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두부 원조 넘어 글로벌 '식물성 지향 식품' 기업으로 [K브랜드 리포트]

백소용 2022. 3. 3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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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풀무원
1981년 국내 최초 유기농 직판장서 시작
유기농 인식 부족으로 몇 개월 만에 실패
자구책으로 무공해 두부·콩나물 선보여
국산콩만 사용 등 기존 두부의 단점 보완
최고급 백화점 납품.. 입소문에 완판 행진
경제·사회·환경적 가치 창출 정관에 명시
'식물성 지향 식품' 대체육·대체우유 포함
두부면 국내 출시 1년 만에 500만개 돌파
美·中·日 법인 '식물성 식품' 브랜드 론칭
"지속 가능 식품으로 확장, 더 큰 가치 창출"
두부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풀무원 두부는 하루에 약 50만모씩 팔리며 포장두부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부로 시작해 국내에 유기농 식품을 소개한 풀무원이 이제 세계시장을 겨냥한 ‘식물성 지향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유기농·두부 시장 개척

풀무원은 1981년 한국 최초의 유기농 가게인 서울 압구정동 ‘풀무원농장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에서 시작했다.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운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때라 수요는 많지 않았다. 작고 못생긴 유기농 농산물은 제값을 받기 어려웠고 상하기 전에 반값이라도 건지려 떨이로 판매하기 일쑤였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자본금이 바닥나고 빚까지 안게 되면서 자구책으로 두부와 콩나물도 무공해로 길러 직판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유기농 가게이자 풀무원의 모태가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두부는 100∼200원이면 사 먹을 수 있는 서민 식품이었지만, 유독성 방부제가 들어간 저품질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대개 수입콩을 원료로 써서 저장과 운반을 위해 유독성 방부제가 많이 들어갔고, 콩과 콩기름을 짜고 남은 비지(대두박)를 섞어 품질이 낮았다. 두부 응고제로 석회의 일종인 공업용 황산칼슘을 섞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검은 비닐봉지나 신문지에 둘둘 말아 파는 비위생적인 유통 과정도 문제였다.

풀무원은 1984년 법인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기존 두부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차별화·고급화 전략을 펴기 위해 국산콩만 쓰고 비지를 전혀 섞지 않았으며 응고제도 가장 안전성이 높은 것을 택했다. 1990년에는 국내 최초로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경영총괄을 맡고 있던 남승우 전 풀무원 대표가 일본을 찾아 공장 설비, 제조·포장 기술 등을 벤치마킹하고 연구한 결과였다. 부피가 작아 기존보다 2배 이상 수량을 트럭에 실을 수 있었고, 내구성이 높아지면서 손실도 낮출 수 있었다.
◆더 좋은 품질 위한 노력으로 제품 혁신

풀무원 두부는 일반 제품보다 5배가량 비싼 탓에 초기에는 압구정동에서 주로 직거래를 했다. 롯데·신세계·갤러리아(당시 한양쇼핑) 등 당시 서울의 최고급 백화점에만 납품됐다. 유기농 고품질 두부로 입소문이 나면서 연일 완판행진을 이어 가자 다른 지역 백화점에서도 납품 요청이 쇄도했다.

1983년 1호 사원으로 입사해 당시 직접 영업활동을 했던 이효율 현 풀무원 대표는 “창업 초기 사람이 적었던 시절이라 영업뿐 아니라 마케팅, 배송, 납품까지 모두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할 정도였다”며 “두부와 콩나물을 한양슈퍼마켓, 현대백화점 등 서울에 이어 경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4대 권역까지 확산시키려 노력했었다”고 회상했다.

더 좋은 두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맷돌을 이용하듯 콩을 갈고 전통 가마솥에서 끓이듯 콩즙을 가열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연구개발을 꾸준히 한 결과, 냉각기술과 열 숙성을 통한 미생물 제어기술로 유통기한을 최대 12일까지 늘렸다. 2005년엔 소포제와 유화제를 쓰지 않고, 염화마그네슘 대신 우유에서 추출한 밀키마그네슘을 응고제로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소포제·유화제를 뺀 데 이어 천일염에서 추출한 천연 간수를 사용해 ‘합성첨가물 제로(0)’ 두부를 내놨다.

풀무원은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2005년 생산이력제 도입, 2006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 완전표시제 시행, 2007년 생식품(냉장식품) 업계 최초 유통기한·제조일자 병행 표기 등 소비자에게 ‘바른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풀무원은 건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 ‘로하스’(LOHAS)를 내세워 제품의 친환경성도 강화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한 포장 원칙’을 수립하고 2013년 두부 전 제품을 친환경 포장재로 전면 교체했다. 2015년 식품업계 최초로 유기농 두부 2종에 탄소중립제품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2019년 전사적으로 친환경 포장 제품 확대를 선언했다.

◆미·중·일 법인 설립해 해외시장 공략

풀무원은 2019년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을 풀무원의 사회적 책임으로 기업 정관에 명시했고, 지난해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기업을 선언했다.

풀무원의 식물성 지향 식품은 사람과 지구환경을 위해 육류 사용을 최소화하고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식품과 식단을 의미한다. 두부를 비롯해 대체육, 대체 우유·유제품 등을 포함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가치소비 트렌드의 확산으로 건강과 지구환경에 이로운 식물성 단백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풀무원 '두부면' 2종
국내에서는 ‘두부면’, ‘두부바’, ‘두부텐더’, ‘두부크럼블 덮밥소스’, ‘고단백 큐브두부’ 등 다양한 식물성 지향 식품을 출시했다. 이 중 탄수화물 식품인 밀가루 면을 대체하는 두부면은 국내 출시 1년 만에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하고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하며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학교급식과 외식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 식물성 대체육도 공급하고 있다.
풀무원의 식물성 지향 제품은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풀무원USA 두부 제품
미국 현지 법인 풀무원USA는 식물성 지향 식품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Plantspired)’를 론칭하고, 미국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고단백 가공두부와 식물성 고기 신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미국 최대 학교급식 서비스인 매사추세츠대 다이닝(UMass Dining)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한 다양한 플랜트스파이어드 제품을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에 공급하고 있다. 콩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을 미국 웰빙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WaBa Grill) 200여개 매장 전점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풀무원 중국법인 푸메이뚜어 두부 제품
풀무원 중국 법인 푸메이뚜어식품은 기존 포장·가공 두부 외에 식물성 단백질 밀키트 브랜드인 ‘푸추팡’(圃厨房)과 식물성 단백질 간식 브랜드인 ‘푸시우시엔’(圃休闲)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 일본 법인 아사히코는 식물성 지향 식품 브랜드 ‘토푸 프로틴’을 론칭하고 2020년 11월 ‘두부바’를 내놨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독점 판매 중인 두부바는 출시 약 1년 만에 누적 1000만개 판매를 달성했다. 일본 유력 월간지 니케이트렌드가 발표한 2021년 편의점 최고의 히트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물성 지향 식품을 넘어 지속가능 식품으로 더욱 범위를 확장해 더 큰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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