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에 방점 찍은 인수위..'여가부 폐지'는 그대로?

박준우 기자 2022. 3. 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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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수위의 정부 업무 보고가 오늘(22일) 국방부를 필두로 시작됐습니다. 윤석열 당선인도 오늘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안보에 방점을 뒀는데요.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 가운데 여가부 소속이 한 명도 없다는 점 역시 이목을 끌고 있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줌 인', 영어 'Zoom'과 한자 '사람 인(人)'의 조합인데요. 문자 그대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정치 뉴스를 풀어드리겠다는 의도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 '사람 인(人)'자를 '끌 인(引)'자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줌 인'이 포커스를 맞춘 건 인물이 아니라 특정 조직인데요. 바로 인수위원회입니다. 그럼 인수위 속으로 'Zoom 인(引)'해보겠습니다.

[윤석열/대통령 당선인 : 어제 북한이 서해상에서 방사포 올해만 해도 11번째인데 방사포는 처음이죠? 그렇죠? 방사포는 9·19 위반 아닙니까? 명확한 위반이죠? 안보 상황에 대해서 빈틈없이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오늘 오전 인수위 사무실에서 첫 간사단 회의를 열었습니다. 윤 당선인이 방점을 찍은 분야, 다름 아닌 #안보였습니다. 지난 20일 북한이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했죠. 이 점을 들어 각별히 안보에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이었는데요. 잠시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내용을 살펴보면요. 남북한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해야 한다는 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방사포 발사 지역, 평안남도 숙천군으로 전해졌는데요. 숙천군은 군사분계선(MDL) 뿐만 아니라 평양보다 위에 있는 곳입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가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단 입장을 내놨습니다. 결국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윤 당선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건데요.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안보를 강조한 건 후보 시절부터 외교안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는데요.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음성대역/지난해 11월 17일, 국민일보 인터뷰) :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도 하면서 9·19 합의를 어기고 있습니다. 집권하면 북한에 9·19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을 경우 파기할 것입니다.]

윤 당선인의 안보 강조 때문일까요? 인수위가 처음으로 정부 업무 보고를 받은 부처도 국방부였는데요. 오늘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는 김만기 국방정책실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오늘 예정된 부처 업무보고 역시 국방부 단 한 곳 뿐이었는데요.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업무 성과와 개선할 점, 그리고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 계획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 관련 동향과 한미 간 공조 태세 현황도 보고 대상이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인수위는 북핵 위협과 관련해 미국의 확장 억지 전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도 국방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달 25일) : 평화는 힘에 의한 상대 도발 억지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강력한 안보는 민생과 경제 번영의 기초가 됩니다.]

이렇게 가장 먼저 업무 보고에 나선 국방부, 일정표 기준으로도 다른 부처들에 비해 보고 시간이 가장 길게 배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부처별 보고 순서와 시간이 윤 당선인의 국정 우선순위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다만 인수위 관계자는 "국방부의 업무보고 준비가 제일 빨리 됐다"면서 우선순위와 관계 있는 것은 아니라고 과잉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안보하면 따라다니는 말이 보안이죠. 윤 당선인이 '안보'를 앞세웠다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보안'을 내세웠는데요. 안 위원장은 특히 인수위 내부 보안 유지를 강조했습니다.

[안철수/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 간사분들께서 분과 내에서 만에 하나 구성원들 가운데 인수위에 들어왔다고 외부에 자랑을 하고 어떤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께 혼란을 주는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경력은 바로 지금 여기서 끝날 수 있다 그런 점들 주지를 시켜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자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안에 있어서 만큼은 '강철수'의 면모를 과시하는 장면인데요. 본인이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일까요?

윤 당선인이 다음으로 강조한 건 #소통인데요.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을 통해 정책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조입니다.

[윤석열/대통령 당선인 : 이제 아주 디테일하고 어려운 문제보다도 국민들이 볼 때 아주 단순하고 쉽게 접근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은 건 저희가 확실하게 끊어야 되고…]

안철수 인수위원장 역시 윤 당선인과 같은 생각인 듯합니다. 정책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는데요. 정책 시행 과정에서 오점이 드러나면 중간에 경로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안철수/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 (문재인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일단 정책을 시행하고 나서 정책 목표 달성되지 않았는데도 그걸 수정하지 않고 계속 밀고 간 그게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 폭망, 그리고 또 무리한 소득 주도 성장 모두 그런 것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닌가. 이런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된다.]

한 마디로 두 사람 모두 소통을 통한 정책 유연성에 힘을 실은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보할 수 없는 공약이 하나 있나 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란 공약은 말 그대로 '노빠꾸'인 것 같은데요. 인수위에 파견된 정부 인력 가운데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겁니다. 인수위는 인수위원 24명, 전문위원 76명, 실무위원 73명 등 총 184명 규모로 꾸려졌는데요. 184명 가운데 정부에서 파견 온 현직 공무원은 전문·실무위원 통틀어 56명입니다. 파견 현황을 보면 기재부 6명, 외교부 3명, 국방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각 2명 등인데요. 대부분의 주요 부처에서 파견 인원을 받았지만 여성가족부만 제외됐습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 11일 여가부에 파견 공무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여가부는 국장급과 과장급 각각 2명씩 명단을 인수위에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인수위로부터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인수위가 의도적으로 여가부만 배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여가부 폐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달 8일) : 이제 여가부는 시대적 소명을 다 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가 불평등과 차별에 대응해야 된다.]

여가부는 업무 보고 일정마저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처·청을 제외한 마지막 순서로 예정됐다고 하는데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당선인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다만 여가부 같은 경우에는 저희 공약 중에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사실상 해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가부는 개편이 아니라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름을 바꿔서 예를 들어서 성평등부나 이런 식으로 개칭돼가지고 다시 부처를 만들 거라는 보도도 있었는데 아닙니까?) 저도 성평등가족부니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요. 그런 비슷한 질문에 대해서 이미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그건 아니다.) 못 박은 적 있습니다. 명칭 변경 이런 것이 아니라 폐지다라고 했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은 이미 여러 차례 저희가 확인한 사안이고…]

인수위가 물러날 생각이 없는 사안은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입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 8일) : 제가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것도 바로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도시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인수위 집무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죠.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윤 당선인이 제시한 부산 공약 12개 가운데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공약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윤 당선인 역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 4일) : 산업은행을 필두로 해서 많은 은행의 본점들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께서 정부 맡겨주시면 여건을 조성하고 유인책을 써서 대형 은행들, 외국 은행들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다만 산업은행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죠.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라는 주장인데요. 말이 마차 앞에 있어야 하는데 마차를 말 앞에 두고 끌어보라고 하는 행태라는 겁니다. 산업은행 노조 역시 공공기관 몇 곳을 옮긴다고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인데요. 인수위는 이런 불복 기류에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산업은행의 반발은 기관 이기주의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한 건데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인수위에 와서 말하지 당선인의 공약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지역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습니다.

자, 오늘은 인수위가 중점을 둔 사안들 가운데 임의로 일부만 뽑아서 살펴봤는데요. 인수위가 구상하는 또 다른 국정 과제들은 뭔지 들어가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안보에 방점 찍은 인수위…여가부 폐지는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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