이 지났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잊히지 않는 브랜드가 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크래프터, 더 거슬러 그 옛날 성음기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해다.

반세기 역사를 기념하는 한정판 기타가 4∼5월께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는 334명이 '서포터'로 참여했다. 목표 달성률은 2308%. 당초 목표한 1천만 원을 크게 뛰어넘는 결과였다.

박 대표는 "1970∼1980년대 만들던 기타를 복각해서 그때 그 시절 모습으로 내놓고 싶었다"며 "외관적으로는 성음악기 시절을 재현하되 현대적인 기술력을 더해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정판 기타에는 박현권 회장이 직접 쓴 '1972' 글자가 새겨져 의미를 더한다. 기타 헤드 부분에는 30여 년 전에 디자인한 천사 그림이 그대로 쓰인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펀딩에 참여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기타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재 공장은 '풀 가동' 중이다.

성음기타에서 성음악기로, 또 크래프터 코리아로. 기타 외길을 걸어온 가족의 바람은 오래도록 기타와 함께하는 것이다.

박준석 대표는 "할아버지가 기술력으로 만들고, 아버지가 브랜드를 단 우리 기타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악기가 됐으면 한다"며 "최근 아들이 태어났는데 100주년까지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50년 더 깊은 사랑을 받는 기타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0년간 크래프터가 만들어온 기타가 '감사'였다면 앞으로 50년간 만들 기타는 '열정'이에요 ."(웃음)

기타 제작에 쓰이는 목재 (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3일 경기 양주시 크래프터 코리아 본사 창고에 기타 제작에 쓰이는 목재가 보관돼 있다. 기타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목재는 수입한 뒤 자연 건조 과정을 거쳐 사용한다. 2022.03.23 yes@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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