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추억 남긴 어린 선수들, 한국을 평생 기억할 것"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 문화행사 김태욱 총감독]

2022. 3. 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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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올림픽 G-2 문화행사 호평
2018평창문화올림픽 감독 경험 바탕
"지속가능 한국의 우군 만들기"
경쟁 너머 문화·교류·평화 중심
일상속 영감으로 진정성·공감 구현
'역사적 이벤트' 남북공동개최 희망

“평화 라는 반석 위에서 5대양 6대주 사람들이 한데 모여 치르는 올림픽은 개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은 국격 상승은 물론, 미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우군을 얻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때 문화올림픽 총감독을 맡았던 김태욱 감독이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유스올림픽) 2년을 앞둔 시점 즉 ‘G-2년’ 계기 문화행사 연출을 맡았다.

▶베이징 때문에 다시 부각된 평창, 그리고 유스올림픽= 김 감독이 2년후 유스올림픽 폐막때까지 평창의 인연을 이어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김 감독이 막후에서 상을 차린 ‘G-2년’ 계기 문화행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난맥상이 불거지고 지구촌 곳곳에서 평창을 되새김하면서 더욱 부각됐다.

특히 청소년 홍보단의 열정적인 알림 활동, 강원도 각 지역 관광명소와 시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공유하는 작업,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 선수와 국악 아이돌 송소희, 스트릿 우먼 파이터들의 참여가 더해져 관심 없던 대회였다가 중요한 국가대사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김태욱 감독은 최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와 평창올림픽기념관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人(인)터뷰에서,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성인올림픽 보다 방송 중계 등의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아도, 참가한 선수들이 어른으로 성장하고 세월이 많이 지나도 대한민국을 좋아해줄 우군들이라는 점에서, 주최국인 우리는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스올림픽 참가단은 미래 한국의 우군들=유니버시아드 대회 농구선수였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처럼, 강원 청소년 올림픽을 경험한 청소년들 중에서 세계적인 리더들도 많이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집에 놀러온 딸, 아들의 절친 보살피듯, 이번 대회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제85회 전국체육대회(올해 103회) 연출감독,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폐회식 6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개·폐회식 4회, 국내 최대의 EDM 페스티벌로 첫 포문을 연 2012 UMF Korea 연출 겸 제작감독,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총감독, 평창 동계올림픽‘ G-1년, G-2년, 폐막 1주년 기념행사 연출, 2019 대한민국 문화의 달 총감독,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연사, 2020, 2021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총감독, 2021 동아시아문화도시 총연출 등 굵직한 중책을 맡았다.

2024 강원 유스올림픽 G-2 문화행사를 어느정도 마무리지은 요즘, 그는 무브컬쳐 축제학교 등 소규모 강연을 통해, 참가했던 축제를 인생의 중요한 추억이 되도록 만드는 기획 노하우, 이방인들의 공감을 얻고 연대감을 지속하는 퍼포먼스의 영감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진정성 있고 아름다운 문화행사, 이로 부터 갖게 되는 공감은 짙은 추억이 되고, 이런 기억은 그곳,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우정이 간직된다는 것이 김 감독 기획연출의 지론이다. 그는 “문화올림픽 연출은 아름다운 여행을 돕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즉 단순히 문화적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화·관광산업의 성장, 브랜드이미지 상승까지 이끈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 The Kim’s 패밀리=그 출발점, 좋은 문화이벤트는 어떻게 만들까. 앞서 그의 성장 환경을 살펴보면 버라이어티쇼 같다. 어릴적 명절만 되면 제주 영평동 집에 방송국 카메라가 왔다고 한다. 토박이 대가족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갓 쓰고 도포 입은 유학자 제주향교 전교장, 할머니는 불교, 고모는 교회 장로, 아버지는 건축사업, 백부는 의사, 숙부는 화가, 자신의 어릴적 꿈은 신부였다고 한다. 물론 이 꿈은 오래가지 않았고, 건축가, 토목전문가로 금세 바뀐다. 꿈이 바뀌는 것은 성장기에 흔한 일이지만, 어린 김 감독을 둘러싼 환경은 참으로 다채롭다. 그는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국립 제주대 해양토목과에 입학한 그는 바다자원을 인간이 선용하기 위한 인프라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바다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그를 둘러싼 자연에 어울리는 선율과 그림에 빠진다. 그가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일상은 바다 보며, 혹은 한라산 보며 멍때리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이런 저런 상상에 빠진다. 어쩌면 그의 상상 방식은 토목설계와 비슷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한라산이 바다와 만나 사랑을 나누게 하려면 인공 베이(bay)를 깊숙이 만들고 RFID 기술을 써야 하나? 루 살로메와 니체가 제주에서 만났다면 해녀였을 루살로메를 위해 니체는 예쁜 불턱을 만들고, 바다의 찬가를 불렀겠지. 한번 차여도 그의 지론처럼 ‘사랑에 깃든 어느 정도의 망상’으로 구애를 계속했겠지?..식이다.

