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대부분 청각장애.. 오스카, 94년만에 '침묵의 세계' 품다

김성현 기자 2022. 3.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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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회 아카데미 올해의 명장면 5

‘기생충’도 ‘미나리’도 없었지만 올해 아카데미도 화제는 풍성했다. 28일(한국 시각) 미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의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차지했다. 94년 오스카 역사상 처음이었다. 올해 시상식을 빛낸 5개의 명장면을 조선일보 영화팀이 간추렸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청각장애를 그린 영화‘코다’에 작품상을 안겼다. 에이미 포사이스(왼쪽부터), 대니얼 듀랜트,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에밀리아 존스, 말리 매틀린 등 출연진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대니얼 듀랜트와 말리 매틀린은 실제로 청각 장애인 배우다. /AFP 연합뉴스

①작품·감독상 거머쥔 OTT 영화

휴대전화와 안방극장의 작은 화면이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집어삼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이 모두 OTT 영화에 돌아갔다. 애플TV+의 ‘코다’는 작품상, 넷플릭스 영화인 ‘파워 오브 도그’는 감독상을 나란히 거머쥐었다. ‘오스카 트로피는 마땅히 극장 상영작의 몫’이라는 미 영화계의 관행이 코로나 3년 차인 올해 드디어 무너진 것이다.

이미 지난달 아카데미 후보작 발표 때부터 OTT의 선전은 예견됐다. ‘파워 오브 도그’가 최다 부문(12개)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 작품상 후보(10편) 가운데 절반인 5편이 모두 OTT 작품이었다.

②장애 감싸안은 아카데미

올해 시상식 최대의 이변은 마지막 순간에 일어났다. ‘파워 오브 도그’와 ‘벨파스트’ 같은 유력 후보작들을 제치고 ‘코다’가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것이다. ‘코다’는 청각 장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어린이(CODA·Children of Deaf Adult)’를 일컫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에 올랐던 3개 부문(작품·남우조연·각색상)을 모두 받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날 ‘코다’가 수상될 때마다 참석자들은 기립해서 박수 대신 양손을 흔들면서 축하를 보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트로이 코처를 비롯해 주요 배역 대부분을 청각 장애 배우들이 연기했다. 장애인 배우가 연기상을 받은 건 1987년 청각 장애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말리 매틀린 이후 두 번째. 매틀린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머니 역으로 출연해서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감독·관객·앙상블상 등 4관왕에 오른 작품. 애플TV+가 역대 선댄스 영화제 사상 최고 판매액인 2500만달러(약 300억원)에 배급권을 사들였다.

2022년 아카데미 수상작

③영화 ‘대부’ 50년 주역 한자리에

올해 아카데미는 할리우드 영화사를 되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를 비롯해서 30주년인 ‘덩크 슛’, 28주년이었던 ‘펄프 픽션’, 15주년인 ‘주노’ 등 지난 작품들을 기념하는 축하 무대를 마련한 것. ‘펄프 픽션’의 세 주역인 우마 서먼과 새뮤얼 잭슨, 존 트라볼타는 영화의 상징이 되었던 춤을 무대에서 다시 추면서 객석의 분위기를 띄웠다.

압권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대부’의 세 주역 등장 장면이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가 나란히 무대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맞이했다. ‘대부’를 연출한 코폴라 감독의 소감은 짧았다. “의미 있는 행사일수록 말은 짧게 하는 편이 좋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④아시아 영화 돌풍 ‘드라이브 마이 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수상작으로 호명했다. 일본 영화가 이 부문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2009년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번 국제장편영화상을 가져왔다.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하마구치 감독은 “아카데미 측에 감사드린다. 또한 출연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주연 배우인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도코는 물론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한국 배우 진대연, 박유림, 안휘태의 이름도 외쳤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도코)와 만나 진실을 마주하며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가 원작으로, 과묵한 가후쿠와 미사키는 같은 속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차 안에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⑤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30초 침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이었다. 시상식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지원과 연대의 뜻을 나타내는 30초 침묵이 이루어졌다.

무대에 오른 우크라이나 출신 할리우드 배우 밀라 쿠니스는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우리에게 처참한 기분을 안겼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힘과 위엄을 목격하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의 회복 탄력성에 감동한다”며 “상상할 수 없는 어둠 속을 헤치며 싸울 힘을 찾는 이들을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쿠니스는 남편인 배우 애슈턴 커처와 함께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3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을 진행한 배우 겸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는 “우크라이나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고, 코폴라 감독은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며 배우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와 함께 “Viva Ukraine(우크라이나 만세)!”를 외쳤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배우 숀 펜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시상식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온라인 연설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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