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러시아산 목재 가격도 폭등.. 가구·인테리어업자들은 1년치 사재기 나서

최효정 기자 2022. 3.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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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목재 가격 이달들어 20% 이상 인상 조짐
러시아발 제재에 품귀 현상 우려도
업자들 자재 사재기.. "1~2년치 쌓아두는 것이 이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목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구·인테리어업자들 사이에서 목재 사재기 조짐이 불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물류대란 등의 이유로 올랐던 목재 가격이 러시아 전쟁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구 제작에 주로 쓰이는 소송(러시아산 소나무)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20% 가까이 치솟았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 스프루스 제재목 가격은 전월과 비교해 5.2%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월부터는 가격 상승폭이 전월 대비 20%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스프루스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인테리어 및 가구재로 자주 쓰인다.

목재 이미지./조선DB

러시아 산림 면적은 전 세계 산림 면적의 5분의 1에 달한다. 목재 수출도 그만큼 비중이 높다. 러시아산 목재는 국내 목재 총 수입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중 러시아산 제재목은 총 수입(약 212만㎥)의 21.3%를 차지하는 물량으로 칠레산(47만8000㎥)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가구의 주요 원자재인 합판(PB)도 러시아 의존율이 태국 다음으로 높다.

목재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물류 대란 등 이유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2020년 12월에 규격당 39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57만원으로 이미 1년 새 46% 가량 뛰어 올랐다. 목재 가격은 규격(3.6m×3.0㎝×3.0㎝) 단위로 매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발 수출 제재 등으로 러시아산 목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목재 가격 폭등세는 심화하고 있다.

자재업계에 따르면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소송(러시아산 소나무) 각재, 러시아산 자작합판 등으로 이달 들어 한달 새 가격이 20~50% 이상 올랐다. 소송은 인테리어, 펄프, 석박재 등에 쓰인다. 자재업체 관계자는 “소송 투바(각재), 다루끼(소할재) 등은 국내에서 씨가 마르고 있다”면서 “러시아 발주처와 재계약에 실패한 업체들도 많아 소송 수급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목재 가격 상승세에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의 경우 동남아산 목재(남양재)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개인 업자들은 주로 사용하던 목재를 즉각 다른 목재로 대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가 경제제재 국가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비우호 국가로 지정한 48개국에는 특정 유형의 목재 수출을 제한해, 향후 품귀 현상까지 우려된다.

이에 개인 업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목재 사재기 조짐도 불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미국의 신규 주택 건설 증가와 중국의 생산시설 재가동 등과 맞물려 향후 목재 가격 상승 압박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수년치 자재를 미리 사놓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가구공방을 운영하는 박모(42)씨는 “자주 쓰는 목재가 러시아산 자작 합판인데 앞으로 수급 문제로 인해 점점 더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1년치를 미리 사서 창고에 쌓아놨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38)씨는 “목재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굳이 러시아 사태가 아니더라도 목재값은 앞으로도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항상 2년치 자재를 미리 사두고 일을 하는 스타일인데 2년 전에 사둔 자재들 가격을 현재 가격으로 치환해보니 약 2배 정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은퇴 등으로 집이나 상가를 건축하려는 초보 건축주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자재값 폭등으로 건축 계획을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올해 고향인 충남 당진에 집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던 김모(65)씨는 “작년부터 알아봤는데 자재값 폭등으로 전체 단가가 30%가 올랐다”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예산이 초과된 터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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