▶있는 그대로의 것에 자발성을 더하다=있는 그대로의 것에서 영감을 얻는 그는 총학생회 문화홍보부장이 된 후 또하나의 덕목 ‘자발성’이 갖는 강점을 발견한다. 축제행사에 무관심하던 학우들을 한마당에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 미치도록 놀며, 청년의 가치를 빛내자!”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무명가수전, ‘청년 발광(靑年發光)’을 기획한다. 비가 오던 날이었는데도, 숨은 밴드, 강호의 고수들이 친구들과 급우들을 이끌고 참여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쯤되면 청년 김태욱에게 좋은 문화이벤트를 만드는 덕목이 생겼다. 원래 있는 것, 일상의 감성적인 고리들, 그리고 자발성과 참여였다.

보통 주제만 정해지는데,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선 이벤트 소재 까지 하명된다. ‘고싸움’이다. 그가 커피숍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옆 자리 청년 두명이 서로 언쟁을 벌였다. 언쟁은 점입가경 심해지다가 어느 순간 화해무드로 전환한다. 이를 본 그는 손뼉을 쳤다. “이거다.”

김 감독은 고싸움을 탐색전에서 격렬한 충돌로 점층법 구성을 하다가 막판 ‘대 화해’로 결말지었다. 그리고 제주 대포동 주상절리 같은 것이 무등산 서석대에도 있음을 목격하고, 젊은이들의 커지는 꿈과 희망을 거대 사각기둥의 무대가 상승하는 퍼포먼스로 구현했다. 대형 무대가 상승하는 장면에 큰 4각판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국내외 관람객들이 “햐, 대학생 사각모가 올라간다”라고 논평해, 기획 이상의 효과도 보았다고 했다.

▶국제 이벤트는 추억 나누기…남북 공동개최 희망=평창 문화올림픽도 이런 흐름로 꾸며졌다. 고민하던 자신을 꾸짖던 바다, 위로하던 태양, 강원도의 산을 형상화한 작품, 송강 정철이 감탄했던 포인트, 각 시군이 자기 것이라고 만든 퍼포먼스 다듬기, 겨울 이벤트인 만큼 불과 빛을 이용한 퍼포먼스 등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주민들의 영어 합창 ‘I Have a Dream’ 이벤트로 IOC위원들을 감동시킨 덕분에, 주민들의 참여도는 매우 높았다고 김 감독은 회고했다.

그는 “우리가 오래도록 가졌던 것은 추억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면, 이방인들에겐 새로운 추억이 된다”면서 “국제이벤트는 추억놀이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추억은 지속가능한 공감이다.

팬데믹 속에 치러진 세계유산방문캠페인의 핵심프로그램인 세계유산축전 제주의 ‘불의 숨길’도 그가 총연출했다. 내용은 어찌보면 간단하다. 거문오름에서 화산이 폭발해 큰 강(용암협곡) 처럼 흐르다 지하로 들어가 용암굴을 만들고, 지반 약한 곳에서 용암교(굴 천장 곳곳이 내려 앉으면서 생긴 다리)를 남기면서 지상으로 나와 중산간 빌레 들판을 만든 뒤,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전진이 쉬운 곳에는 만장굴을, 걸림돌이 많은 곳에선 여러 갈래 벵뒤굴을 만들다가 결국 월정에서 바닷물과 만나 거대한 용암대지를 형성한 그 용암의 길을, 사람이 걸어가는 것. 단순하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총감독을 하면 수천명을 이끄는데, 주민과 스태프, 출연진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었다. 팬데믹으로, 짧은 동선이라고 치밀하게 관리하는 능력이 더해졌다.

김 감독은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추억 만들어 주기’는 철저하게 문화중심, 교류중심, 평화중심이어야 한다”면서 “강원도에서 노변정담 하듯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청소년 선수와 가족들은 대한민국과 강원도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고, 남북공동개최까지 된다면 성인 올림픽 못지 않은 역사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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