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없애고 민간임대 활성화? '세입자 대책' 맞나요
[경향신문]
등록임대, 다주택자 투기 악용 전례
민간 주도 공급은 건설사 폭리 우려
“이미 실패한 정책 왜 다시 꺼내나”
임대차보호법의 축소 내지는 폐지 방침을 밝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세입자 대책으로 민간임대시장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공공임대 확대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 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조해온 현 정부와는 정반대의 노선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꺼내든 ‘민간등록임대’ 확대나 과거 ‘뉴스테이’ 등과 같은 기업형 민간임대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정책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출범 후 첫 회의를 열고 차기 정부의 부동산 분야 국정과제 마련에 착수했다. TF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팀장을 맡고, 그 아래 금융·세제분과, 공급·주거복지분과를 뒀다. TF는 “9명의 부동산 시장 민간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시장 친화적이고 현장감 있는 논의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시장·민간 중심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국민께서 확실히 체감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친화를 강조한 만큼 인수위의 세입자 대책도 철저하게 민간 중심으로 짜였다. TF가 전날 공개한 임대차 관련 대책을 보면 ‘민간임대 등록 활성화’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등 두 가지가 골자다. ‘민간임대 등록 활성화’는 기존 운영 중인 ‘민간등록임대’ 제도를 보다 확대한다는 의미이고,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는 민간 주도로 새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와 부동산업계 등은 두 대책 모두 과거 도입됐다가 부작용이 드러나 축소 내지는 폐기됐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민간등록임대의 경우 다주택자가 세주는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해당 주택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임대료는 법에서 정한 범위(2년간 기존 임대료의 5%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 때 민간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했고,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여 세제혜택을 더욱 늘렸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가 세부담 없이 장기간 부동산을 보유할 수 있는 ‘투기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부작용이 드러났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를 한 채 사서 등록임대로 묶으면 세금 안 내고 장기간 보유·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며 “몇 년 전부터 강남권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씨가 마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등록임대가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등록임대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폭 축소하면서 사실상 제도를 사문화시켰다. 이 같은 방향을 되돌려 다시 세제혜택을 늘려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게 인수위의 계획이다.
인수위가 민간 주도의 새 임대주택 공급사례로 든 ‘뉴스테이’ 역시 2015년 1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중산층 세입자 대책으로 도입됐다가 높은 임대료 문제, 참여 민간 건설사의 폭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폐기된 정책이다.
뉴스테이는 민간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저렴하게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뒤 임대주택을 지어 7~8년간 임대를 주다 분양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막대한 분양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등록임대는 다주택자의 투기만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을 뿐 시장안정이나 세입자 대책으로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뉴스테이 역시 민간 건설사 등 투기세력만 좋은 일이 될 게 뻔한데 왜 또 추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위례, 동탄 등지의 뉴스테이는 높은 임대료 탓에 세입자보다는 값비싼 구축 재건축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들이 주로 많이 입주했다”며 “서민 세입자를 위한 대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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